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공유하려면 ‘돈 더 내’… 국내 OTT들도 넷플릭스 따라갈까?

넷플릭스, ‘계정 공유 유료화’ 전 세계로 확대할 예정 국내 OTT, 넷플릭스의 계정 유료화에 예의주시하고 있어 영국 지식재산청 “저작권침해로 민법·형법 위반 소지 有”

사진=넷플릭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넷플릭스가 내년부터 계정 공유 과금 조치를 추진하면서 국내 OTT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이목을 이끌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함께 사는 가족이 아닌 외부인과 계정 공유를 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요금제를 내년 초 미국에서부터 실시해 전 세계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용자 부담이 커지는 조치인 만큼 이용자들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돼, 넷플릭스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미지수다. 아직은 과금 시기와 금액 등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 국내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넷플릭스 코리아 측은 “계정 공유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어 추가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넷플릭스는 현재 아이디 계정 하나를 여러 명이 공유할 수 있는 스탠다드, 프리미엄 등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계정 공유는 원칙적으로 한 가정에 같이 사는 사람들끼리 가능하다. 하지만 이 조항은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고, 친구나 온라인 등에서 같이 볼 이용자를 구해 계정을 공유하는 사례도 많았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방침에 손을 대는 건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넷플릭스는 올해 1·4분기 실적 발표 때 분기 유료 가입자 수가 2억2,164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만명 줄어든 수치이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과금 조치는 국내 OTT 업체들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국내 OTT 업계에서도 타인 간 계정 공유는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유료화를 시행한 이후,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국내 OTT 업체도 유료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OTT 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변화가 국내 OTT사들의 방침에 바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업계에서 계정 공유를 통한 쪼개기 판매 등 악용 사례도 많고 문제점을 인식해온 만큼 넷플릭스의 계정 유료화에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계정 공유를 막기 위한 첫걸음으로 ‘계정 이전’ 기능 도입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시 추가 금액을 부과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 실험 중이다. ‘더 버지’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온두라스, 도미니카 공화국 등 일부 중남미 국가에서 타인과 계정 공유 시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새로운 정책은 사용자에게 모든 기기에서 넷플릭스에 접근할 수 있는 ‘홈’을 제공하고, 홈과 다른 장소에서 넷플릭스에 로그인할 때 월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다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휴대용 기기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용자는 최대 2주까지 홈 추가 없이 다른 장소 TV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할 수 있으며, 2주 후부터 홈을 추가하지 않을 경우 접속이 차단된다. 위치 파악은 IP 주소 등을 토대로 진행되며, 계정이 사용되는 곳을 추적하고 차단하는 기술 또한 추가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정 공유를 막고 새로운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계정 이전’ 기능도 도입했다. 계정 이전은 계정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이 새로 구독을 시작할 때 이전 프로필을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다른 이와 공유하던 계정에 남아있던 시청 기록 등 정보를 새로운 멤버십 계정에서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외신은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중단을 유도하고 이를 직접 단속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가족 외 구독자 간 계정 공유는 그간 OTT 업계 유료 구독자 수 증가를 가로막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넷플릭스는 1만7,000원인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최대 4명의 동시 접속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가구 구성원(동거인)을 위한 것이고 그 외 타인에게 계정 공유는 안 된다고 약관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상당수 구독자는 동시 접속 불가능한 9,500원의 기본요금제를 사용하는 대신 프리미엄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아끼고 있다. 계정 공유자의 동거 여부를 기업이 일일이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N 분의 1 가성비 편법’이 유행하면서 OTT 업계는 수익성이 계속 떨어져 왔다.

국내 OTT 회사들도 계정 공유 ‘유료화’ 할까?

넷플릭스가 현재 일부 국가에서 운영 중인 계정 공유 요금제를 내년에 전 세계로 확대하겠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OTT 시장에서도 계정 공유 과금 도입이 화두에 올랐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업계는 제3자의 계정 공유 과금 도입을 아직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 기조에 신중한 입장이다. 섣불리 계정 공유를 유료화했다가는 구독 해지 등 이용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는 이용 약관상 제3자 공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라며 “계정 공유는 가족한테만 해당해 제3자에 대한 계정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건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국내 OTT 시장에는 계정 공유로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계정 공유자 수는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않았다”라며 “OTT 선두주자가 과금 조치 후 어떤 효과를 봤는지, 매출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켜본 뒤에 (과금 조치를) 검토할 수는 있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과금 조치에 대해 구독자들 사이에서도 ‘구독을 취소하겠다’와 ‘추가 비용 내겠다’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본인 명의로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이용자 120명 중 42.5%가 ‘계정 공유에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면 구독을 취소하겠다’라고 답했다. ‘계정 공유는 중단하지만, 넷플릭스를 이용하겠다’라는 이용자는 33.3%, ‘추가 비용을 내겠다’라는 이용자는 24.2%에 그쳤다. 웨이브, 티빙 등 국내 OTT 이용자도 비슷한 답변율을 보였다. 웨이브, 티빙 구독자 중 계정 공유 과금 조치 시 해당 OTT 구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용자는 각각 47.8%, 44.4%였다. 계정을 공유받는 이용자들도 OTT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비중이 더 높았다. 넷플릭스 계정을 공유받는 이용자 246명 중 ‘과금 조치 시 이용을 중단하겠다’라는 이용자는 46.3%, ‘계정 공유를 위해 비용을 내겠다’라는 이용자는 45.9%였다. ‘계정을 만들어 정가 구독을 하겠다’라는 이용자는 7.7%에 그쳤다.

영국 지식재산청, “계정 공유는 불법”

한편, 영국 정부가 넷플릭스 등 OTT 계정 비밀번호 공유는 불법이라고 공언했다. 영국 지식재산청(IPO)은 넷플릭스 계정 암호 공유가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해 형법·민법상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계약 조건 위반이나 2차 저작권침해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계정 공유 가입자들에게 법적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적은 없었지만, 영국 지식재산청의 이러한 공언이 계정 공유 유료화에 상당히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대한 사안을 “고객 피드백을 거친 뒤 2023년 초부터 방안을 시작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공유자를 단속하고 추가 요금도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에 대한 단속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추가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 공유자에 대한 단속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부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계정 비밀번호 공유는 불법이라고 공언한 만큼, 향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머지않아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국내 OTT 업계 역시 관련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소비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이겨내고 계정 공유 유료화를 해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OTT 업계는 이미 글로벌 OTT 업계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넷플릭스의 성과를 충분히 지켜본 후에 현명하게 대응해나가야 이용자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