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티비 폐쇄 이후 ‘아류 사이트’ 기승, “돈 되는 곳에 불법 OTT 사이트 있다”

새로운 ‘누누티비’ 아류 사이트 등장, 서버 분리해 ‘저작권 문제 책임 안 진다’ 안내 누누티비 무너진 이후에도 관련 서비스는 건재, 고소·처벌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돈’이 되는 이상 근절 어려워, 서비스 무너뜨리려면 ‘불법 수익 구조’ 겨냥해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와 ‘누누티비2’의 서비스가 종료된 이후에도 ‘제2의 누누티비’를 자처하는 아류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각종 OTT 플랫폼의 최신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가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해당 사이트는 처벌과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서버를 분리하고, 텔레그램으로 별도 연락망을 마련하는 등 한층 지능적인 방식으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돈이 되는 한’ 불법 사이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불법 사이트를 완전히 근절할 방법은 사실상 없으며, 사이트 차단 및 처벌 강화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것이다. 불법 사이트로 인한 OTT 업계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가는 가운데,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최신 개봉 영화부터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무료’?

최근 문제가 되는 A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범죄도시3>와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 등 최신 영화를 비롯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 TV조선 드라마 <아씨두리안> 등 각종 최신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링크’가 업로드돼 있다. 이용 방식, 인터페이스, 사이트 상단에 위치한 불법 도박 광고 등 서비스 전반이 누누티비와 흡사한 모습이다.

해당 웹사이트는 안내문을 통해 저작권, 적법성, 정확성, 규정 준수 또는 기타 측면과 관련해 자사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이트는 콘텐츠 링크를 제공한 것일 뿐, 콘텐츠 관련 법적 문제가 있는 경우 미디어 파일 소유자나 호스팅 업체에 문의하라는 것이다. 콘텐츠를 저장하는 서버를 사이트와 분리한 것은 처벌 및 제재를 피해 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재로 인해 사이트 이용이 중단될 것을 대비해 별도의 연락망도 구축했다. 웹사이트 내에 있는 ‘비상 주소 안내’를 누르면 사이트의 공식 텔레그램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지난 6월 22일 개설된 텔레그램은 현재 팔로워 수 3,200명을 돌파한 상태다.

누누티비와 유사한 인터페이스/사진=해당 사이트 캡처

업계 손실 막심, 우후죽순 늘어나는 ‘제2의 누누티비’

트래픽 통계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의 6월 방문자 수는 23만8,000명에 달한다. 이들 방문자가 모두 불법 사이트를 이용하는 대신 넷플릭스 스탠다드 요금제(1만3,500원)에 유료 가입했다고 단순 계산할 경우, OTT 플랫폼의 손실액은 자그마치 32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해당 사이트 외에도 수많은 누누티비의 ‘아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시점을 기준으로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10여 개로 확인됐다. 이들은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비롯해 △예능 △드라마 △개봉 영화 등에 대한 실시간 다시보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특히 불법 이용자 사이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A사이트의 경우 지난 5월 방문객만 15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누티비의 서비스 종료 직후 ‘무료 콘텐츠’를 찾는 수요가 몰려든 탓이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이들 불법 사이트가 콘텐츠 업계에 남긴 저작권 피해액만 약 5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업계에서는 누누티비를 비롯한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가 플랫폼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불법 사이트의 뿌리를 뽑고, 불법 사이트로 흘러 들어간 유료 구독 수요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도 처벌도 ‘임시방편’, 근본적인 해결책은?

누누티비의 아류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는 사실상 불법 OTT 사이트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OTT, 케이블 방송, 인터넷TV(IPTV) 등 콘텐츠 채널의 영상 불법 복제를 100% 차단할 기술은 없으며, 불법 사이트 운영을 막기 위해 과도한 규제를 가할 경우 오히려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규제’의 실례로 최근 OTT 업계가 주장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절차 간소화를 들 수 있다. 현재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불법 사이트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방심위가 저작자나 방송사, OTT 사업자에 공문을 보내 저작권 침해 사실을 확인한 뒤 사이트를 차단하는 식이다.

업계는 방심위가 저작권 침해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지연되는 만큼, 불법 사이트에 대한 확인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적합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차단 조치를 취할 경우 오히려 사이트 ‘검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무조건적인 규제·처벌 강화가 오히려 업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가 불법 사이트를 오히려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누누티비가 정식 고소되며 언론에 보도된 이후 불법 사이트들이 ‘스트라이샌드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어떤 것을 금지함으로써 오히려 그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처벌을 하느라 정부가 직접 관련 서비스의 존재를 홍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의 불법 행위가 ‘돈’이 된다는 점이다.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법 도박 등 불법 사이트의 수익 구조를 무너뜨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사이트 차단과 처벌 강화에 목맬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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