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SK스퀘어 지분 확대.. ‘웨이브’ 유상증자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할 것

콘텐츠웨이브,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코로나19 이후 OTT 산업은 침체 중 국내 시장만 봐서는 안돼.. 글로벌 시장 개척은 ‘필수’

사진=웨이브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운영사 콘텐츠웨이브(이하 웨이브)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지난 22일, 웨이브는 901억3천263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는 보통주 41만9천909주로 신주발행가액은 21만4천648원이다.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10만778주, 지상파 3사가 각각 10만6천377주 참여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미주지역 중심의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하기 위해 진행됐다. 웨이브 관계자는 “웨이브아메리카의 주식과 콘텐츠웨이브의 주식을 맞교환하는 형태”라며 “웨이브가 코코와의 지분 40%를 차지하며 자회사로 편입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웨이브의 대주주인 SK스퀘어의 지분은 36.4%에서 39.3%로 확대됐다. SK스퀘어의 지분 37.5%와 SK스퀘어 아메리카의 지분 1.8% 등이다. 웨이브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SK스퀘어의 지배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3사의 합계 지분율은 63.6%에서 60.7%로 낮아졌다. 웨이브는 코코와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 글로벌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와 해외 진출을 토대로 웨이브가 기업공개(IPO) 추진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웨이브는 2019년 출범 당시, 오는 2024년까지 상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IPO? CB 상환? 선택지가 많지 않은 웨이브

웨이브는 2019년 SK텔레콤의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Pooq)’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진 OTT다. 통합 OTT 서비스에 SKT가 뛰어들면서 자금 유치에도 속도가 붙었다. 당시 SKT(현 SK스퀘어)도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 2,000억원을 전환사채(CB)로 추가적으로 조달했다. 대규모 투자유치에는 조건이 붙었다. CB를 조달하면서 5년 이내 IPO도 약속했다. 결과적으로는 2024년 11월까지 IPO를 하지 못하면 CB 만기상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웨이브는 2019년에만 총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오면서 실탄을 확보했다. 다만 유증과는 달리 CB에는 5년 이내 IPO를 하겠다는 조건이 있었다. 조기상환청구권은 없고 전환권 행사기간은 IPO 결정일부터 2024년 11월 28일까지다. 결국 IPO를 전제하고 CB를 발행한 것이다. 전환가능주식은 87만여 주다. 또한 기업공개에 필요한 형식적 심사 요건들을 충족했음에도 4년 이내에 IPO 절차에 착수(상장예비심사신청서 제출)하지 않거나, 기업공개 절차 착수 후 합리적 이유 없이 회사가 상장 절차를 임의로 중단 또는 철회하거나 고의로 상당 기간 지연하여 상장 기한 내 기업공개를 완료하지 않을 때 내부수익률(IRR) 9%로 변경하는 등 만기보장수익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2019년 통합 OTT 출범 당시 웨이브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2023년까지 유료 가입자 500만명을 확보하고 매출을 5,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것이었다. 또한 IPO를 통해 사업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에는 SKT가 추가적으로 1,000억원 규모의 유증에 참여하면서 2025년까지 1조원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매출을 보면 2019년 973억원, 2020년 1,802억원, 2021년 2,301억원이었다. 매출 증가율은 각각 49.4%, 85.2%, 27.7%으로 연평균 54.1%였다. 2022~2023년에 연 평균 50%대의 매출 증가가 있어야 2023년에 매출 5,000억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88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5% 성장했다. 이미 웨이브의 연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에 급격한 성장은 쉽지 않다.

웨이브의 성장 속도에 따라 SK스퀘어는 2024년 IPO와 CB 상환 등을 선택해야 한다. CB를 상환할 경우 웨이브에는 2,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이 필요하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위해 공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어서 추가적으로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개척 나서는 웨이브, 이미 동남아 진출 시도했던 경험 있어

2019년, 웨이브는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모바일 스트리밍이 가능한 ‘웨이브고(wavve go)’ 서비스를 출시했다. 웨이브고 유료 이용자는 국내에서 개인 모바일 기기에 콘텐츠를 저장하면 비행기에서도, 해외여행 시에도 오프라인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야심 차게 동남아를 겨냥해서 준비했지만, 웨이브는 결국 미국으로 선회했다. 비용과 수익 전망 상 동남아보다는 미국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동남아의 경우 서비스 지역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으로 다양한 만큼, 콘텐츠 한 편당 언어별로 다른 자막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동남아 현지 OTT 월 이용료 수준이 미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아, 기대만큼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점도 전략 변경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경쟁사인 티빙도 해외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OTT 업체들이 가입자가 둔화되며 난관에 봉착하자, 글로벌 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꾀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웨이브·티빙·왓챠·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시즌 등 국내 7개 주요 OTT 서비스의 MAU(월간 이용자 수)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OTT 가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엔데믹 전환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코로나가 해소되면서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OTT에 관심을 끊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콘텐츠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체 제작 콘텐츠 확보와 함께 글로벌 OTT 협업으로 작품 수를 늘리고 있다. 웨이브는 HBO맥스와, 티빙은 파라마운트+와 콘텐츠를 제휴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도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내 OTT가 협소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인구수를 고려하면 OTT들의 콘텐츠 투자 비용 회수는 국내 시장에서 이루기 힘든 구조”라며 “결과적으로는 해외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내 OTT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웨이브가 이번 유상증자금을 통해 코코와를 인수해서 미주 시장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다. 동남아 진출 시도 후 발 빠른 전환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할 수 있을까.

살아남기 위해 해외 진출은 ‘필수’ 국내 OTT 기업들의 현주소

웨이브뿐만 아니라 티빙도 상황은 비슷하다. OTT 시장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고, 이 가운데 티빙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1년간 선택한 길은 제휴와 합병이었다. 티빙은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는 데 이어, KT 시즌과도 합병을 완료했다. 티빙 3분기 가입자는 전 분기 대비 18.6% 증가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피프스시즌 영업손실 영향으로 미디어 부문 수익성은 부진했다.

고창남 티빙 국장은 국회에서 진행된 OTT 관련 토론회에서 “올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면 내년에는 ‘생존’이 필요하다”라고 말할 정도다. 소비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기 위해 각각의 OTT에 가입하기 때문에 OTT의 경쟁력은 ‘오리지널 콘텐츠’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는 국내에 진출하며 가입자를 빠르게 모으기 위해 과감한 제작비를 동원, 화려한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완성했다. 그 결과 국내 OTT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 국내 OTT도 제작비를 큰 폭으로 늘려야 한다. 업계에서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제작비 100억원을 투입하면 대작을 만들 수 있었는데, 요새 드라마 제작비는 150억원 수준이 평균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OTT 업계는 이미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적자 행진인 상황이다. 지난해 웨이브는 558억원, 티빙은 762억원, 왓챠는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 속, 티빙은 파라마운트·시즌과의 협력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내외 OTT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협력 모델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국내 OTT 업계들은 이미 줄줄이 적자인데, OTT 경쟁 격화로 대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웨이브는 결국 IPO를 진행해야 하지만 국내 경쟁 업체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서 승부를 봐야만 하는 시점이다. 이번 코코와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 만큼, 반드시 반응을 이끌어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고 소멸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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