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스마트폰 앱 설치’ 성장 정체, ‘TV 세대’와 ‘숏폼 세대’의 외면

국내 OTT 스마트폰 앱 설치 ‘제자리걸음’, 시장 급성장은 옛말 TV 시청 익숙한 중년층, OTT 앱-TV 연동 한계에 사용 장벽 느낀다 1분 이내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 OTT 콘텐츠 “너무 길어요”


국내 OTT 사용자가 3,0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약 60%의 이용자가 스마트폰에 OTT 앱을 설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9년(15.2%)과 비교하면 상당한 성장세지만, 최근 들어서는 점차 증가 폭이 둔화하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양상이다.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는 △TV-OTT 서비스 연동 난이도 △1분 이내 숏폼 콘텐츠의 유행 등이 지목된다. 비교적 TV 시청에 익숙한 중년층은 OTT 콘텐츠를 TV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고,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Z세대는 큰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며 OTT 서비스를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OTT 앱 설치 성장 ‘정체’

1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국내 OTT 앱 설치자는 3,301만 명(중복 사용자 제외치)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 5월(702만 명)과 비교하면 4.7배 폭증한 수준이다.

OTT 서비스 앱 설치율은 59.2% 수준으로, 2019년부터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해 왔지만, 최근 들어 점차 증가세가 둔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스마트폰 사용자의 OTT 앱 설치율은 58.7%로, 한 달 사이 성장폭이 1%p도 되지 않는 셈이다. 앱 설치율이 60%를 달성하기 직전에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용자 수 부문에서는 쿠팡플레이가 기존 강자였던 티빙, 웨이브를 꺾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사용자가 가장 많은 OTT 앱은 넷플릭스(1,198만 명)였으며, 이어 쿠팡플레이(466만 명), 티빙(417만 명), 웨이브(301만 명), 디즈니+(204만 명), 유플러스모바일TV(139만 명), 왓챠(89만 명), 모바일B TV(63만 명) 순이었다.

OTT 앱 사용자의 성별 비중은 디즈니플러스를 제외한 OTT 플랫폼 모두 여성이 다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사용자 비중은 넷플릭스(52.7%), 쿠팡플레이(54.3%), 웨이브(54.5%)가 50% 이상이었으며, 티빙(63.4%)의 경우 60%대로 가장 높았다. 반면 디즈니플러스 사용자의 성별 비중은 남성(51.4%)이 여성(48.6%)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폰 OTT 앱과 TV의 연동성 부족

앱 설치 정체의 원인으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주요 콘텐츠 향유 수단이었던 TV와의 연동성 부족이 지목된다. 최근 콘텐츠 시장의 ‘신예’인 OTT 서비스를 기존 강자였던 TV와 연결짓는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TV 수상기를 통한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20년 8.5%, 2021년 12.4%, 2022년 16.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TV에서 인기 OTT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IPTV에 OTT 관련 서비스가 탑재돼 있거나 △스마트TV에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스마트폰 OTT 앱만으로는 유연하게 TV와 모바일 환경을 오가기는 어려운 셈이다. △모바일 인터넷(IP)TV △앱을 통해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을 제공하는 N스크린 △일종의 ‘소형 셋톱박스’인 스틱형 OTT 등 케이블 방송을 대체할 ‘TV 연동형’ OTT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추세지만, 모바일 앱을 활용한 간편한 연동을 원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년층이 OTT 서비스를 이탈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진=pexels

짧아야 본다, ‘숏폼’에 시선 뺏긴 Z세대

한편 청년층의 콘텐츠 수요를 끌어모은 ‘숏폼 플랫폼’ 역시 성장세 정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평균 15~60초의 짧은 동영상 콘텐츠인 숏폼(Short Form)은 TV보다 모바일 기기 사용이 익숙하며, 큰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일회성 콘텐츠’를 원하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숏폼의 ‘원조’ 격인 틱톡 출시 이후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많은 숏폼 비디오 플랫폼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최근 6개월 내 미디어·콘텐츠·플랫폼을 이용한 MZ세대를 대상으로 숏폼 관련 이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Z세대는 81.2%에 달했다. Z세대는 평균적으로 평일에는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로 영상 시청의 편의성, 신선한 콘텐츠 등을 지목했다.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의 ‘본론’만 빠르게 습득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숏폼 콘텐츠의 부상이 OTT 콘텐츠 트렌드를 뒤바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압축적이고 짧은 영상에 길들여진 MZ세대가 비교적 긴 시간 집중해야 하는 OTT 시장을 등진 만큼, OTT 플랫폼이 차후 ‘MZ세대 공략’ 활로를 찾아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앱 설치를 비롯한 국내 OTT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정체한 가운데, 과연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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