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쪼개기 효과 확인한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 위기엔?

‘더 글로리’로 반짝 증가한 넷플릭스 활성이용자 수 파트2 공개 2주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효과 확인한 ‘쪼개기 신공’ 차기작으로 이어지나

사진=모바일인덱스

넷플릭스의 ‘쪼개기 전략’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더 글로리> 한정일까, 새로운 희망일까?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가입자 감소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이달 두 차례에 나눠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효과로 470만명을 웃돌았던 사용자가 해당 작품 파트2 공개 후 불과 2주 만에 260만명대로 급감한 것. 주력 콘텐츠의 성적에 따라 가입자의 대거 유입과 유출이 반복되는 만큼 넷플릭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7일 데이터 분석 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24일 넷플릭스 일간활성사용자 수(DAU)는 267만2,7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당일 넷플릭스 DAU가 474만8,605명이었음을 떠올리면 반토막에 가까운 수치다.

넷플릭스 DAU는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이튿날인 11일 488만 4,776명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사흘 차인 12일에는 435만9,444명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시작했고, 결국 24일 260만명대를 오가게 됐다. 이는 지난 2월 수준의 DAU다.

<더 글로리>는 이전까지 전 회차 동시 공개 방식을 고수하던 넷플릭스의 ‘파트제 공개’ 묘수가 가장 큰 효과를 거둔 선례로 꼽힌다. 실제 작품의 파트2를 공개한 지난 10일 넷플릭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평균 사용 시간은 83.53분으로 전날(63.28분)보다 20분 가까이 증가했다. 작품 공개가 금요일 오후 5시였던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은 퇴근 후 금요일 늦은 오후부터 작품 정주행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개 이튿날 역대 최고 DAU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넷플릭스는 모든 에피소드 동시 공개가  단기간 입소문을 타기에 좋고, 높은 화제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전 회차 동시 공개를 고수했다. 하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OTT 업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오랜 시간 구독자들을 플랫폼에 묶어둘 수단이 필요했다. 넷플릭스는 시즌을 거듭하며 탄탄한 팬덤을 확보한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시즌에 파트제 공개를 적용하며 그 가능성을 시험했고, <더 글로리>로 확신을 얻었다.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지난해 12월 30일 공개 후 3주 동안 [오늘의 OTT 통합 랭킹] 최상위를 석권했으며, 휴식기에 해당하는 올해 1월과 2월에도 [데일리 OTT 랭킹] 넷플릭스 차트 10위권을 지키며 식지 않은 열기를 자랑했다. 파트2 공개를 일주일 앞둔 3월 3일에는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하며 시청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보여줬다.

하지만 파트제 공개에 긍정적인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인기 드라마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총 12부작의 이야기를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에 나눠 공개했다. 작품은 파트1 공개 직후 “원작의 매력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을 마주했고, 넷플릭스는 파트2 공개에 맞춰 대규모 팬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해당 작품의 파트2는 “원작에 없던 오리지널리티가 가미돼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앞서 파트1을 보고 실망한 시청자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

업계는 국내 OTT 이용자 중 상당수가 ‘메뚜기족’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따라 매달 플랫폼을 옮겨 다닌다고 답한 OTT 이용자가 53%의 과반을 차지한 것. 이들 메뚜기 이용자는 원하는 콘텐츠의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되는 시점을 기다렸다가 ‘짧고 굵게’ 해당 작품을 정주행한 뒤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난다. 넷플릭스의 ‘반짝 가입자 증가’는 <더 글로리>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찾은 이용자들을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는 다른 무기가 없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불어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유료화 시도가 가시권에 들어오며 가입자 이탈은 더 가속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남미 일부 국가에 시범 운영한 하위 계정 추가 요금 부과 조치를 올해 캐나다,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에 도입했고, 전 세계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의 넷플릭스 계정 공유 제한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에서 현재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이용 중인 구독자(비용 분담 구독자)의 62.8%는 계정 공유 유료화 조치가 시행되면 넷플릭스를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계정 공유 금지화 조치에 플랫폼을 떠날 준비를 하는 이용자의 55.9%가 요금 부담을 이유로 꼽은 만큼 OTT 서비스의 경쟁력은 구독료를 상회하는 가치(재미)임이 분명해졌다. 결국 ‘비싼 구독료에도 불구하고 결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킬러 콘텐츠의 유무가 플랫폼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오는 4월 14일 문소리와 김희애 주연의 정치 드라마 <퀸메이커>를 공개한다. 총 12부작으로 제작된 <퀸메이커>는 아직 전체 공개와 파트제 공개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 넷플릭스가 <더 글로리>로 확인한 파트제 공개의 긍정적 효과를 다시 한번 노리며 쪼개기 신공을 발휘할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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