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순차 공개 결정, 처음엔 의아” ‘카지노’ 강윤성 감독 [인터뷰]

시즌1의 모든 회차를 공개하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이 배우들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과 함께 첫 OTT 시리즈물 도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는 돈도 빽도 없이 필리핀에서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이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 연루되며 인생의 벼랑 끝에서 최후의 베팅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동안 스크린에서만 얼굴을 볼 수 있었던 최민식이 24년 만에 16부작의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로 복귀한다는 점과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장르물에서 독보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강윤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지난해 하반기 OTT 오리지널 가운데 가장 큰 기대작으로 꼽혔다.

강 감독은 최민식과의 각별한 인연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최민식이 먼저 손 내밀어준 덕분에 <카지노>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 사실 최민식과 강 감독은 영화 <인턴> 리메이크를 위해 처음 만났다. 하지만 리메이크가 무산되며 두 사람의 인연도 끊어지는 것 같았다. 이때 최민식이 먼저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않냐. 다른 작품 대본 써놓은 것 있으면 좀 보자”고 말한 것이 작품의 시작이었다.

최민식의 적극적인 모습은 촬영 내내 이어졌다. 감 감독은 “최민식 배우는 촬영 전부터 모든 상황을 다 지켜보시고 ‘이런 내용도 필요해 보인다’며 조언을 건네주신다. 늘 정해진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오셔서 준비를 많이 해주신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최민식은 가장 대선배인데도 불구하고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강 감독은 “대선배님이 현장을 즐겁게 만들어주시니까 후배 배우들도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연기 역량을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최민식과 대립하는 인물로 등장하는 손석구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강 감독과 손석구는 실제로도 친한 친구로, 평소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는 사이. 그는 “손석구는 자연스러운 연기에 탁월하다. 이번 작품 초반 시나리오 작업에서도 캐릭터를 만들 때 손석구의 힘이 컸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극 중 승훈의 대사는 실제 손석구 배우가 쓴 것도 많다. 제가 글을 쓰고 번역을 맡기면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잘 고쳐줬다”며 ‘찰떡’ 캐릭터의 비결을 털어놨다.

<카지노>는 시즌1을 공개하며 첫 주 3회 동시 공개, 이후 1주일에 1회를 추가하는 순차 공개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시즌1의 5회 말미에나 나오는 손석구의 등장이 너무 늦다는 원성도 있었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 촬영이 진행될수록 손석구가 ‘대세’가 됐다. 사실 상업적으로 접근한다면 얼마든 초반부에 등장시킬 수도 있었다. 다만 우리 이야기는 카지노에서 한 인물을 둘러싼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형사물은 아니라는 생각에 시즌1 중반부 투입을 밀어붙였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 외에도 이동휘에 대해서는 “캐릭터를 자기화 시키는 데 탁월한 배우”, 오달수는 “언젠가는 꼭 같이 해보고 싶었던 배우”라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낸 배우들에 대한 고마운 인사를 잊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이후 다시 한번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된 허성태와 김주령에 대해 강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떠올린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두 분을 섭외하게 됐다. 허성태 배우는 <범죄도시>에서 호흡을 맞춰보지 않았나. <카지노>의 태석이라는 빌런 역할도 잘 소화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김주령 배우는 여사장 역할에 적합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는 대부분을 작품의 배경이 되는 필리핀 현지에서 촬영했다. 제작발표회 당시 최민식이 “코로나19, 더위, 압박감의 삼중고를 겪었다”고 털어놓은 것처럼 해외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강 감독은 “실제 카지노에서 촬영을 했는데, 허가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필리핀 현지 카지노 조합의 허가가 어렵더라. 부족하거나 아쉬운 부분은 국내 호텔 카지노를 빌려 촬영하기도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필리핀의 덥고 습한 날씨와 부실한 치안도 촬영팀을 힘들게 했다는 후문이다. 강 감독은 “일부 장면들은 태양을 피할 그늘도 없는 무더위 속에서 찍어야 했다. 현지 스태프들, 배우들조차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라며 혀를 내두르더라. 너무 고생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소품팀이 현금 가방을 소매치기당한 일도 있었다. 현지에서 필요한 소품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늘 현금을 구비하고 다녔는데, 그 가방을 도둑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필리핀에서 촬영하는 약 3개월 동안 제작진과 배우들은 한 호텔에서 합숙하며 거의 ‘연구원’ 수준으로 작품을 해부했다고. 감 감독은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나니 배우들이 작품 속 캐릭터가 된 것 같았다”며 각별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함께한 모든 배우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고마움을 전하던 강 감독은 주인공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이규형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규형 배우가 올해 마흔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 10대 후반부터 20대를 아우르는 젊음을 연기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며 짧은 분량에도 깊은 서사를 완성한 이규형의 연기에 극찬을 보냈다.

<카지노>는 그동안 두 시간 안팎의 짧고 강렬한 이야기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났던 강 감독의 첫 OTT 도전작. 그는 “영화는 축약하는 게 힘들었는데, 드라마는 인물을 충분히 묘사랑 수 있어서 좋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이내 “문제는 찍어야 하는 분량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하루에 14신을 찍은 날도 있었다. 최민식 배우도 그런 점에서 쉽지 않은 것 같더라. 그만큼 많은 대사를 외워서 소화해야 하지 않나. 특히 영화는 촬영 순서가 달라도 크게 오가는 느낌이 덜한데, 시리즈는 6화를 찍다가 다음 장면에서 15화를 찍는 경우도 있었다”며 촬영 현장의 고충을 털어놨다.

‘카지노’는 오는 2월 15일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강 감독은 “사실 이야기를 나누는 게 큰 의미는 없다. 다만 OTT 이용자들이 16편을 연이어 보는 게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는 것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시즌제 공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다만 첫 주를 제외하면 한 주에 1개의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데는 많은 이용자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강 감독 역시 처음에는 이에 반박했다고. 그는 “사실 넷플릭스처럼 동시 공개가 낫지 않나 생각했다. 강렬한 이야기를 한 번에 내놓으면 이슈화되고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디즈니+가 순차 공개를 결정했다. 단시간에 타올랐다 사라지는 것보다 낫다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화제를 이어 나간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는 생각에 동의했고, 지금은 이 방식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후반 8부의 이야기가 그릴 시즌2에 대한 관전 포인트를 하나만 짚어달라는 요청에 강 감독은 “아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야기 전반이 카지노의 생태계에 대해 자세히 묘사됐다면 후반은 주인공에게 폭풍이 휘몰아치게 된다. 사람 차무식을 둘러싼 관계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로 눈길을 끈 <카지노>는 현재 디즈니+에 시즌1 8부가 모두 공개된 상태다. 시즌2는 오는 2월 15일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