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따라 ‘광고 요금제’ 시도하는 티빙, “자칫하다 ‘모래성’ 무너질라”

2분기 연속 적자 기록한 CJ ENM, ‘위기론’ 강화 수익성 개선 강조하고 나선 CJ ENM, “BM 다각화 모색할 것” ‘광고 요금제’ 도입, 티빙에 ‘득’일까 ‘실’일까

사진=티빙

CJ ENM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CJ ENM의 올 2분기 매출은 1조489억원, 영업손실은 304억원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더군다나 전년 2분기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직전 분기 손실 503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인 게 그나마 위안이었으나, 상반기 누적 적자가 800억원을 넘어서면서 그나마의 위안도 찾기 어려워졌다.

‘적자’ 가시밭길 걷는 CJ ENM

연속 적자 성적표가 도출되자 CJ ENM은 하반기 경영전략에서 수익성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티빙의 BM 다각화다. 자사 OTT 플랫폼인 티빙의 수익 모델을 바꾸겠단 이야기다.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에서 분리된 뒤 단 한 번도 흑자 성적표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엔 1,19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엔 386억원, 2분기엔 479억원의 손순실을 냈다. CJ ENM은 외적으로 “올 1분기 기준 티빙 유료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69.2%나 증가했다”며 자랑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적자가 쌓이는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CJ ENM이 티빙을 살려낼 카드는 그다지 많지 않다. 구독형 OTT 수익의 대부분은 이용자가 매달 내는 요금제에서 나오는데, 이를 고려하면 BM 다각화는 결국 ‘요금제의 다양화’로 요약된다. 실제 CJ ENM은 “일반 구독 모델 외 광고 모델 확대나 가격대를 다양화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설명을 토대로 업계에선 티빙이 하반기쯤 ‘광고 요금제’를 새로이 도입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광고 요금제는 일반 요금제보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콘텐츠를 시청할 때마다 광고를 봐야 한다. 플랫폼 입장에선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요금제를 내세워 가입자를 늘리고, 콘텐츠에 넣는 광고료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넷플릭스 성공 소식에, 티빙 ‘시계’ 돌기 시작했다

광고 요금제가 돈이 된다는 건 이미 넷플릭스가 증명했다. 지난해 11월 광고 요금제를 도입한 넷플릭스는 올 1분기 신규 가입자를 175만 명 유치했고, 2분기엔 589만 명을 더 늘렸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나은 수치를 발표했다. 특히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가입자는 50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정 공유 금지 조치 또한 넷플릭스 가입자 증대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의 성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CJ ENM의 시계도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최근 CJ ENM은 IT개발 부문 인력을 다수 채용하기 시작했다. 당초 연출, 제작, PD 등 직군에 국한돼 있던 CJ ENM의 인재 채용 범위는 IT개발, 데이터 엔지니어 등 통계학 전문가 등까지 넓어졌다. 이에 업계에선 “CJ ENM이 광고 요금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주희 티빙 대표/사진=CJ ENM

두 마리 토끼 다 잡겠단 티빙, 업계에선 “글쎄”

다만 티빙이 넷플릭스처럼 ‘가입자 수 증가’와 ‘수익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높은 요금제를 이용하던 가입자가 광고 요금제로 낮출 경우 가입자당 매출이 오히려 감소할 우려도 있다.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 문제로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이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다. 광고주들의 호응이 예상보다 뜨겁지 않으면 광고로 얻는 추가 수익도 신통치 않을 수 있다. 광고 노출이 고객의 시청 경험을 방해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CJ ENM이 전략적 방향성을 잘못 모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 티빙이 침체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국내 OTT 시장 점유율 1위인 넷플릭스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 큰데, 이 같은 상황에서 넷플릭스와 비슷한 전략만 취한다는 건 수익성 개선에 큰 뜻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선 매력적인 콘텐츠를 수급해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를 추가하면 할수록 영업이익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CJ ENM이 ‘콘텐츠 딜레마’를 무시한 채 광고 요금제 도입만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넷플릭스가 한국 이용자 지표에서 티빙을 압도하는 건 광고 요금제 도입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들에게 큰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여준 덕분이다. 반면 티빙이 내놓는 콘텐츠들은 갈수록 부진한 성과만 기록하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확 떴다 확 갔다’는 힐난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 전략 성공과 관련해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광고 수요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고 광고주가 글로벌 넘버원 플랫폼이란 타이틀에 몰리면서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면 득보단 실이 더 많을 것이란 우려를 상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영향력과 경쟁력이 넷플릭스와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티빙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티빙의 경우 수익이 좁은 내수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발을 뻗는 전략이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티빙은 광고 요금제 등 BM 다각화로 인한 가입자 이탈 우려를 일축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최근 티빙 가입자 로열티와 체류 시간이 굉장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리스크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도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활동, 콘텐츠 강화를 통해 가입자들의 참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 하에 광고 모델 도입 후에도 가입자 이탈 우려보단 득이 더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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