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만 보던 사람과 AI의 갈등 현실로?

미디어 시장을 위협하는 AI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작까지 침범 생산형 AI 개발로 우려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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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미디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작가 조합 WGA(이하 미국 작가 조합)에 속한 1만 1,000명이 15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OT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의 결과로 최근 성장 정체기를 맞이하며 노동력 강도는 커지고, 임금은 줄어드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과 처우가 계속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미디어 제작 환경과 소비 방식의 변화는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하며 시장의 혼란을 불러왔고, 작가들은 실존적 위기를 토로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AI의 등장은 혼란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미국 작가 조합은 “대본 작성이 작가의 고유영역이었던 기존과 달리 AI가 대본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 역으로 AI가 쓴 대본을 사람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AI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아예 AI가 작가의 영감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작가들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주요 프로그램들의 결방 또한 이어지고 있다.

작가뿐만 아니다. 일본 연예계에서도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10일 일본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배우, 음악가 등으로 구성된 연예 종사자 협회는 국가를 상대로 AI가 연예계 및 예술 산업의 전반에서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 없도록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와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배우는 “우리의 외모와 움직임을 AI가 단 며칠 만에 스캔해 어떤 연령과 성별로도 합성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대로라면 우리에 대한 수요는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감독, 배우, 스태프 모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계 또한 AI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더욱 가속될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예술의 영역은 무엇보다 ‘창작’이 기반이 되는 산업으로 AI의 위협에서 비교적 안전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챗GPT로 대표되는 ‘생산형 AI’의 개발은 이런 인간의 고유 영역까지 침범하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인공지능(AI) 그리고 사람’ 강연에서 생산형 AI인 챗GPT가 작성한 막장 드라마 대본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이 있을 것’, ‘주인공이 죽을병에 걸릴 것’, ‘삼각관계가 나올 것’이란 3가지의 조건을 토대로 작성된 30장 분량의 드라마 대본은 제법 흥미롭고 그럴싸하다. 현대의 기술은 이제 인간의 고유 권한이라고 여겨지던 ‘창작’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콘텐츠에는 그만큼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취향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고 패턴이 있게 마련이다. 만약 생산형 AI가 계속해서 막대한 과거의 콘텐츠 스타일을 학습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낸다면 인간보다 더 인간의 취향을 정확히 간파한 AI 작품이 탄생하고 결국 ‘창작’이 ‘통계’의 영역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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