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시간 느는데 적자도 커진다? 토종 OTT, ‘신규 가입자’ 유치 위해 나아갈 길

월평균 이용 시간으로 ‘넷플릭스’ 앞지른 티빙, 콘텐츠 파워 입증 성공? 유료 가입자 성장 정체로 사실상 적자 커지는 상황, 이용 시간은 중요치 않다 국내 OTT 시장 한계 부딪혀, 효과적인 해외 진출 위한 ‘내실 다지기’ 필요

사진=티빙

티빙의 올해 5월 이용자당 월평균 사용 일수·사용 시간이 넷플릭스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한 토종 OTT 플랫폼이 ‘가입자 유지’ 부분에서만큼은 넷플릭스와 대등한 입지를 점한 것이다. 하지만 유료 가입자 수가 정체하며 ‘적자 탈출’의 꿈은 오히려 점점 멀어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현 국내 시장에 중요한 것은 평균 이용 시간이 아닌 ‘신규 이용자 유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K-콘텐츠의 경쟁력은 갖춰졌지만,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신규 이용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며 오히려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토종 OTT의 ‘해외 진출’ 필요성이 대두된다.

티빙, 이용자당 월평균 사용 시간 넷플릭스 앞질러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올해 5월 이용자당 월평균 사용 일수는 9.92일, 이용자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9.58시간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이용자당 월평균 사용 일수는 9.41일, 월평균 사용 시간은 8.85시간이었다. 쌓여가는 적자로 허덕이는 티빙이 사용 일수·사용 시간 부문에서는 넷플릭스를 앞지른 것이다.

티빙은 서비스 이용 시간 확보의 비결로 매월 2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공개를 지목했다. 실제 티빙은 △<유미의 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방과 후 전쟁활동> 등 오리지널 드라마와 △<여고추리반> △<환승연애> 등 오리지널 예능을 통해 국내 이용자 유치에 힘써온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OTT 시장에서 월평균 이용 시간은 큰 의미 없는 지표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결국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지 못하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무리한 콘텐츠 투자로 인한 적자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오리지널 콘텐츠 찍어내기로 기존 구독자의 시청 시간을 늘려봤자 ‘현상 유지’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장시간 이용자보다 ‘신규 이용자’ 필요

OTT들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유료 구독자 ‘임계치’를 넘겨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OTT의 유료 구독자 임계치는 500만 명 수준이라고 추산한다. 지난해 1,190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티빙의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투자비 증액 없이 현재 300만 명인 유료 구독자 수를 500만 명까지 늘려야 하는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유료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콘텐츠 제작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내 OTT 이용자들이 제공되는 콘텐츠에 따라 구독 및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형 오리지널 콘텐츠의 출시 간격을 좁히지 않으면 신규 가입자 성장은커녕 기존 가입자마저 줄줄이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OTT들은 투자비 증가와 손실 확대로 인해 적자에 허우적대고 있다.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이 이상 투자를 늘렸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양지을 티빙 대표는 CJ ENM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콘텐츠 투자비 확대 대신 UI·UX 개선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외 진출’ 역량 강화 급선무

최근 토종 OTT들의 시청자 추이는 증가세 둔화를 넘어서 정체기에 돌입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의 적자가 지속될 경우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 우려한다. 시장 규모를 키워 적자 폭을 줄이면서 신규 재원을 수혈하지 않으면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시장의 한계를 느낀 토종 OTT 업계는 속속 해외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역량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에 힘이 실린다. 실제로 정부의 해외 진출 지원은 현지 정보 부족으로 인해 ‘헛바퀴’를 도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업체들이 직접 발로 뛰어 현지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티빙을 비롯한 토종 OTT 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조사할 역량과 잠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을 갖추고 있는지, 또 이미 넷플릭스와 같은 공룡 OTT 기업이 선점한 해외 시장에서 구체적 성과를 낼 만한 전략을 도출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미 토종 OTT 업체의 ‘콘텐츠 파워’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부어 이용자를 잡아두고, 재차 적자가 쌓이는 악순환을 멈춰야 할 때다. 토종 OTT가 유료 가입자 수 임계점을 넘기고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을 이룩하려면 결국 해외 진출을 위한 역량 강화가 급선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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