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콘텐츠’로 확장성 높인 웹툰·웹소설 업계, 왓챠도 웹툰 IP 확보 나선다

여전히 성장 중인 웹툰·웹소설 업계, 왓챠도 성장세에 ‘편승’ ‘고정 팬덤’ 확보 성공한 웹툰·웹소설, 콘텐츠 업계 입장에선 ‘신의 IP’ ‘마이너 장르’도 수면 위로, BL·무협 등 ‘콘크리트층’이 큰 역할 해

사진=왓챠

토종 OTT 왓챠가 경영난 해소를 위해 웹툰 사업 강화 카드를 꺼냈다. 기존 구독제에서 벗어나 작품별 유료 판매를 통해 네이버·카카오처럼 다수의 K-웹툰 팬을 플랫폼에 끌어들이겠단 전략이다. 실제 웹툰 산업은 OTT 사업의 아성을 뛰어넘을 만큼의 성과를 내보이고 있다. 왓챠가 웹툰 사업을 통해 기존 OTT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IP를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왓챠, 자사 ‘왓챠웹툰’ 본격 활성화

IT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7일 자사 웹툰 서비스 ‘왓챠웹툰’을 구독 방식에서 단건 판매·대여 방식으로 전환한다. 유료 작품 위주로 수익성 확보에 유리한 카카오웹툰을 모티브로 BM을 구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왓챠 관계자는 “작품 가격은 경쟁 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이며 일부 작품은 무료로도 제공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작품 수도 현재 수백 편에서 꾸준히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웹툰은 웹툰 그 자체를 넘어 2차 콘텐츠 제작 IP로서 큰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적자에 시달리던 넷마블은 인기 웹툰 원작의 게임을 흥행시키며 실적 반등의 기회를 얻었고, 애플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 또한 웹툰 시장에 진출하고 나섰다. 이에 국내외 IT 업계에서는 웹툰이 대세 산업으로 떠올랐단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내외 드라마·영화 제작사 다수는 신작을 개발할 때 웹툰이나 웹소설 IP를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이미 성공이 검증된 IP인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제작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이 흥행하자 원작 IP 네이버웹툰 조회 수가 약 80배 폭증하는 등 콘텐츠 사업 선순환구조도 확인됐다. 웹툰 업계도 콘텐츠 업계도 원작 IP 2차 콘텐츠 제작에 적극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성장성 높은 웹툰·웹소설 시장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시장은 10년 넘게 성장이 지속됐음에도 여전히 순 이용자 수 성장세가 주춤하지 않았다. 특히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의 IP 확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현재엔 성장세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콘텐츠 제작비가 매우 높아진 현재에도 영화나 게임 등 포맷에 비해 제작비가 월등히 경제적이라는 점이 웹툰·웹소설 IP의 성장세에 큰 역할을 했다. 소재, 장르, 분량의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한 점도 성공의 비결 중 하나다.

교보증권의 ‘웹툰이 곧 글로벌 흥행 IP’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3년 1,500억원에서 2020년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런 만큼 최근엔 성공한 작품을 2차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획 단계에서 IP를 활용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사업을 전개하거나 보유한 IP를 서로 연계하는 전략이 시행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슈퍼웹툰 프로젝트’로 탄생한 <승리호>다.

2차 콘텐츠 제작이 순차적이고도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건, 웹툰·웹소설 기존의 팬덤을 2차 콘텐츠로 끌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사회현상과 ‘미생 세대’라는 단어까지 탄생시키며 열풍적인 인기를 끌고 온 다음 웹툰 『미생』은 tvN 드라마 <미생>으로 재탄생해 기존 웹툰 팬들은 물론,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Hun 작가의 『나빌레라』 또한 tvN을 통해 영상 콘텐츠로 제작되면서 고정적인 팬덤을 확보했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스위트홈> 등 역시 기존 웹툰 팬들을 유입해 기본적인 성공을 이뤄낸 뒤 새로운 팬들까지 대거 영입하는 성과를 보였다. 영상 제작비가 비싸지면 그만큼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이 같은 면에서 ‘기존 팬’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검증된 콘텐츠인 웹툰·웹소설은 제작사에게 있어 ‘신의 콘텐츠’일 수밖에 없다.

웹소설 원작 BL 드라마 ‘시멘틱 에러’/사진=왓챠

웹툰·웹소설 사업성↑, ‘마이너 장르’도 콘텐츠 산업의 일환으로

웹툰 원작 드라마가 본격 활성화되면서 그 장르도 다변화되고 있다. 기본적인 로맨드코미디, 판타지, 학원물 등 외에도 BL, 무협 등 소수 취향으로 여겨졌단 장르들도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리디 BL 웹소설 『시멘틱 에러』가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흥행하면서 업계 전반에서 BL 장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에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인 BL 『비밀사이』가 드라마 제작을 확정하는 등 콘텐츠의 저변이 확장됐다. 네이버시리즈의 무협 장르 웹소설 『화산귀환』 또한 누적 다운로드 수 4억8,000만 회를 기록하며 콘텐츠 업계의 눈길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장르가 다변화되기 시작한 건, 웹툰·웹소설에 대한 2차 콘텐츠가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BL, 무협 등 상대적으로 마이너계열로 꼽히던 장르들은 사실상 콘텐츠 업계에서 소외돼 왔다. 돈이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툰·웹소설 등 ‘검증된 작품’이 ‘검증된 콘텐츠’로서 일약 성장하게 되면서 장르와 사업성 사이의 경계선이 다소 무너졌다. BL, 무협 등 마이너 장르도 고정 매니아층은 두터운 만큼 ‘혈’만 뚫리면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질 수 있다. 불투명하기만 하던 장르의 성공 가능성이 웹툰·웹소설의 사업성 확보 및 증대 아래 가시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웹툰의 잠재 시장가치는 100조원, 대표적인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적정 가치는 총 10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웹툰산업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에 놓여 있다. 웹툰과 웹소설 산업은 이미 OTT 사업의 유료시장과 맞먹는 규모를 갖췄다. 오히려 성장 속도와 가능성은 OTT 사업보다 더 빠르고 높다. 웹툰·웹소설 IP가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해도 이제는 과언이 아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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