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확보’ 매진하는 콘텐츠 시장, CJ·출판업계도 ‘본격 진출’
콘텐츠 공급 시장, ‘넷플릭스’ 중심으로 ‘재편’됐다 관건은 ‘IP 확보’, 웹소설·웹툰 등 성장성 ↑ CJ, 유통 역량 강화·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IP 확보한다
기존 네트워크 TV 채널이 장악하던 콘텐츠 공급 시장에 ‘넷플릭스’라는 스트리밍 거인이 등장한 이후부터 콘텐츠 업계의 최대 목표는 넷플릭스에 대한 ‘대항’이 됐다. 특히 관건은 IP(지식재산권) 확보다. 자사의 강력한 콘텐츠로 1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디즈니플러스조차 새롭게 발굴하는 콘텐츠 양 등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형국이다. 콘텐츠 보유 및 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점차 커지는 IP 시장, 가시화된 ‘콘텐츠의 힘’
최근 IP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분야는 바로 ‘웹소설’이다. 웹소설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웹툰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이다. 웹툰이 넓게 소비되는 콘텐츠라면, 웹소설은 상대적으로 좁지만 매우 깊게 소비되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업계에선 웹툰·웹소설을 ‘디지털 스토리텔링 플랫폼’이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서 보기도 하지만, 두 시장은 완전히 다른 구조를 띠고 있다.
한때 서브컬처로 인식되던 웹툰은 이제 확실한 대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549 남녀의 절반 정도가 최근 1개월 내 웹툰을 본 적 있다고 할 정도다. 다만 웹소설의 최근 1개월 내 이용 경험률은 21.4%로, 웹툰보다는 다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웹툰에 비하자면 웹소설은 아직 보편적으로 널리 소비되는 콘텐츠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 해서 웹소설이 대중성 떨어지는 콘텐츠라는 건 아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소설 이용자는 웹소설을 일주일에 약 5번(4.7일), 그리고 한 번에 무려 44분가량 감상했다. 웹툰 1회 감상 시 평균 소요 시간이 약 29분임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일각에선 “웹소설은 텍스트 중심의 콘텐츠기 때문에 감상 소요 시간이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하나, 결국 특정 콘텐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괄목할 만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웹소설이 웹툰보다 유료 결제 경험이 많은 콘텐츠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웹툰 이용자 가운데 유료 결제를 경험한 비중도 67.6%로 높은 편인데, 웹소설은 그보다 더 높은 85.0%를 기록했다. 10명 중 약 8~9명이나 웹소설을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한 적 있다는 뜻이다. 결제 금액 역시 웹소설이 훨씬 높다. 웹툰 이용자의 월평균 지출액이 12,150원인 데 반해 웹소설 이용자의 지출액은 월평균 17,370원이었다. 웬만한 OTT 플랫폼 구독료보다 비싼 금액이다. 웹소설이 지닌 ‘콘텐츠의 힘’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주목해 볼 만한 점은, 웹소설 시장의 성장성이 꾸준하다는 점이다. 최근엔 웹소설 IP를 활용하는 파생 콘텐츠도 증가하고 기업의 투자도 늘면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일례로 흥행에 성공했던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방영 이후 원작 웹소설의 매출은 230배나 뛰었다. 웹소설 IP 활용 콘텐츠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웹소설의 성장세는 더욱 커질 것이란 방증이다.
IP 콘텐츠 활성화 흐름에, 출판업계도 ‘변화의 바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계에서도 애초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둔 출판 기획을 늘리는 추세다. 실제 문학동네는 창립 이후 30년 만에 장르문학 시리즈물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를 론칭했다. ‘플레이’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문학동네는 영상화를 염두에 둔 기획으로 영상으로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 장르문학 배출을 목표로 두고 있다.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행복배틀> 등 소서 원작의 영상물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면서 새로운 사업화 전략을 구상하고 나선 것이다.
콘텐츠 제작사와 함께 손을 잡고 공모전을 열기도 한다. 시공사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을 제작한 에이스토리와 함께 장르소설 공모전을 개최하고, 쌤앤파커스는 웹툰, 웹소설 등을 선보이는 콘텐츠 기업 리디와 배급사 쇼박스, 제작사 아크미디어와 함께 ‘K-스토리 공모전’을 연다. 아예 ‘IP 개발 전문 출판사’를 내건 곳도 있다. 고즈넉이엔티와 안전가옥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출판과 영상 기획을 겸하고 있으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원작 소설을 개발한다. 기존 출판사의 ‘편집자’가 아닌 ‘PD’가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짠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IP 사업, CJ도 ‘눈독’ 들였다
CJ ENM 또한 IP 활용 부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음악, OTT, 콘텐츠 유통 등 전방위적인 IP를 통해 흑자 전환을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CJ ENM은 이미 음악 사업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보인 바 있다. 아이돌 그룹 제로베스이스원이 바로 그 성과다. 제로베이스원은 지난 10일 데뷔 음반이 초동 182만 장을 기록하며 데뷔와 동시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CJ ENM의 전략이 먹혀들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 유통 역량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균형 성장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단 구상이다. CJ ENM의 올해 상반기 자체 콘텐츠 해외 판매액은 지난해 대비 30% 늘었고, tvN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는 우리나라 예능 최초로 글로벌 OTT인 아마존프라임에 방영돼 24개국 상위 10위에 든 바 있다. 해외 유통 역량 강화를 통해 콘텐츠의 성장성을 가시화한 것으로, 차후 유통을 위한 ‘가지’를 늘릴 수 있다면 콘텐츠의 성장성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IP에 대한 선택과 집중, 유통구조 다변화도 강조하고 나섰다. 그간 CJ ENM은 티빙 콘텐츠를 tvN 채널에 편성하는 시도를 이어왔는데, 앞으로는 아예 채널과 플랫폼의 공동 기획 등 시너지를 키울 예정이다. 또 소위 ‘글로벌 시장에도 잘 먹히는’ 프로그램의 편성과 유통을 기획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논의해 IP 유통 확장에 대한 수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