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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1.4nm 공정 세부 내용 공개 GAA 등 새로운 기술 적용한 '신노드' TSMC와 삼성·인텔 간 격차 커질 듯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오는 2028년까지 가장 앞선 기술의 1.4나노미터(nm) 공정의 칩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TSMC는 이미 높은 수율과 안정화된 공정으로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을 확보한 만큼 1.4nm 양산을 계기로 초미세 공정 기술 경쟁에서 선두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부터 1.4nm 공정 기반 칩을 양산할 계획이지만, 2nm 공정에서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1.4nm 개발이 중단된 상황이다.
TSMC "속도·전력 소모 등에서 큰 개선 이뤄"
24일 TSMC는 '2025 북미 테크 컨퍼런스'에서 TSMC는 1.4nm급 반도체 공정기술 A14의 세부 사양을 공개하고 2028년부터 1.4nm 공정 기반 칩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A14는 종전 공정을 업데이트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구축한 '신노드'다. TSMC에 따르면 전류를 흘려주는 채널을 트랜지스터가 사방에서 감싸며 제어하는 방식인 2세대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나노시트 트랜지스터, 트랜지스터 배치를 훨씬 더 유연하게 해주는 '나노플렉스 프로(NanoFlex Pro) 기술 등이 적용된다.
신기술이 대거 적용된 A14 공정은 현재 N2 공정 대비 성능·전력 효율·트랜지스터 밀도에서 큰 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케빈 장 TSMC 글로벌 영업·사업개발 수석부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14는 완전한 노드 전환의 차세대 첨단 실리콘 기술"이라며 "속도는 최대 15% 향상되고 전력 소모는 30% 감소하며, 로직 밀도는 최소 1.2배에서 최대 1.23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기 양산 물량에는 뒷면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인 백사이드 전력공급(SPR) 기술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날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자사는 기술 리더십과 제조 우수성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며 차세대 기술 선도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TSMC는 고성능 버전인 A14P에 이어 A14X, A14C 등 다양한 버전의 파생 공정 기술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정확한 양산 시점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A16과 N2P가 2026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점을 고려하면 A14는 예정대로 2028년 상반기 양산해 연내 출시할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 수율 문제로 대규모 양산에 어려움
TSMC가 1.4nm 공정 로드맵을 구체화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삼성전자와 인텔에 쏠리고 있다. 현재 7nm 이하의 초미세 공정 칩 생산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인텔은 올해 2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서 1.4nm 공정 로드맵을 공식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14A 공정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인텔의 1.4nm 공정은 1.4nm 공정뿐 아니라 3nm, 1.8nm 등 다양한 파생 공정을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에서 오는 2027년 1.4nm 양산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1.4nm에도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GAA 기술을 지속 적용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22년 3nm 공정에 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양산 중이다. 2nm 공정(SF2Z)에 적용되는 후면전력공급(BSPDN) 기술 역시 1.4nm 공정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BSPDN은 전력 배선을 웨이퍼 후면에 배치해 전력·신호 라인의 병목을 줄이고, 전압강하 현상을 대폭 개선하는 기술이다.
두 회사 모두 공식 발표한 양산 시점은 TSMC를 앞서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로드맵만으로 기술 리더십이나 시장 영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반도체 공정은 계획과 실제 대량 생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뿐더러 삼성전자와 인텔 모두 3nm와 2nm 공정에서 수율 문제로 대규모 양산에 어려움을 겪은 전례가 있어서다. 반면 TSMC는 3nm와 2nm 공정에서 이미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을 상대로 안정적인 대량 생산과 높은 수율을 입증한 만큼, 향후 1.4nm 공정에서도 높은 수율과 안정적인 공급 면에서 우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갤럭시 신제품 출시 앞두고 2nm 공정에 집중
더욱이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상황이 급변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갤럭시 S26 출시에 앞서 2nm GAA 기술의 수율 향상에 집중하기 위해 1.4nm 공정 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전문 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는 5월 엑시노스 2600의 생산을 앞두고 최근 실시한 2nm GAA 노드 시험 운영에서 수율이 30%에 불과해 당분간 2nm 공정의 수율 향상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은 최근 몇 년간 심각한 수율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2022년 세계 최초로 3nm GAA를 도입했으나, TSMC의 3nm 공정에 비해 안정화가 느렸다. 올해 갤럭시 S25 전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던 3nm 엑시노스 2500 애플리케이션도 결국 수율 문제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8엘리트 AP로 대체됐다. 삼성전자는 연내 3nm 공정의 수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나 TSMC와의 기술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 노드의 수율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고급 노드에서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 못할 경우, 모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을 퀄컴이나 TSMC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갤럭시폰의 가격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파운드리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2%로 67%를 웃도는 TSMC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