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독한 맛 빠졌지만 ‘아는 맛’은 무섭다, 넷플 ‘데블스 플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 플랜’ 믿고 보는 ‘정종연 PD표’ 두뇌 서바이벌 긴장감은 빠졌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마력

사진=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최강자의 재림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은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다양한 두뇌 예능 시리즈를 연출해 온 정종연 PD의 신작으로 공개 전부터 예비 시청자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데블스 플랜>을 “10년간 두뇌 서바이벌을 만들면서 찾아낸 개선점들을 모아서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정종연 PD는 두뇌 서바이벌 애청자들에게 익숙한 얼굴을 모두 지우고 신선한 조합으로 출연진을 꾸렸다. 하석진-조연우-이혜성-이시원-승관-서유민-서동주-박경림-김동재-기욤-궤도-곽준빈 등 12인이 그 주인공. 똑똑하기로 유명한 이들부터 인기 연예인, 유튜버도 있지만, 프로게이머, 바둑기사, 의사, 대학생까지 다양한 직업군에서 선출됐다.

12인의 출연진은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이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약 600평 규모의 부지에 새로 지은 세트에서 7일간 생활하며 하루 2차례 이상 게임을 펼친다. 세트는 생활동과 게임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촬영 기간엔 전자기기 사용이 일절 금지됐다. 게임은 생존과 직결된 피스를 딸 수 있는 메인 매치와 최대 5억원의 상금을 쌓을 수 있는 상금 매치로 이뤄졌으며, 두뇌 서바이벌의 묘미인 정치는 물론 기억력, 수리력, 언어력 등 다양한 방면의 능력이 요구되는 게임들로 구성됐다.

지난 9월 26일 공개된 <데블스 플랜> 1~4화에서는 오직 승리를 위해 치열한 두뇌 싸움을 시작하는 플레이어 12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들은 새로운 얼굴과의 첫 합숙에 설레하면서도 서로를 탐색하고 견제하며 두뇌 서바이벌의 시작을 알렸고, 연합과 배신, 경쟁을 펼치며 <데블스 플랜>만의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사진=넷플릭스

첫 번째 메인 매치는 ‘바이러스 게임’, ‘마피아 게임’을 연상케 하는 이 게임은 바이러스를 퍼트리려는 테러리스트들과 이를 막아야 하는 시민들의 대결이다. 시민들 중에는 아무 능력이 없는 일반 시민과 더불어 항체 보유자, 라운드마다 원하는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있는 기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원이 포함돼 있고, 테러리스트가 모두 죽거나 치료제 제조에 성공하면 승리한다. 반대로 테러리스트는 게임 종료 시 한 명 이상 살아남았거나 항체 보유자를 제외한 모든 시민이 사망할 경우 승리한다.

첫 게임은 탈락자가 없이 지나갔지만, 새로운 구성에 출연진들은 고민에 빠졌다. 정종연 PD의 예능에서 그동안 볼 수 없던 ‘감옥’이 추가된 것. 감옥에는 매일 두 명의 참가자가 갇히게 되며, 어두운 단칸방에 간이 화장실 하나만 딸린 감옥의 문은 참가자 박경림과 서유민이 열었다. 두 사람이 감옥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10인의 참가자는 상금 매치를 시작했다. 첫 번째 상금 매치는 ‘협동 퍼즐’. 정해진 모양에 맞춰 퍼즐을 완성해야 하는 게임에서 똘똘 뭉친 10인은 무난한 성공을 예견했지만, 8라운드에서 실패하며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둘째 날의 게임은 3~4화에서 그려졌다. 이날의 메인 매치는 각자 만드는 개인 규칙과 단체 규칙이 적용되는 주사위 게임 ‘규칙 레이스’. 벌써부터 다수 연합과 소수 연합으로 나뉜 이들은 치열한 전쟁 끝에 한 명의 탈락자를 탄생시켰다. 출연진 궤도를 중심으로 생성된 다수 연합은 강력했고, 뛰어난 두뇌 회전으로 다수 연합을 바짝 추격하던 소수 연합은 결국 쓰디쓴 결과를 마주했다. 저녁에 펼쳐진 상금 매치는 ‘기억의 조각’. 이들은 야심 차게 내보낸 첫 출연자가 1라운드부터 패스를 외치자 당황했지만, 출연자 서동주의 활약으로 가볍게 상금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3일 공개된 5~9화에서도 두뇌 서바이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도의 심리전과 함께 연합과 배신을 오가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출연진들은 매인 매치가 시작되자마자 이들은 첩보 작전을 연상케 하는 치열한 비밀 연합과 날 선 대립 등으로 숨 막히는 접전을 펼쳤고, 3명의 참가자가 추가로 탈락했다. 이어서 진행된 상금 매치에서는 앞선 게임들의 엇갈리는 ‘파국’이 무색할 만큼 의리 넘치는 협동심으로 상금을 따내며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사진=넷플릭스

추석 연휴를 정조준하며 공개된 <데블스 플랜>은 기대만큼 뜨거운 화제성을 이끌었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이목도 집중됐다. 작품은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TOP10 7위를 기록,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첫 주 230만 시청 수를 기록, 6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3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홍콩, 일본, 대만, 태국, 모로코 등 23개국 TOP10 리스트에 진입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12인의 출연진이 써 내려가는 예측 불가한 믿음과 배신의 서사가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극대화한 것. 작품은 “어려운 과제에 대응해 참가자들이 투쟁하고 연합하는 모습 등에 상상도 못 했던 재미가 숨어있다”는 정종연 PD의 말처럼 첫 화부터 다채로운 게임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경쟁, 연합, 배신의 스토리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두뇌 게임이 아닌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은 풍성한 이야기로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

익숙한 듯 신선한 게임들도 몰입감을 높였다. ‘마피아 게임’을 연상시키는 게임부터 퍼즐 맞추기, 기억력 테스트 등 게임의 난이도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수준. 정종연 PD의 전작이자 대표작인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 비하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게임들로 구성됐다. 게임의 쉬운 난이도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왔다. <데블스 플랜>의 시청 후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에는 함께 문제를 푸는 시청자들이 등장했고, 이는 보는 이들의 재미를 더하며 두뇌 예능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반면 게임의 쉬운 난이도만큼 ‘독한 맛’이 빠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더 지니어스>의 데스 매치가 사라지면서 플레이어들이 잘 연합한다면 탈락자 발생을 최소화하거나 없게 할 수 있게 되면서 서바이벌 특유의 ‘긴장감’이 사라졌다는 것. 또한 궤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다수 연합과 판을 뒤흔드는 ‘킹 슬레이어’의 부재 또한 두뇌 서바이벌의 쫄깃한 매력을 떨어뜨리며 아쉬움을 샀다.

소수 연합도 해낼 수 있다는 반전 드라마를 선보였던 티빙의 오리지널 두뇌 예능 <더 타임 호텔>과 두뇌 싸움은 물론 몸싸움까지 펼쳐졌던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2>에 비해 ‘순한 맛’으로 구성되며 두뇌 예능 팬들에게 비판을 얻은 것. 또한 아직까지 모든 두뇌 예능의 핵심 플레이어인 ‘악역’의 존재가 없어 큰 갈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또한 밋밋한 반응을 이끌었다.

이처럼 정종연 PD의 넷플릭스 연출작으로 좀 더 자극적인 맛을 기대한 시청자들에겐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지만, <데블스 플랜>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본기에 탄탄한 서바이벌 예능으로 “아는 맛이 무섭다”는 반응을 이끌고 있다. ‘마라 맛’은 없지만, 제한된 상금을 두고 펼쳐지는 만큼 후반부로 갈수록 참가자들의 ‘피 튀기는’ 경쟁도 기대해볼만 하다. 최대 5억 원 상금의 주인공은 누가 될 지 남은 이야기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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