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국가와 사회에게 던진 묵직한 질문, ‘D.P. 시즌2’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 더 확장된 세계관으로 품은 불편한 현실 주연부터 조연까지 빛나는 배우들의 존재감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계란을 맞은 바위엔 그 흔적이 남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즌2>(이하 D.P.2)는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정해인 분)와 한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2021년 8월 공개 후 군대 내 폭력과 가혹 행위를 날카롭게 조명,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작품상,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던 <D.P.>의 후속작이며,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시즌에 이어 정해인-구교환-김성균-손석구가 주연을 맡았고, 지진희와 김지현, 정석용이 새롭게 합류했다.
지난 7월 28일 공개된 이 작품은 [오늘의 OTT 통합 랭킹] 1위, 7월 4주 차 OTT-TV 통합 드라마 화제성 3위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번 ‘신드롬 급’ 인기를 예고했다. 지난 시즌 글로벌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으며 2021 뉴욕타임스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TOP10에 올랐던 만큼 전 세계인들의 관심도 이어졌다. 작품은 공개 단 이틀 만에 1,5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5위를 기록했다. 호평 가득한 시청자들의 후기도 이어졌다. 국내외 언론과 시청자들은 “연기 구멍이 한 명도 없다”, “완벽한 서사와 강렬한 메시지” 등 찬사를 보냈다.
2년 만에 돌아온 <D.P.2>는 시즌1의 마지막 회에서 다뤄진 조석봉(조현철 분) 일병 사건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석봉 사건 이후 D.P.의 담당관인 박범구(김성균 분) 중사는 징계를 받았고, 임지섭(손석구 분) 대위 또한 징계를 받고 전출됐다. “뭐라도 해야지”라는 대사를 남기고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조석봉 일병 사건 후 변한 건 없었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시즌1에서 이등병이던 안준호는 이제 일병이 됐고, D.P.의 조장 한호열은 전역을 앞둔 말년 병장이다.
시즌2는 시즌1의 엔딩에서 등장한 김루리 일병(문상훈 분)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시작된다. 조석봉의 친구였던 김루리는 뉴스를 통해 비보를 전해 들었고, 그 순간에도 선임들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김루리는 불행한 현실에 부대원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무장 탈영병이 된다. 김루리의 탈영은 조석봉 사건 이후 충격에 빠져 있던 D.P.조를 다시 모았다. 조석봉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박범구와 군 생활을 이어가던 안준호, 한호열은 김루리 일병을 ‘살리기’ 위해 다시 한번 임무에 착수한다.
김루리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은 시즌2를 이끄는 큰 물줄기가 된다. 조석봉 일병의 자살 미수 건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는 군부대뿐만 아니라 온 사회를 뒤집어 놓게 되고, 103사단을 넘어 국군본부가 직접 개입한다. 사건의 확장과 함께 국군본부는 부조리를 덮기 위해 열중이다.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 분) 준장과 법무장교 서은(김지현 분) 중령, 고등검찰부 군 수사관 오민우(정석용) 준위의 목표는 ‘김루리 일병 생포’가 아닌 ‘국군의 안녕’. 세 사람은 안준호, 한호열, 박범구, 임지섭과 시시각각 부딪히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충격적인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안준호와 한호열은 달라진 것 없는 현실 속에서 장기 탈영병 장성민(배나라 분) 상병을 쫓는다. 연극 ‘갈매기’의 니나가 되고 싶었던 장성민 상병은 뮤지컬을 전공한 재능 있는 학생이었지만, 성소수자란 이유로 심한 괴롭힘을 당하다 탈영한다. 탈영 후 피할 수 없는 생활고에 밤낮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여장을 하고, 하고 싶었던 노래를 마음껏 부르며 지내던 장성민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앞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이어진 ‘불고기괴담’ 편에서는 최전방 감시초소 G.P의 이야기가 담겼다. 북한과 가장 근접해 월북 사건까지 빈번하게 벌어져 더 고립되어 있는 G.P에 나중석(임성재) 하사의 죽음을 쫓으러 떠난 임지섭 대위와 안준호는 어딘가 음침한 G.P의 현실에 놀란다. 수상함도 잠시, 그들의 앞에 나타난 신아휘(최현욱 분) 병장의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폐쇄적인 G.P에서는 어떤 이의 손도 들어줄 수 없었다. 임지섭 대위가 기억하는 것과 신아휘 병장이 이야기하는 나중석 하사는 너무 달랐고, 사건은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전개로 이어지며 진실을 제대로 파헤칠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을 대변한다.
이등병에서 일병까지, D.P.로서 활약하며 최다 검거율을 달성한 안준호는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침통함을 느낀다. 결국 안준호는 군의 부조리와 문제가 담긴 USB를 손에 넣고 온 사회에 이를 알리기 위해 탈영을 결심한다. USB 유출과 함께 국군본부의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국군본부는 안준호를 막기 위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고, 한호열과 박범구, 임지섭은 안준호를 살리고 지키기 위해, 또 부조리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김루리 사건으로 군복을 벗게 된 서은과 시즌1에서 탈영 후 자살한 신우석(박정우 분) 일병의 누나로 동생의 죽음 이후 군 인권 보호센터 간사가 된 신혜연(이설 분)의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시작된다. 두 사람은 김루리 일병을 지키고 이어지는 군의 비극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안준호는 USB를 전달하기 위해 국군본부와 치열한 싸움을 시작한다.
김루리 일병 총기 난사 사건부터 안준호의 탈영까지 6부작으로 제작된 스토리는 “6편의 중편 영화 같았으면 한다”는 한준희 감독의 말처럼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내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었다. 장기 탈영병 장성민의 이야기에는 뮤지컬 장르를 결합했고, 나중석 하사와 신아휘 병장의 에피소드는 공포 장르를 차용했으며, D.P.조 안준호와 한호열에게는 액션 활극이 입혀졌다. 특히 정해인이 가장 어려웠던 장면으로 꼽았던 ‘기차 액션씬’은 여느 액션 영화보다도 화려한 액션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출연 배우들의 열연도 빛났다. 주연배우는 물론이고 조연, 특별출연까지 단 한 명의 연기 구멍 없이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도우며 몰입감을 높인 것. 지난 시즌부터 함께해 온 정해인-구교환-김성균-손석구의 호흡은 더 끈끈해진 극강의 브로맨스 케미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새롭게 합류해 극의 긴장감을 높인 지진희-김지현-정석용은 물론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문상훈-배나라-임성재-최현욱은 감탄을 자아내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었다.
반면 지난 시즌 인기의 주역이던 ‘준호열’ 케미의 비중이 준 점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세계관이 확장되며 수많은 내용이 담기다 보니 시즌1에서 남다른 브로맨스 케미로 팬들의 마음에 불을 짚였던 안준호-한호열 콤비의 활약이 줄어든 것. 또한 칼을 무서워 하는 한호열의 서사는 밝혀졌지만, 조석봉 사건 후 PTSD에 빠져 실어증이 걸리는 등 페인처럼 지내다 다시 D.P. 조장으로 복귀한 한호열의 서사가 세밀하게 담기지 않은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P.2>가 전한 묵직한 메시지는 다시 한번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전작에서 “우리가 뭘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하고 낙담하던 인물들은 ‘뭐라도 하기 위해’ 움직였고, 쫓고 쫓기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무거움이 담겨 있다. 특히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은 대한민국 군대와 부조리한 사회에 다시 한번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비극을 덮고 싶은 국군본부와 국가는 모든 사건을 ‘개인의 과실’로 치부하지만, 국가를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한 장병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개인의 과실, 그러면 그 개인들은 무엇 때문에 함께 모여 있습니까? 무엇을 위해서 군대에 왔습니까? 그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군대에 왔습니다. 같이 생활을 하다 누가 누구를 죽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나라는 아무 책임이 없다’, ‘증거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 그럼 그런 나라를 위해서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 군인이 되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