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종편과 길 찾은 OTT, ‘장르별 분화’로 프로그램 다양성 제고

‘일회성’ 쿠팡플레이와 ‘다회성’ 티빙, ‘전략 차이’에서 발생하는 DAU 차이 종편의 경쟁력 하락 추세, 주요 공급자 된 OTT OTT 분화로 장르 다양성 증가했지만, ‘좋은 콘텐츠’ 압박감도 덩달아 ↑

넷플릭스의 뒤를 쫓는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들이 각각 매출 다변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이벤트와 최신 영화 콘텐츠 수급 등으로 신규 이용자를 늘리며 급성장하고 있으며 티빙·웨이브는 ‘매일 찾는 OTT’를 목표로 콘텐츠 풀(pool) 확장을 통해 이용자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쿠팡플레이, MAU는 높은데 DAU는 낮다?

6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6월 MAU(월간 활성화 지수)는 487만 명으로 국내 대표 OTT 서비스 중 하나인 웨이브(395만 명)를 넘어섰다. 부동의 1위 넷플릭스(1,142만 명)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2위인 티빙(519만 명)과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MAU는 한 달 동안의 서비스 이용자 수로, 온라인 서비스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MAU는 한 달 동안 1회 이상만 접속하면 수치로 기록된다.

이런 한편 하루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DAU(일간활성화지수)의 경우 순위가 조금 달랐다. 6월 국내 OTT의 평균 DAU는 넷플릭스가 275만 명으로 1위였고, 티빙(135만 명)과 웨이브(105만 명)가 뒤를 이었다. MAU에서 웨이브를 크게 제쳤던 쿠팡플레이는 DAU의 경우 63만 명으로 오히려 40만 명 넘게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월간 사용 일수 및 사용 시간 역시 다른 OTT 서비스와 쿠팡플레이 간 다른 양상을 보였다. 6월 한 달 동안 사용 일수가 가장 많았던 OTT는 웨이브로 총 10.54일을 기록했다. 다음은 티빙(9.81일), 넷플릭스(9.08일)였고, 쿠팡플레이는 5.38일로 절반 수준이었다. 사용 시간이 가장 긴 OTT 역시 웨이브(636.4분)였으며, 티빙(557.35분)과 넷플릭스(505.02분)도 500분대였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206.3분에 그쳤다.

‘분화’되는 OTT 시장

이 같은 지표 상황은 OTT 시장이 ‘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쿠팡플레이는 한 달에 한 번씩 이용하는 정도의 OTT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고, 티빙·웨이브 등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해서 생산하며 OTT의 고정 시청자층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애초 티빙·웨이브와 쿠팡플레이의 OTT 서비스 운영 목표부터 근본적으로 다르다. 쿠팡플레이는 주력 비즈니스인 유통사업(쿠팡)을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쿠팡플레이는 쿠팡과 연계해 화제성 높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등을 기획하면서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특히 스포츠 중계는 일회성의 측면이 강한 만큼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접속해도 기록되는 MAU에서만 높은 수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티빙·웨이브의 경우에는 쿠팡플레이와 달리 TV 못지않게 많은 이용자가 ‘매일 이용하는 매체’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들이 DAU 지표에서 큰 등락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종편 4사 로고/사진=TV조선, JTBC, 채널A, MBN

경쟁력 잃은 종편, OTT도 방심해선 안 돼

2011년 12월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은 지난 시간 동안 크게 성장해 방송 시장의 주요 사업자가 됐다. 지상파 방송 3사의 과점 상황이었으나 종합편성채널이 주요 공급자로 등장하며 방송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후 종편채널의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종편 4사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 방송 주 시청 시간대 기준) 합계는 2012년 2.5%에 불과했으나, 2021년 9.8%로 거의 4배 증가했다. 이처럼 종편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프로그램 다양성 확보’ 덕이었다.

이런 종편도 최근 점차 밀려나는 추세다. 다름 아닌 ‘OTT’에 의해서 말이다. 프로그램 다양성 면에서는 OTT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특히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찍어내는 현 OTT 플랫폼들을 보면 종편은 이제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편채널 등장 이후 프로그램 장르의 다양성이 증가했듯, 현재 OTT 플랫폼들이 저마다의 콘텐츠를 내놓기 시작하며 다양성은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증가했다. OTT가 장르별로 분화되고 있는 것 또한 다양성 증가의 곁가지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옳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 중심으로, 티빙 등은 드라마 등을 중심으로 자기만의 영역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이용자들에게 무궁한 시청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OTT 플랫폼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바로 ‘기존의 부가서비스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서비스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다만 각자의 계열로 분화되고 있다 한들 OTT 플랫폼들은 여전히 안심해선 안 된다. 종편이 한계를 보이고 있듯, OTT 플랫폼도 언젠가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일 방문 횟수가 높은 OTT 플랫폼일수록 콘텐츠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한데 ‘좋은 콘텐츠’의 공급이 끊기는 순간 OTT 플랫폼은 그대로 나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특정 서비스 특화 모델을 강화해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OTT 플랫폼들은 플랫폼 자체를 유지할 만한 콘텐츠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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