“무거워지지 말자고 다짐했죠”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김인식 PD [인터뷰]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정효민-김인식 PD 인터뷰 “자막 없애는 시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 재미-의미 모두 잡으며 호평
한동안 예능 분야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순한 맛 예능’으로 반전을 선물한 <코리아 넘버원>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2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코리아 넘버원>을 만든 정효민 PD, 김인식 PD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두 PD는 프로그램의 인기에 얼떨떨한 상태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 PD는 “방송 채널은 시청률로 체감이 되는데 OTT는 그게 없어 어벙벙하다. SNS를 통해 반응이 온다는 점이 신기하다”며 달라진 시청 트렌드에 적응하고 있음을 털어놨다.
김 PD는 훨씬 적극적으로 반응을 찾아다녔다고. 그는 “재밌게 봤다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시청률처럼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는 게 아니니까 넷플릭스 랭킹에 들기만을 기다렸다. 정확히 이틀 반 만에 등장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작품은 ‘믿고 보는 조합’ 유재석과 이광수의 만남에 배구 여제 김연경이 합세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들이 선보이는 환상의 티키타카는 물론, 절묘하게 어우러진 몸 개그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정 PD는 “처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부터 이 세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조합인데, 블렌딩이 잘 됐다. 저희 프로그램이 장인분들을 찾아가 짧은 시간 내 관계를 형성해야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데, 이광수 씨가 이걸 참 잘해줬다”라며 출연자들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 PD 역시 “세 분과 촬영하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모두들 자신의 분야에서 남다른 활약을 해오신 분들이시다 보니 예능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모두 특별했다. 특히 김연경 선수는 경쟁심이 엄청나시더라. 잘하고 싶은 마음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 분야가 아니니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같더라. 그런 모습이 너무 큰 웃음을 준 것 같다. 그런 김연경 선수를 보고 유재석 씨나 이광수 씨가 놀리는 모습도 세 분의 조합이라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코리아 넘버원>은 제작발표회 당시 넷플릭스에서 흔치 않은 ‘전체 관람가’ 등급을 받은 점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후 넷플릭스 ‘키즈’에서 1위에 올랐다. 정 PD는 “유재석 씨가 1등 진짜 많이 해보신 분이지 않나. 그런데 키즈 1등은 새롭다며 너무 즐거워하셨다. OTT 플랫폼은 TV보다 취향이 더 세분되는 경향이 있는데, 유재석 씨가 전부터 예능에서도 온 가족이 함께 보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순기능을 이뤄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키즈 1등으로 입증된 것 같아서 크게 기뻐하셨다”고 전했다.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문화적 차이가 콘텐츠의 성패를 가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세계인이 보는 넷플릭스에 한국의 전통 노동을 선보이는 것에 부담감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 PD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하지만, 한국 시청자들만 봐주셔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서는 전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프로그램은 평소 국내 예능을 즐기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막을 최소화한 신선한 편집으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정 PD는 “우리 예능에서 자막을 적극적으로 쓴 게 20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각 프로그램의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이게 프로그램 색깔을 획일화시키는 경우가 되기도 하더라. 봉준호 감독님이 예전에 ‘자막이라는 1인치 정도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우리도 과감히 걷어냈더니 훨씬 더 출연자에게 다가가 섬세한 표정을 담을 수 있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PD도 “멋진 영상을 담아내는 것도 신경을 썼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영상미가 좋다는 평가를 남겨주셨다. 이전까지 자막 없이 예능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새로운 시도를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오늘날 K-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글로벌 OTT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제작진에게 주어지는 책임감도 결코 가볍지 않았을 터. 정 PD는 “그런 사명감 때문에 더 신중했다. 처음엔 전통문화를 재밌게 다뤄보자 생각했는데 조사하고 공부할수록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장르더라. 그래도 저희는 ‘무거워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높은 퀄리티의 작품은 다큐멘터리에서 많이들 해주시니까, 우리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해주자는 생각에서다. 웃음을 통해서 ‘한국이 이렇게 재밌고 멋진 곳이다’ 소개할 수 있어야 우리의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란 확신이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두 PD는 프로그램을 위해 애써준 출연자들은 물론, 쉽지 않은 촬영 요청에 응해준 장인들에게도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 PD는 “저희가 찾아뵌 장인분들 대부분이 무형 문화재 등 그 분야의 독보적인 능력을 국가에서 인증받은 분들이시다.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을 잘 가꾸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크실 수밖에 없는 분들이지 않나. 우리 아이템이나 기획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촬영이 부담이 되거나 피해가 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선뜻 촬영에 응해주시고 많은 준비를 해주셨다. 저희가 하루 찍고 오는데도 전수생을 대하듯 아낌없이 알려주시는 모습에서 이분들의 사명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왔다”고 말했다. 정 PD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쉽지 않은데 우리 것을 알리는 것 역시 본인들의 의무라고 하시면서 선뜻 출연해 주셔서 감동했다”고 거들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재미있게 접하게 하고 싶다는 정효민 PD와 김인식 PD의 아이디어는 우리 전통을 알리려는 장인들의 진심을 만나 빛을 발했다. 여기에 유재석, 이광수, 김연경 세 출연자의 환상적인 호흡과 입담으로 색채까지 더해졌다. <코리아 넘버원>은 “재미는 물론, 의미까지 모두 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이날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4위에 우뚝 섰다. 프로그램의 인기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예능 홍수 속에서도 묵묵히 ‘건강한 웃음’을 위해 애쓴 사람들에게 주어진 성과라는 점에서 더 뜻깊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코리아 넘버원>은 지난 25일 총 8부작이 전체 공개되어 스트리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