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영화 랭킹] 5/10 티빙·넷플·웨이브 – OTT에선 한국 영화
10일 OTT 영화 랭킹 SVOD 서비스 시작한 ‘영웅’, 곧장 1위 극장은 외화가 점령, OTT는 한국 영화 강세
한국 영화는 OTT에서 본다?
2023년은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창립 50주년이자 한국 영화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해다. 엔데믹의 시작과 함께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됐지만, 한국 영화는 외화에 밀려 흥행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전체 관객의 29%에 불과하다.
OTT에선 다르다. 올해 첫 스타트를 끊었던 <스위치>와 설 연휴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교섭>과 <유령>은 OTT로 무대를 옮긴 뒤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으며 스트리밍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각 플랫폼 영화 랭킹 1위에 자리했고, 지난 2022년 말 극장 개봉을 통해 먼저 관객들을 찾았지만 흥행에 참패했던 <젠틀맨>은 공개 직후인 지난 2월부터 아직까지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말 개봉해 300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던 <영웅> 또한 SVOD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곧장 차트 1위에 올라섰다.
극장에선 실패했지만 OTT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하게 오른 티켓값’이다.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들이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면서 영화 티켓값은 OTT 한 달 구독료 수준으로 뛰었고, 제값을 주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 보다 조금 기다린 후 OTT에서 그 작품은 물론, 다른 콘텐츠까지 함께 즐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나타난 것이다. 극장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한국 영화들이 OTT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다.
티빙(TVING) 1위는 <영웅 Hero>다. 지난 9일 OTT를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곧장 티빙 1위로 올라섰다. 항일 운동이 한창이던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뮤지컬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연출해 쌍천만 감독 타이틀을 얻은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원작 뮤지컬에서 안중근 역할을 맡았던 정성화와 함께 김고은,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 나문희, 조우진 등이 출연했다.
작품은 영화의 상황에 맞게 조절하지 않은 뮤지컬의 극 전환 기법, 독백 장면에서 몰입감을 깨는 카메라 워킹, ‘항일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웃음으로 표현하려 했다는 점 등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뮤지컬 영화에서 본 적 없는 현장 라이브 녹음 방식을 통해 뛰어난 음악 퀄리티를 선사한 점과 원작의 정성화 배우가 안중근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아 열연을 펼쳤다는 점이 주목을 받으며 총 326만 관객을 동원, 손익 분기점인 350만에는 살짝 못 미치지만 비슷한 기간 개봉했던 다른 한국 영화에 비해 선전하며 극장 장기 상영에 성공했다. 작품은 “애국심을 자극한다”, “웃다 울다 무한반복”이라는 평가와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OTT 구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어 한동안 차트 상단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넷플릭스(Netflix) 1위는 <교섭 The Point Men>(감독 임순례)이다. 탈레반에 인질로 잡힌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섭 작전을 벌이는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지난 2007년 일어난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작품은 톱배우 황정민과 현빈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지난 1월 개봉 이후 172만 관객 동원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개신교의 가장 큰 흑역사를 소재로 삼으며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렸고, 이에 따라 “비싼 극장에서 보기엔 돈이 아깝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하지만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OTT에서는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 넷플릭스에서 SVOD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웨이브(Wavve) 1위는 <젠틀맨 Gentleman>(감독 김경원)이다. 성공률 100% 흥신소 사장 지현수(주지훈 분)가 실종된 의뢰인을 찾기 위해 검사로 위장해 범죄자를 쫓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영화다. 작품은 극장에서는 22만 관객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OTT의 장점에 힘입어 지난 2월 공개 이후 아직까지 웨이브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