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시청권으로 살펴보는 OTT 경쟁

스포츠 중계로 이용자 끌어모으던 OTT 업체들, 이번 월드컵엔 ‘잠잠’ 월드컵 중계권 가격 부담 심해… 중계 포기한 OTT 다수 방송 3사 등에 업고 합리적으로 중계권 따낸 웨이브, 스포츠 팬 수요 흡수 시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유료회원은 물론 무료회원에게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생중계 방송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4일 우루과이전을 시작으로 28일 가나전, 12월 2일 포르투갈전 등 조별리그 H조 경기에 나선다.

이번 월드컵은 베테랑 캐스터와 해설진, 현역 축구선수까지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방송사 간 치열한 장외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KBS는 제주 유나이티드FC 구자철을 해설위원으로 영입해 이광용 캐스터와 호흡을 맞춘다. 조원희도 2020 도쿄올림픽에 이어 월드컵 해설진으로 참여했다. MBC는 김성주-안정환 콤비에 서형욱, 김나진, 박문성 해설위원이 중계를 진행한다. SBS는 배성재-박지성 콤비에 장지현 해설위원, 그리고 수원FC 이승우 선수가 특별 해설위원으로 합류했다. 웨이브 이용자들은 KBS, MBC, SBS 채널 중 원하는 중계진을 선택해 시청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웨이브는 월드컵 기간 중 축구 및 스포츠 테마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스포츠라는 이름의 전쟁터’ 코너에서는 BBC 다큐 ‘알렉스 퍼거슨: 성공의 비결’, ‘데이비드 베컴: 축구로 하나 되는 세계’, 복잡한 정치 상황 속 팔레스타인 축구팀 이야기를 다룬 HBO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국경선의 시합’ 등 스포츠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포츠 관련 예능,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등 장르별 다양한 콘텐츠를 생중계와 함께 즐기는 ‘테마 에디터픽’ 서비스를 제공한다.

출처=웨이브

스포츠 중계도 ‘OTT’의 시대

시청자가 TV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선호하는 시대다. 지난 7일 개최된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은 쿠팡플레이가 디지털 독점 생중계한 바 있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중계권은 아시아축구연맹이 갖고 있는데, 아시아축구연맹은 2020년 씨제이(CJ)에 중계권을 판매했다. 씨제이는 tvN과 쿠팡 플레이를 통해서만 최종예선전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주요 OTT 업체들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주요 경기,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로축구(EPL) 토트넘 홋스퍼 FC 방한 경기 등 독점 중계로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통해 스포츠 팬의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한 OTT 업체 간 경쟁은 시들시들하다. 중계권료가 지나치게 인상됐기 때문이다.

‘비싸도 너무 비싸’… OTT 플랫폼, 중계권 줄줄이 포기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월드컵이 진행되고 있지만, OTT 업체들은 지나치게 비싼 월드컵 중계권 가격 탓에 선뜻 뛰어들기를 주저하고 있다. 지상파 3사가 낸 이번 월드컵 중계권료는 1,200억원대에 달한다. 지상파 3사로부터 사오는 온라인 중계권료는 플랫폼 규모와 협상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업체당 최소 수십억원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LG유플러스는 U+모바일tv를 통해 2020 도쿄 하계 올림픽,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생중계한 바 있으나, 이번 월드컵은 중계하지 않는다. 하계·동계 올림픽은 일부 인기 종목을 제외하고는 비인기 종목이 대다수인 탓에 상대적으로 중계권료가 저렴해 부담이 적은 편이다. 반면 월드컵 온라인 중계권료는 하계 올림픽의 2배 이상 비싸 섣불리 비용을 투입하기가 어렵다.

티빙과 tvN 스포츠는 월드컵 중계권 확보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LG유플러스는 하이라이트 장면만을 중계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아직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점에서 국내 주요 온라인 스포츠 중계 플랫폼 중 이번 월드컵 중계권을 획득한 것은 네이버와 아프리카TV뿐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 과감한 중계를 시도하고, 월드컵 예선전 독점 중계권을 따냈던 쿠팡플레이가 정작 본선 중계권 확보 경쟁에서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 구독자로 가입자를 모았던 쿠팡플레이가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 중계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현 OTT 업계가 처한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공격적인 투자 열기가 빠진 뒤, 이용자 유치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방송 3사와 SKT의 웨이브 지분율/자료=전자공시시스템

대부분의 OTT 업체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월드컵 중계권 경쟁 전선에서 빠진 가운데, 웨이브가 안정적으로 중계권을 따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웨이브의 지분 구조가 있다.  웨이브는 국내 방송 3사와 SKT가 연합한 OTT 채널로, 국내 방송국의 스마트폰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회사 지분율은 2021년 12월 기준 방송3사가 각 21.2%, SK가 36.4% 보유 중이다.웨이브는 방송 3사의 월드컵 중계방송을 재중계하는 방식으로 경쟁 OTT들보다 손 쉽게 월드컵 중계권을 따냈다.

이에 더해 ‘무료 회원’에게도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가적인 스포츠 테마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등 아직 웨이브를 이용하지 않는 ‘스포츠 팬’을 공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월드컵 중계를 기점으로 충성심 높은 스포츠 팬의 플랫폼 유입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채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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