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OTT 예능 맞나 싶은 티빙 ‘브로 앤 마블’
티빙 오리지널 예능 ‘브로 앤 마블’ 2주 연속 티빙 유료가입기여 1위, 네티즌 반응은 ‘갸웃’ 익숙한 포맷, 노련한 출연자들, ‘OTT 강점’은 부재
노련함과 맞바꾼 재미. 티빙 <브로 앤 마블>에선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브로 앤 마블>이 지난 7월 21일 시청자를 만났다. 세계적인 도시 두바이에서 ‘현실판 부루마불’ 게임을 통해 여행을 즐기는 이 프로그램은 게임판의 설계자로 등장한 이승기를 비롯해 규현, 지석진, 조세호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많은 프로 방송인, 이동휘와 유연석 등 배우, 조슈아, 호시에 이르는 아이돌까지 다채로운 라인업으로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렇다면 공개 후 성적은 어떨까. 티빙은 4개의 에피소드를 공개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브로 앤 마블>이 2주 연속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에서 확인 가능한 차트에서는 존재감이 다소 미미한 수준이다. <브로 앤 마블>은 오늘(2일) 기준 [오늘의 OTT 통합 랭킹] 2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비롯해 [데일리 OTT 랭킹]에서는 티빙 18위에 머물며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1화에서는 초호화 부루마불이 정체를 드러냈다. 두바이의 한 호텔 정원에 마련된 게임 테이블은 황금색 외관을 비롯해 대형 모니터를 장착하는 등 프로그램을 위해 별도 제작된 것임을 한눈에 알아보기 충분했다. 이와 더불어 ‘돈 냄새 나는 어른들의 부루마불’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에 맞게 출연진은 연신 “5,000만원짜리”를 강조했고, 자막 역시 반복적으로 담아내며 대형 스케일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규현과 유연석의 ‘갓브로’, 지석진과 이동휘의 ‘지브로’, 조슈아와 호시의 ‘시브로’ 세 팀으로 나뉜 출연자들은 저마다의 소장품을 담보로 게임에 필요한 머니를 빌려 테이블에 앉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임은 추억의 보드게임 부루마불과 비슷했다.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숫자만큼 이동하고, 도착한 곳의 땅을 구입하면 다른 팀이 그 땅을 밟을 때마다 통행료를 받는 식이다. 원조 부루마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전 세계의 주요 도시와 랜드마크 대신 두바이의 관광 명소로 게임판이 구성돼 있다는 점, 게임을 통해 구입한 땅으로 실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 뱅커의 영역인 ‘B’ 땅을 밟는 순간 게임이 종료된다는 점 등이다.
첫 번째 게임에서는 이름처럼 신들린 게임 운영을 선보인 갓브로가 럭셔리 여행의 주인공이 됐다. 규현과 유연석은 두바이의 대표적 명소 ‘버즈 알 아랍’ 투어에 나섰다. 하지만 본격 버즈 알 아랍 투어에 앞선 헬기 투어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가진 돈을 전부 탕진하며 대출까지 받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겼다.
전작인 디즈니+ 오리지널 <카지노>에서 필리핀 카지노 에이전트 역을 소화한 이동휘는 ‘전직 카지노 업자’를 자처하며 화려한 손놀림을 선보였지만, 생각만큼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 막바지 운 좋게 획득한 요술램프 카드로 ‘부르즈 할리파’ 투어에 나설 수 있었다. 이동휘와 지석진은 올드 시티를 걸으며 두바이 전통 의상을 입어보기도 하고 부르즈 할리파의 초대형 분수 쇼와 LED 쇼를 관람하며 연신 감탄했다.
1화를 시청한 이들은 “어디서 많이 본 포맷”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방영된 ENA <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을 언급하며 “포맷은 <지구마불>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 같은데, 세계 여행도 아니고 두바이 관광 명소 소개해 주는 것에 불과해 도리어 스케일은 작아진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당시 <지구마불>은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하는 등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익숙한 프로 방송인이 아닌 빠니보틀, 곽준빈, 원지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출연으로 신선함을 잡았다는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얻었다.
<브로 앤 마블> 1화의 재미 역시 ‘신선함’에서 나왔다. 낙오에 가까운 B 땅으로의 여행을 떠난 조슈아와 호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하는 내내 널뛰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예능 신생아’의 면모를 보였고, 도착한 사막에서는 탈출을 위한 삽질에만 집중했다. 흔한 멘트 한 마디 없이 다소 허술한 삽질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럭셔리 투어를 가장한 두바이 홍보에 나선 앞선 두 팀과 대조되며 더 큰 재미를 안겼다. 고된 하루를 끝낸 조슈아와 호시는 “형들이랑 게임하는 거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고 싶다”는 말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했다.
이어 7월 28일 공개된 3화에서는 ‘독박’이라는 주제와 함께 뱅커 이승기가 참전해 더 치열한 게임이 전개됐다. 게임 결과 지브로 팀과 시브로 팀은 베르사체 호텔 럭셔리 투어를 떠났고, 뱅커의 표적이 된 갓브로 팀은 B 땅에 떨어져 무인도를 탈출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그늘 한 점 없는 무인도에 떨어져 주사위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연신 허탕을 반복하자 유연석은 “이게 정말 재밌는 게 맞아?”라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규현은 “지금 티빙 구독자분들 뒤집어지고 계실 거다”라는 말로 받아쳤다.
이어진 게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출연자들조차 게임에 큰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다른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식상한 연출이 계속된 것. 중동을 콘셉트로 한 세 가지 테마에 따라 각자의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게임에서 3L(리터)의 물을 마셔야 했던 이동휘는 유연석의 방해로 미션에 실패하자 “안 그래도 힘들었는데 다행”이라며 안도했고, 멤버들의 포토카드를 판매해 현금으로 만들어와야 하는 지석진은 호시에게 포토카드를 빼앗겨 예정에 없던 추격전을 펼쳤다.
주요 장면의 시간 끌기식 편집이나 게임과는 전혀 무관한 간접 광고도 프로그램을 즐기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했다. TV 프로그램의 경우 중요한 장면에서 시간을 끌거나 끊어가는 방식이 중간 광고를 삽입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중간 광고가 없는 OTT 콘텐츠에서 필요 이상의 시간 끌기는 ‘건너뛰기’를 누르거나 심한 경우 콘텐츠 재생을 중단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브로 앤 마블>은 게임에서 반복되는 주사위 장면에서 교묘히 속도를 늦추거나 반복 재생하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고, 부루마불과도, 두바이와도 큰 관련이 없는 캡슐 커피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몰입을 방해했다.
이같은 단점과 동시에 장점도 존재한다. 바로 출연자들의 밸런스가 그것이다. 평소 절친으로 유명하지만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브로’들의 조합은 프로그램이나 게임과는 별개로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같은 그룹으로 활동한 조슈아와 호시를 제외하면 유연석-규현, 이동휘-지석진은 배우-프로 예능인 조합으로 열정 과다 혹은 날 것 그대로의 말과 행동을 다른 팀원이 강약을 조절하며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지석진과 이동휘는 특유의 ‘노부부 케미’를 발휘하며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다만 <브로 앤 마블>이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OTT 콘텐츠는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과 비교했을 때 소재와 주제, 표현 방식 등에 자유가 보장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OTT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흥행’보다는 ‘다양성’에 가치를 뒀다. 넷플릭스는 전통과 노동의 가치를 다룬 <코리아 넘버원>, TV 다큐멘터리에서 다루지 못한 적나라한 진실을 추적한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 등을 통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고, 웨이브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룬 <메리 퀴어>, <남의 연애> 등을 선보이며 다양성을 추구했다. 쿠팡플레이는 케이블 방송이었던 <SNL 코리아>를 OTT로 옮겨가며 한층 신랄한 풍자를 장착해 OTT 콘텐츠만의 강점을 살렸다.
많은 시청자가 지적하듯 <브로 앤 마블>의 신선함이나 다양성은 예능 새내기 조슈아와 호시의 활약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추억의 보드게임을 통해 여행을 떠난다는 점은 앞서 언급했듯 <지구마불>을 떠올리게 하며, 낙타와 원숭이 등 분장 쇼는 tvN <신서유기> 시리즈와 겹쳐 보인다. 예고도 없이 시작되는 추격전은 SBS <런닝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브로 앤 마블>은 총 8화의 에피소드 중 4개를 공개하며 절반을 남겨둔 상태다. 4화의 막바지에 낙타를 끌고 등장한 의문의 명품남이 방송인 조세호로 예고된 가운데, “좋은 출연자와 그렇지 못한 편집”이라는 지금까지의 전반적인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색다른 재미를 위한 고민이 절실하다.
한편 티빙 오리지널 예능 <브로 앤 마블>은 지난 7월 21일 첫 공개 후 매주 금요일 2개를 에피소드를 추가한다. 해외에는 라쿠텐 비키(RakutenViki)를 통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