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웨이브-티빙 합병 초읽기, 돈 묶인 FI들은 속 타기만

콘텐츠웨이브, 티빙과의 ‘합병’에 미래 달렸다 해도 과언 아냐 당기순손실 1,351억원 기록한 콘텐츠웨이브, 자구책 마련할 수 있을까 IPO 성공 여부에 업계 ‘촉각’, 성공 못 하면 CB 만기상환 부담 늘어날 듯

국내 OTT 업체 웨이브 운영사 콘텐츠웨이브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가 티빙과의 합병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메자닌 투자 만기에 맞춰 콘텐츠웨이브의 기업공개(IPO)가 약속돼 있지만, 지속적인 순손실 상태에 상장 셈법이 복잡해진 탓이다. 티빙과 합병이 가시화될 경우 FI 역시 투자금 회수 시기를 미루고 경쟁력 강화 여부를 지켜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수 전략에 총력 다하는 FI들, 합병도 ‘주시 대상’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CJ ENM은 양사의 합병 가능성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 OTT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합종연횡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양사 모두 합병을 통해 사업을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어 합병 가능성은 더욱 높다. 지난해 티빙은 KT의 OTT 서비스 시즌(seezn)과 합병했으며, 콘텐츠웨이브 역시 SK텔레콤의 옥수수(oksusu)와 국내 지상파 방송3사의 푹(pooq)의 통합법인이다.

다만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지분이 다양한 주주에게 분산돼 있어 의견 합치를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웨이브엔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분이 담겨 있으며, 티빙엔 네이버와 KT스튜디오 지니, JTBC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빙과 합병 가능성을 지켜보는 콘텐츠웨이브 FI는 회수 전략 세우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투자의 PE 본부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KS PE는 지난 2019년 2,000억원을 투자했다. 전환사채(CB)를 인수했으며 콘텐츠웨이브의 당시 프리밸류(투자 전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책정했다. CB의 표면상 만기는 1년 이상 남았으나 오는 11월 FI 판단에 따라 투자 조건이 바뀔 수 있다. 해당 시점까지 콘텐츠웨이브가 기업공개 절차에 착수하지 않으면 약속된 만기보장수익률 3.5%를 내부수익률(IRR) 9%로 변경하기로 돼 있다.

2,000억원 자금 모집 성공했지만, “손실 폭만 커졌다”

앞서 지난 2019년 콘텐츠웨이브는 2,000억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카카오와 SKT가 지분을 맞교환하고 콘텐츠웨이브를 통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점이 투자 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는데, 이를 통해 콘텐츠웨이브는 국내에선 최초로 OTT 대규모 투자 유치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당시 투자에 참여한 이들은 교직원공제회, 농협중앙회, 국내 대형 증권사 및 캐피탈사 등 20여 곳이었다.

콘텐츠웨이브에 대한 투자는 국내 기업이 처음 시도하는 OTT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금 투입이었단 점에서 의의가 깊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콘텐츠웨이브의 콘텐츠 경쟁력은 점차 떨어졌고, 결국 투자금 회수조차 어려운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FI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에 나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FI는 금리 상향의 전제 조건으로 ‘콘텐츠웨이브가 IPO에 필요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고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를 제시했다. FI 측이 콘텐츠웨이브의 이번 티빙 합병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면, 이를 상장 준비 단계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콘텐츠웨이브 IPO를 통한 실익도 따져볼 문제다. FI가 자본이익을 얻으려면 콘텐츠웨이브의 상장 몸값은 1조원을 크게 웃돌아야 하지만 현재 경영 실적으로 조 단위 밸류를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최근 3년간 콘텐츠웨이브의 손실 폭은 점차 커져 지난해엔 당기순손실 1,351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 등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지출되면서 유동성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올해 5월 계열사인 SK스퀘어 미국법인으로부터 250억원을 출자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I는 사실상 콘텐츠웨이브에 돈이 묶인 셈이 됐다. FI가 콘텐츠웨이브 측의 조건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려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 건 투자금 회수를 위한 최후의 수단을 가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웨이브

자금 끌어모아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상황

그러나 콘텐츠웨이브는 합병을 하든 하지 않든 자금을 더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콘텐츠 제작을 이어가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데, 콘텐츠 제작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조차 쉽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콘텐츠 원가는 2,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5.4%나 늘었다.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콘텐츠웨이브 입장에선 돌파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SK스퀘어가 지난 5월 추가 자금을 지원하며 콘텐츠웨이브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서면서 잠시 숨통을 트이긴 했으나, 실질적인 문제는 여전히 잔존해 있다. 콘텐츠웨이브의 궁극적인 목표는 IPO 성공으로 인한 확실한 자금 조달이다. 기한 내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2,000억원 규모의 CB에 대한 만기상환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자본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무리한 상장 추진은 당장에 어렵다. 앞·뒷길이 모두 막힌 셈이다. 티빙과의 합병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양사 합병 성사까지의 허들은 결코 낮지 않다. CB 상환과 IPO와의 연결고리마저 끊기 어려운 상황에서 콘텐츠웨이브가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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