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코리아 국내 OTT팀 사실상 해체, 부진한 성과와 불투명한 제작구조 탓
디즈니 코리아, 시장 진입 초기부터 일일 이용자 수 빠르게 감소 韓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대비 성과↓, 결국 한국 OTT팀 15명 해고 사실상 한국서 콘텐츠 제작 총괄한 아크미디어, 전례 없는 제작구조에 히트작 기대는 무리
최근 디즈니 OTT 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에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는 디즈니 코리아 OTT 콘텐츠팀 15명이 해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즈니 콘텐츠팀이 사라진 것으로 안다”며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잠정 보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디즈니플러스 코리아(이하 디즈니 코리아) 초창기부터 콘텐츠 제작을 맡았던 아크미디어로 인해 미국 본사에서도 따로 내부팀을 유지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K-콘텐츠 제작 중단? 디즈니 코리아 한국 콘텐츠팀 15명 해고
지난 16일 IT조선은 디즈니 코리아의 한국 OTT 콘텐츠팀이 완전히 해체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본사 격인 월트디즈니컴퍼니에서 글로벌을 대상으로 인력감축안을 발표한 뒤 벌어진 일이다. 실제로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성과가 부진한 사업부를 정리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으며, 올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전체 임직원의 3.2% 규모인 7,000명가량을 해고했다. 이외에도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차이나 무비, 스타 무비 등 한국·홍콩·대만·동남아 시장에서 운영하던 TV 채널을 폐쇄했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도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 흥행 실패를 이유로 감독과 프로듀서 등 75명을 해고했다.
국내 OTT 콘텐츠팀 15명을 해고한 일 역시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 2021년 11월 한국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며 서비스 첫날 59만 명의 일간 사용자 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감소세가 이어졌다. 올해 5월 기준 디즈니 코리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79만7,157명으로 같은 기간 티빙(515만 명)·쿠팡플레이(431만 명)·웨이브(392만 명) 등 토종 OTT의 MAU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반면 디즈니+에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에 사용한 자금은 상당하다. 드라마 <카지노>는 200억원대, 드라마 <무빙>은 5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현재까지 드라마 9개, 예능은 4개, 다큐멘터리는 4개 등 총 17개 작품을 제작했지만 <카지노>를 제외하고는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디즈니 코리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디즈니가 올해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모두 선보이고 나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어려운 인터페이스, 어색한 자막, 느린 업데이트
디즈니플러스 구독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한국에서 디즈니플러스 구독률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그중 플랫폼 자체가 직관적이지 않으며, 자막 품질이 좋지 않고 일부 콘텐츠들은 타국에 비해 업데이트가 늦는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또한 디즈니플러스는 타 OTT 플랫폼과 다르게 검색기능이 미약해 키워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결과만 도출된다. 일례로 ‘마블’을 검색하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관련 영화 시리즈들이 망라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캐릭터와 관련된 <캡틴 마블>과 같은 작품들만 검색되는 식이다.
특히 자막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독자들은 자막 위치가 계속 변하는 데다 싱크가 맞지 않아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콘텐츠에서는 번역기를 돌린 듯한 자막이 송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에서는 올라프가 “함께 성에 가시지 않을래요?(You’re welcome to join us in the castle)”라고 묻지만 자막으로는 “가랑이를 함께해요?”로 번역됐다. <토이스토리3>에서는 주인공 버즈가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장면에서 스페인어 음가 그대로 한글로 표시되기도 했다. 이에 구독자들이 자막 오류를 해결할 방법을 자체적으로 찾아 인터넷 상에서 공유하는 웃지못할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콘텐츠 지연 역시 심각한 문제다. 디즈니플러스 론칭 이후 줄곧 서비스를 이용 중인 한 구독자는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콘텐츠 공개가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만으로도 주요 내용을 스포일러 당하기 십상”이라고 토로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실제로 영상등급위원회의 등급 승인이 이뤄진 시리즈에 대해서도 업데이트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스타워즈>의 경우 이미 2~3개월 전에 등급 승인을 받아두고도 스타워즈 데이에 몰아서 공개했으며,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는 타국에 비해 2주가량 늦게 공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 공개 한 달 전부터 등급 신청 및 공개 시기를 공지하며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디즈니 코리아는 “운영 체제가 달라서 그런 것”이라며 “한국 시청자들을 홀대하는 것이 아니고, 공개일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국내 디즈니플러스 작품 총괄하는 ‘노(NO)히트 메이커’ 아크미디어
그러나 업계는 디즈니 코리아가 히트작을 내지 못한 이유로 ‘불투명한 제작 구조’를 꼽았다. 디즈니 코리아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2021년 론칭 이후 사실상 아크미디어에서 독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2021년 디즈니 코리아 오리지널 콘텐츠 중 4개 작품과 2022년 출시작 중 2개 이상이 아크미디어를 거쳤다. 아크미디어는 지난 2019년 설립된 드라마 기획 및 제작사로 2021년 초까지만 해도 매출이 부진했으나 디즈니플러스와의 협업 이후 2022년 연간 매출액 1,000억원을 넘어섰다.
디즈니 코리아는 콘텐츠 제작 시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아크미디어를 선정했다. 물론 회사의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것이 부도덕한 일은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 전례가 없는 데다, 아크미디어가 디즈니 코리아와 연을 닿기 이전 KBS의 <연모>, <오월의 청춘> 정도의 작품만 납품해 글로벌 대형 OTT의 오리지널 계약을 연이어 따낼 만큼의 존재감을 가진 업체로 보기는 어려워 문제가 된 것이다. 심지어 업계에서는 ‘아크미디어와 친해야지만 디즈니 작품을 딸 수 있다’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으며, 디즈니 코리아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사실상 아크미디어만 참여시키자 제작사들 사이에서는 디즈니 코리아를 손절하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이에 디즈니 미국 본사에서 내부 감사를 실시했으나 “할리우드에서는 안정적인 제작 역량이 있는 제작사와 지속적으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고 “(이 같은 수주 방식이) 할리우드에선 일반적이지만,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입장만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감사가 한국 시장에서 성장이 더딘 탓에 발생한 문책성 감사였을 가능성이 높은데, 디즈니 본사 감사 담당자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고 물러났다는 것은 아크미디어의 운영구조에 뭔가 무시할 수 없을 만한 특별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결국 디즈니 코리아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사실상 아크미디어가 독점하고 있는 행태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미뤄볼 때 이번 한국 OTT 콘텐츠팀 해체는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내부 콘텐츠팀까지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 기인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