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로 읽는 한국경제사 – 4.뉴데이터 테크놀로지(새롬기술)

극 중 뉴데이터 테크놀로지(새롬기술), 2000년대 초 6개월만에 150배 폭등한 IT버블 대명사 새롬기술이 코스닥 시장 성장을 견인한 사실상 단 하나의 주식 1년 만에 거품 빠지며 고점 대비 98.6% 추락하며 사실상 몰락

새롬기술 주가 차트/출처=신한투자증권 차트

‘재벌집 막내아들’의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는 한국 증시 역사상 최대 버블로 기록됐던 ‘새롬기술’을 모티브로 한 극중 기업이다.

극중 진도준(송중기 분)은 순양유통의 진화영(김신록 분)을 뉴데이터 테크놀로지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무너뜨린다는 계획을 세운다. 진도준이 혼외자임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쾌하다는 표현으로 진도준을 분노케한 진화영이 물려받을 재산인 순양유통을 탈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돈이 급했던 진화영이 오세현 대표를 찾아가 4,000억원을 투자해달라고 요구하자, 오세현은 순양 백화점 주식 30%를 담보로 요구한다. 그 협상 자리에서 뉴데이터 테크놀로지가 급등할 것이라는 소문을 슬쩍 흘린다.

극 중 뉴데이터 테크놀로지로 이름이 바뀐 ‘새롬기술’은 상장 6개월만에 무려 150배 가까이 폭등한 이른바 ‘IT버블’의 대명사인 기업이다.

뉴데이터 테크놀로지(새롬기술), 150배 폭등한 IT버블 대명사

현재 서강대학교 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영익 전 대신투자증권 센터장은 1999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이어진 새롬기술 대폭등 사건을 “삼성전자보다 핫했던 주식”이라고 평한 바 있다.

당시 새롬기술이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었고, 새롬기술의 주가를 파악하지 않고는 주식시장을 읽을 수조차 없었다. 코스닥 종목의 거래량이 하루에 많아야 1만 주 수준에 불과할 무렵, 새롬기술은 하루에 몇 십만 주 거래는 기본이고 하루 거래량이 100만 주를 넘기는 경우도 수차례 발생했다.

미국의 다우존스와 대비대는 개념으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NASDAQ)이 생긴 것을 빌려, 코스피 시장에 대한 경쟁마로 코스닥을 만들기는 했으나, 기술주에 대한 시장 이해가 크게 낮았던데다, 거래가 활발하게 될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새롬기술의 등장으로 오히려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장 관심도가 역전되어 버린다.

인기 영화배우 박중훈은 새롬기술 기업공개 전 ‘1억 원’을 투자한 투자자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연예계에서는 ‘새롬기술로 떼 돈 벌어서 연예게 은퇴한다’, ‘회사 차리고 영화 찍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등록 일주일 만에 외국인이 13억6,000만 원어치나 순매수해 주간 외국인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도 잘 모르던 신규 등록 기업을 외국인이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는 건 이례적이었다. 2000년 1월에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619억 원 순매수) 종목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2000년 3월 15일에는 새롬기술과 다음의 합병설이 퍼지면서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고, 다음날은 네이버를 흡수 합병한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새롬기술 600만 명 이용자와 검색 엔진이 결합되면 시너지가 엄청날 것이는 보도가 연이어 따라왔다.

배우 신현빈, 재벌집 막내아들 /출처=JTBC

150배 폭등과 고점 대비 98.6% 폭락, IT버블의 역사를 쓴 주식

극 중 진화영은 4만원에 팔았던 주식이 천정부지로 급등하자 백화점 입점 업체에 결제해야 할 대금 1,400억원을 어음으로 돌리고, 그 돈을 뉴데이터 테크놀로지에 투자한다. 30만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정보에 속았으나, 결국 근거없이 폭등한 주식의 말로는 정해져 있는 법이다.

실제로 새롬기술을 구매했던 주주들의 사정도 비슷했다. 새롬기술은 액면가 500원인 주식이 1999년 10월 4일 상장일 부터 52거래일 동안 50배 상승, 기업공개(IPO) 시점부터 6개월만에 공모가격 대비 150배 폭등했다.

코스닥 바람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다음, 네이버 등이 함께 상한가를 달리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해 11월에 상장한 다음의 경우 2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0일 만에 20배, 4개월만에 90배 폭등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다 고평가된 기업가치 대비 사업모델 부재로 새롬기술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IPO시점부터 1년 반도 되지 않아 고점 대비 98.6% 하락하며 상장 폐지된다. 새롬기술 신드롬의 원천이었던 다이얼패드는 2001년 12월19일 미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새롬기술 창업자 오상수 사장은 경영권 다툼에서 밀려 경영권을 잃게 됐고 급기야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진화영과 대비되는 투자자로 삼성전자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03년 5월 23일, 보유하고 있던 새롬기술 주식 80만주를 전량매각한다는 공시를 냈다. 무려 380억원의 손실을 2년간 숨겨오다 장부에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손실을 감내할 수 있을만큼 반도체 기반 영업이익이 있었으나, 극 중 순양유통의 사정이 그렇게 안정적인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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