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도 OTT 시장으로, 이커머스-OTT 연계성 높아진다
OTT 시장으로 발걸음 옮기는 네이버, 쿠팡이 닦은 길 따라가나 무서운 성장률 기록한 쿠팡, 네이버의 성공도 따놓은 당상일까 미래 없는 ‘속도 경쟁’, OTT가 미래다?
네이버 시리즈온이 주문형 비디오(TVOD)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비디오(SVOD)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넷플릭스나 티빙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OTT로 방향성을 새로이 잡기 시작한 것이다.
네이버 시리즈온, PC 다운로드 상품 판매 종료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시리즈온은 오는 29일부터 PC 다운로드 소장 상품 판매를 종료한다. 단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시리즈온 앱에서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다. 29일부터 PC에서는 스트리밍 방식으로만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다운로드받은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시리즈온 플레이어와 다운로드 매니저 프로그램도 지원이 종료된다. 현재 시리즈온에서 다운로드 받은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은 시리즈온 플레이어에서만 재생할 수 있다. 시리즈온 플레이어에 문제가 생겨도 추가 업데이트로 이를 개선하지 않겠단 의미인 것으로 읽힌다.
네이버는 최근 스트리밍 위주로 변화한 VOD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나 티빙 등 OTT가 자리 잡으면서 작품을 구매해 파일 자체를 소장하는 경우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간 VOD를 별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는 18.1%에 불과한 반면 OTT 사용자는 72%에 달했다.
이에 대해 한 네이버 관계자는 “다운로드 서비스를 종료하는 대신 스트리밍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기술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며 “이동하면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모바일과 태블릿은 데이터 환경이 유동적이라 아직 다운로드 시청이 많아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네이버도 본격적으로 OTT 서비스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아직 네이버가 소유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없으나, 이미 시리즈온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도 있는 데다 일부 영화를 무료 제공하는 등 다수의 사용자 경험을 끌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시리즈온의 누적 사용자는 1,000만 명에 달했으며, 월 4,900원에 콘텐츠를 무제한 감상할 수 있는 OTT형 서비스 시리즈온 멤버십 사용자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TT로 방향성 잡은 네이버, ‘보안 솔루션’은 어떻게?
OTT 서비스로 방향성을 정한 만큼 네이버가 앞으로 고심해야 할 부분은 바로 ‘보안’이다. 넷플릭스 등 유료 콘텐츠 사업자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서비스하는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출돼 유료 가입자 수가 줄거나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다. ‘OO티비’ 등 해적 사이트의 등장은 유료 콘텐츠 사업자에 있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엔 이 같은 콘텐츠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해 특정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업체가 제공하는 단일 DRM 솔루션을 적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 PlayReady, 구글 Widevine Classic, 어도비 Access, 인터트러스트 Marlin, 잉카엔트웍스 Netsync DRM 등의 다양한 DRM 솔루션들이 콘텐츠 서비스 업체의 선택에 따라 사용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싱글 DRM’ 솔루션은 모두 ‘플러그인 방식 브라우저 지원’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진보한 방식의 보안 솔루션이 다수 제공되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크립티드 미디어 익스텐션(EXE)’ 규격은 웹 브라우저상에서 실행되는 HTML/Javascript 기반 웹 애플리케이션이 DRM과 상호 작용할 수 있게 하는 API를 제공해 암호화된 오디오와 비디오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한다. EME 규격과 ‘미디어 소스 익스텐션(MSE)’ 규격을 통해 기존에는 별도의 플러그인으로 지원되던 DRM 콘텐츠의 재생이 웹 브라우저 자체적으로 지원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방식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하나의 원본 콘텐츠를 두 가지 서로 다른 스트리밍 포맷으로 준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래엔 이조차 해결된 새로운 보안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단일 콘텐츠로 모든 브라우저와 플랫폼을 지원하는 ‘CMAF(Common Media Application Format) 규격이 발표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거의 Active X보다 진보한 솔루션들이 다수 생겨난 만큼 네이버가 이전의 한계를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성공한 쿠팡·아마존, 네이버도 성공할 수 있을 듯
최근 OTT와 이커머스를 연계한 ‘쿠팡플레이’의 성장세는 가히 무서울 지경이다.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EPL 토트넘 경기를 본격적으로 중계하기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5월까지 각각 19.8%, 44.6%, 31.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SNL코리아>가 공개되면서 쿠팡플레이의 MAU는 29.4% 급증하기도 했다. 네이버 또한 네이버 스토어와 시리즈온을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 역시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살아남았다. 실제 전자상거래, OTT, 더 나아가 콘텐츠를 함께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전략의 원조는 아마존이다. 2006년 OTT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한 아마존은 TV 시리즈계의 오스카라고 불리는 에미상을 수상한 <마블러브 미스 메이슬 시즌3> 등을 비롯해 후보에 오른 <트렌스페어런트>, <모차르트 인 더 정글>, <더 보이즈> 등의 시리즈를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공개했다. 현재 아마존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다.
또한 아마존은 미국 NFL, 프랑스 리그앙, EPL 등의 중계권을 확보하며 스포츠 중계에도 열을 올렸다. 이외에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뮤직’,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게이밍’, 개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 만화 서비스 ‘코믹솔로지’ 등을 운영하며 콘텐츠사업자(CP)로서도 발을 넓혀갔다. 네이버의 성공이 점쳐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
‘싼 가격’과 ‘빠른 배송’만 내세운 이커머스 경쟁엔 미래가 없다. 지속가능성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경쟁은 치열한데 고객 혜택을 늘려야 하는 입장에서 이 한계를 이커머스 서비스만으로 해결하기란 쉽지가 않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OTT로 방향성을 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과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쿠팡은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이커머스와 OTT의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을 택한 만큼 이미 성공에 한발 다가간 것과 다름없다. 네이버의 앞날이 기대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