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인간 본능 자극한 ‘피지컬: 100’, 글로벌 흥행

드라마에 이어 K-예능도 해외 시장에서 통했다. 가장 완벽한 몸을 찾기 위한 100명의 경쟁, 넷플릭스 <피지컬: 100>(Physical: 100)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매료했다.

지난 24일 공개된 <피지컬: 100>(기획·연출 장호기, 제작 MBC)은 가장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최고의 ‘몸’을 찾기 위해,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인이 3억원을 두고 벌이는 극강의 서바이벌 게임 예능이다. 전 국가대표 선수부터 보디빌더, 유튜버, 소방관, 전직 UDT까지 뛰어난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각 분야 대표가 모여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가장 완벽한 피지컬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된 <피지컬: 100>에서는 특정 운동 종목에서 벗어나 근지구력, 순발력, 밸런스 등 다양한 신체 능력을 필요로하는 퀘스트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첫 화에서는 기대와 긴장감이 공존한 첫 대면에 이어 천장에서 내려온 봉에 ‘오래 매달리기’ 프리 퀘스트(PRE-QUEST)가 진행됐다. 자신만만한 기세를 보이던 출연자들은 반으로 갈라지며 열린 바닥에 두려움을 드러냈고, 생존을 위한 양보없는 경쟁 속에서 우열이 갈렸다. 참가자들은 나이, 성별, 국적, 체급을 떠나 대결에 임했다. 승리를 향한 집념과 좌절이 뒤섞인 공중전은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손에도 땀을 쥐게 했다.

개인 결과를 통해 피지컬 순위가 새로 쓰여졌고, 첫 퀘스트 ‘일대일 데스매치 – 공 빼앗기’에서 베네핏이 적용됐다. 100명 중 절반이 탈락하는 이번 라운드에서는 높은 순위부터 상대를 직접 지목하고 경기장도 선택했다. 제한시간 3분 동안 공을 가진 한 사람만 생존, 상대 타격은 금하는 규칙. 탈락자는 자기 몸을 본 뜬 석고 토르소를 부수고 떠나게 된다.

본격적인 생존 게임에 경쟁자 선택 과정부터 각 참가자의 전략이 드러났다. 자신만만하게 최강자임을 자부하며 역으로 하위권에게 자신을 지목하라 도발하는 참가자부터 무조건 승리만 바라보며 여성 참가자를 택한 격투가(박형근)도 있었다.

첫 대결 주자인 댄서 차현승과 농부 김경진의 경쟁은 마치 야생의 힘겨루기와 같았다. 경기장에는 단 두 사람. 공을 두고 맞붙은 이들은 살과 살이 부딪히는 피지컬 전쟁으로 날것의 매력을 선사했다. 제작진은 2회 마지막 극적 순간에서 편집점을 잡으며 시청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 넷플릭스 TOP10 1위에 오른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 TV 시리즈 글로벌 순위 10위권(플릭스패트롤 기준)에 들며 글로벌 흥행 질주를 시작했다. 미국 리뷰 사이트 IMDb에서는 400여 명이 7.9점(10점 만점), 마이드라마리스트(MY Drama List) 유저 222명이 8.2점으로 호평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친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현실판 <오징어 게임>

100인 참가자들은 3억원의 상금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축구장 2개 규모의 거대한 세트장에서 “죽도록 싸우고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한 도전은 흡사 456억원 상금을 위해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드는 <오징어 게임>을 연상케 했다.

미묘한 긴장감과 동질감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냉정한 생존 게임. 방심하거나 포기하는 순간 탈락하는 냉혹한 상황에서도 참가자들은 서로 응원하거나 야유를 보내며 끈끈한 멤버십으로 과몰입을 유도했다.

살냄새 나는 예능이지만, 제작진은 치열한 서바이벌에 케케묵은 사연을 끼워 넣지 않았다. 이들은 도전에 임하는 전사로서 존재할 뿐 동정심을 유발하는 여론 조성은 배제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오롯이 힘과 힘 대결에 집중하며 카타르시스를 만끽했다.

다양한 피지컬의 향연

100인 참가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종격투기 선수 추성훈을 비롯하여, 스켈레톤 윤성빈, 체조 양학선, 레슬링 손희동 등의 각 종목의 프로 선수들뿐만 아니라 스포츠트레이너 심으뜸, UDT 출신 유튜버 에이전트 H, 댄서 차현승, 산악구조대 김민철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가 모였다.

참가자들의 각기 다른 피지컬을 감상하는 것은 <피지컬: 100>의 매력 중 하나다. 파워풀한 근육질부터 날렵하고 탄탄한 민첩성, 무게감이 느껴지는 육중함 등 직업 특성에 따라 다른 신체의 형태와 그 장점이 감탄을 자아냈다. 더불어 워너비 피지컬을 찾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 건강한 신체를 갈망하며 ‘운동 욕구’를 자극하는 선순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시장 염두에 둔 기획

<피지컬: 100> 제작은 지상파 방송사인 MBC가 담당했다. <PD 수첩> 장호기 PD가 기획-연출을 맡고, <쇼미더머니8> 강숙경-조근애 작가, BTS 월드 콘서트 참여한 유재헌 미술감독, <오징어 게임>의 김성수 음악감독 등이 의기투합해 사상 초유의 스케일의 리얼리티 쇼를 기획했다. 준비 기간은 1년 이상,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뒀다.

지상파 방송사가 가진 제작 노하우와 기획력은 세계 시장에서도 통했다. 자본력만 있다면 규모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문제는 알맹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획부터 참가자들을 어떻게 조명하고, 어떤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전달 방식, 즐거움을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까지 두루 갖추기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걸 MBC가 해냈다. 악마의 편집 없이도 100인의 경쟁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지웠다.

박성제 MBC 사장은 “MBC는 이제 지상파 TV가 아니다. 지상파 채널을 소유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라고 밝혔다. 자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넘어 OTT 플랫폼으로 콘텐츠 유통망 다각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다. <피지컬: 100> 론칭으로 글로벌 시장 반응을 이끈 MBC는 탄탄한 콘텐츠 제작 능력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시도를 꾀할 전망이다.

‘누가 더 힘이 센가?’ 겨루는 것은 예로부터 내려온 인간의 본능이며 영원한 관심사다. 우위를 점령하고픈 충동과 패배에 대한 두려움, 승부 앞에서 드러나는 껍데기 속 본성과 승리자의 여유. 그 모든 것이 얽히며 <피지컬: 100>이 탄생했다. 날 것의 본능을 자극하는 100인의 대결, 과연 최고의 피지컬을 가진 위너는 누가될지 그리고 유의미한 글로벌 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