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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부담에 주휴수당 회피 초단기 노동자 채용하는 업체↑ 경영계 "실효성 낮아 폐지해야"

경기가 악화하면서 최근 구인 공고에서 대놓고 ‘단시간’, ‘초단시간’, ‘15시간 미만’ 등의 키워드를 아예 명시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주15시간 미만' 근로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불린다. 이들 초단시간 채용의 핵심은 주휴수당 회피다.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고 질 높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주휴수당 제도가 '쪼개기 알바'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자영업자 공고 20%가 '초단기'
27일 알바 구인 플랫폼 알바천국에 따르면 ‘하루 5시간 미만’ 단시간 근로 공고 비중은 2021년 16.2%에서 지난해 19.7%로 꾸준히 증가했다. 알바 공고 5건 중 1건이 1일 5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인 셈이다. ‘근무시간 협의 가능’이라는 문구를 내건 공고 역시 2019년 63.0%에서 2023년 81.1%로 늘었다. 그만큼 단시간 알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주휴수당뿐 아니라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4대 보험 의무 가입에서도 제외된다. 퇴직금, 유급휴일, 연차휴가 등의 복리후생도 적용받지 않아 자영업자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풀타임 알바 한 명보다 단시간 알바를 가장 바쁜 코어타임에 여럿 두는 게 사용자 입장에선 이득이다.
자영업자들이 쪼개기 알바를 선호하는 건 경기 악화로 매출은 줄었는데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휴수당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가 소정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유급 휴일 하루치를 추가로 보장해야 하는 제도다. 주 5일제의 경우 시급 근로자에게 일당의 20%가량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반면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고용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인건비 부담이 급증한 영세 자영업자가 초단시간 알바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청년 알바생 피해도 덩달아 증가
하지만 이는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시간 근로 공고 비중이 늘어나면서 청년들은 쪼개기 알바에 내몰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24년 주15시간 미만 임금근로자는 140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3,000명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주휴수당도 커지면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최저임금 미만율도 12.5%로 2001년(4.3%) 대비 큰 폭으로 뛰었다. 여기에 법정 주휴수당을 반영할 경우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21.1%(467만9,000명)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 15시간 이상 근로하면 법적으로 20%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현행 산출 방식은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이에 최저임금 미만율은 과소 추계된다.

소상공인들 "주휴수당 폐지" 촉구
이에 1953년 도입된 주휴수당은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실무상 혼선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도 주휴수당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한 공인노무사는 “주휴수당은 국제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며 "최저임금 산정이나 근로시간 계산의 변수로 작용해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시급제와 월급제 최저임금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경민 아이뎁스 PC방 대표는 "최저임금이 2016년 PC방 창업 당시 6,030원이었는데 현재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2,000원을 넘었다"며 "그에 반해 PC방 시간당 요금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올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6명의 인력을 4명으로 줄였고 주휴수당 부담으로 그마저도 쪼개기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퇴직금 부담으로 1년이 채 되기 전에 인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많은 회의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변봉준 GS25 봉천한가온점 대표도 "편의점 매출은 매년 20%, 많게는 30% 급감하고 있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한 달에 고정 지출 비용이 850만원 이상인데 경영주 대부분은 750만∼800만원을 받는다"며 "실제 가져가는 수익이 제로(0)인 경우도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주휴수당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황이 편의점 경영주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에서도 주휴수당 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그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더 실질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