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손 안에서 부는 OTT 플랫폼의 역주행 바람

OTT 플랫폼, 역주행 열풍의 중심 영화, 드라마 등 인기작에 영향 배우 인기에 따라 과거 작품도 순위권

사진=비디터 ‘브레이브걸스_롤린_댓글모음’ 영상 썸네일

우리에게 ‘역주행’이라는 단어는 “같은 찻길에서 다른 차들이 달리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달림”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 이제는 “영화, 드라마, 노래, 책등이 발매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인기를 끌며 판매 순위의 상위권에 오르는 일”이라는 단어로 익숙해져 있다.

대중문화에서 이러한 ‘역주행’ 현상의 사례는 많다.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라는 노래는 영화 ‘동감’의 삽입곡으로 인기를 얻고 특히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불리던 노래였지만, 발매 당시 지금과 같은 큰 인기를 끌었던 노래는 아니었다. 하지만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임재범이 이 곡을 부르면서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KBS 음악방송 ‘뮤직뱅크’ 1위 후보까지 올라가는 등 대표적인 역주행 노래로 사랑을 받았다.

또한 2019년 JT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은 영화 ‘스물’, ‘오늘의 연애’, ‘타짜: 신의 손’의 이병헌 감독이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영 당시 시청률 2%를 넘지 못하며 막을 내렸다. 이병헌 감독은 “의도와는 다르게 포용력이 좁은 드라마가 되어버린 것이 원인”이라면서 “30대 중후반 이후의 연령층에게서 좋지 않은 반응과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후 메인 테마 곡인 가수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가 음원 차트를 점령하며 20대~30대 초반의 넷플릭스, 왓챠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하여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TOP10에 들어가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국민 여동생’ 가수 아이유 또한 역주행을 경험한 바 있다. 아이유가 2019년 서울 콘서트에서 부른 ‘내 손을 잡아’ 영상이 유튜브에서 2,000만 뷰를 넘기며 인기 동영상이 되었는데, 해당 곡을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던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이 10년 전 드라마 방영 당시 시청하지 못했던 젊은 세대들이 다시 영상을 시청하며 역주행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배우로도 활약하는 이지은(아이유)의 이전 작품들, ‘드림하이’, ‘프로듀서’,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이 젊은 세대들에 의해 OTT 플랫폼에서 역주행했다.

사진=OTT 플랫폼 로고

이제 단지 TV를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닌 다양한 OTT 서비스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된 데다, OTT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의 짧은 동영상(일명: 쇼츠)과 리뷰 영상들을 통해 앞으로 이러한 역주행 현상은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적인 서비스로 지상파, 케이블 방송사를 넘은 차세대 방송 서비스를 의미한다. 또한 기존의 사이트 결제 방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기기에서 보고 싶거나 관심 있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국내 프로그램뿐만 아닌 해외 프로그램까지도 감상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OTT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이용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모든 플랫폼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개인이 선호하거나 관심이 있는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주거나 관련 영상들을 초기 페이지에서 추천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탑건’을 시청하였다면 알고리즘은 ‘탑건’의 영화 속 장르인 ‘액션’, ‘로맨스’, ‘전쟁’과 같은 비슷한 테마를 가지고 있는 영상들을 추천하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청할수록 자신만의 데이터가 쌓여 빠르게 관심 있는 영상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에서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 이용자가 많은 영상을 보고 그에 따른 데이터를 플랫폼에 남겨도 ‘장르’ 추천 이외에는 정확하고 세밀하게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영상 추천 기능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영화 ‘테이큰’을 본 이용자가 ‘추격자’를 다음 콘텐츠로 보았을 때 플랫폼 알고리즘은 ‘스릴러’ 장르만 추천하는 반면, 아일랜드 독립 영화인 ‘마이크 콜린스’를 연이어 볼 경우, 알고리즘의 추천 정확도가 떨어져 서로 다른 장르의 영상을 무작위로 추천한다. 만약 ‘테이큰’에서 딸 역할을 맡은 조연, 매기 그레이스 주연의 ‘애니를 위하여’를 시청한다면 장르에 초점이 맞춰 있는 알고리즘은 전혀 다른 개념의 ‘스릴러’와 ‘감동’ 사이에서 혼란을 일으켜 무작위로 영상 추천을 한다.

사진=ENA

현재 한국에서만 약 3,000만 명 가까이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과 흥행은 OTT 플랫폼 안에서 무시할 수가 없다. 최근 국내외에서 강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영우 신드롬’이 그 예다. tvN, OCN, JTBC와 같은 대형 방송사가 아닌 ENA라는 신생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올해 6월 29일 첫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0.948%로 불안한 시작을 보여주었고, 2회 방영 당시 약 2배 상승한 1.8%로 ENA 채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제작진들은 만족했다고 한다.

그러나 1주일 사이 SNS에서의 화제성과 입소문을 타고 방영 4회 만에 5% 이상의 시청률을 달성하였으며 5회 방송은 전국 9.1%, 수도권 10.3%의 시청률를 기록하며 전례가 없는 수준의 폭발적인 인기를 보여줬고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했던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동회차 시청률마저 앞질러버렸다. 이로써 ENA 방송은 신생 채널에서 “언더독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ENA 5%는 지상파의 50% 시청률과 맞먹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방영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영 첫 주 TV시리즈 TOP10 2위에 오르며 인기 폭발 조짐을 보이다가 7월 4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누르고 한국 넷플릭스 TOP10 TV시리즈 중 1위에 올랐다. 이에 더해 아시아 국가 위주로 방영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중인 국가들만의 수치로 7월 15일 기준 268점으로 세계랭킹 5위를 기록했으며 현재 한국, 싱가포르, 태국, 대만, 일본, 베트남, 카타르, 필리핀,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1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기록 중이다.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수요일과 목요일, “우영우 DAY”를 기다리는 1주일 동안 재방송 시청 및 OTT 플랫폼에서 재시청하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연배우 박은빈에 대해서 관심이 커지며 그녀의 과거 작품까지 찾아보는 현상이 일어났다.

사진=각 작품 포스터

OTT 플랫폼 사용자들은 OTT 서비스의 장점인 방대한 영상과 무제한 시청을 이용하여 그녀의 ‘필모 깨기’ 현상이 유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많은 유저들이 박은빈의 이전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다양한 캐릭터와 장르를 안정되게 연기한 배우 박은빈의 과거 필모그래피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박은빈뿐만 아니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출연한 다른 배우들에게서도 보일 것이라고 예측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OTT 플랫폼 중에서는 해당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추천하는 기능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또한 어떤 플랫폼에서 해당 작품이 스트리밍되고 있는지 한눈에 알려주는 정보 사이트도 없다. 이러한 기능과 사이트의 부재는 OTT를 사용하는 유저들이 직접 검색하고 찾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할 뿐만 아니라 개봉 또는 방영 당시 관심을 받지 못했다가도 나중에 빛을 발하는 숨겨진 진주 같은 작품들이 발굴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 배우 박은빈 카테고리를 따로 작성하여 그녀의 필모를 한눈에 보여주는 기능을 생성하고 해당 드라마에 나오는 다른 배우들의 필모그래피 항목 또한 연관 항목으로 보여준다면 해당 작품의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이용자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시청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해당 플랫폼 이용자를 늘리는 순기능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OTT 서비스 플랫폼들은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향후 OTT 플랫폼들은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더 발전시키고 항목을 세분화하여 이러한 역주행 열풍에 알맞은 기능을 생성하여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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