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연속 흑자’ OTT·유통업계 동시에 삼키는 쿠팡, 反쿠팡 연합마저 등장?

‘적자 기업’ 대명사 탈출한 쿠팡, 지난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흑자’ 스포츠 등에 업고 매섭게 성장하는 쿠팡플레이, 4천억원 ‘신사업 투자’로 날개 달까 쿠팡發 시장 격변에 입지 흔들리는 신세계-웨이브, 멤버십 연합군 결성

쿠팡이 올해 2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네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올해 쿠팡의 첫 연간 흑자 달성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사인 쿠팡은 2분기에 매출 58억3,788만 달러(약 7조7,000억원)를 거뒀다고 9일 발표했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수준이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추정치(56억~57억 달러)도 상회했다. 대다수 국내 토종 OTT가 적자 부담으로 인해 투자를 축소하는 가운데, 쿠팡은 호실적에 힘입어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와 대만 로켓배송 사업 등 신사업 부문에 총 4,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13년 따라붙은 ‘적자 기업’ 타이틀, 이제 안녕

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의 대명사로 꼽혀왔다. 대규모 물류센터 신설·운영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적자가 꾸준히 누적된 탓이다. 역대 최대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적자를 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쿠팡은 영업손실 1조1,201억 달러(약 1,473조원), 순손실 9,204억 달러(약 1,210조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쿠팡은 투자를 위한 적자를 줄이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작년 3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영업이익·순이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9일 콘퍼런스콜에서 “수년간 물류 인프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높은 수준의 고객 경험을 제공한 게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라며 “매출과 활성 고객 수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이른바 ‘플라이휠’(선순환)이 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쿠팡의 2분기 활성 고객은 1,971만 명으로 전년 동기(1,788만 명)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쿠팡 관계자는 “소비 부진으로 2분기 한국 유통시장(통계청 집계 소매판매액) 성장률이 3.1%에 그친 가운데 쿠팡 매출은 21% 급증했다”며 “로켓배송뿐 아니라 후발 사업인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 로켓그로스 등도 큰 폭으로 성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진=쿠팡

쿠팡플레이 비롯 신사업 4,000억원 투자

실적 개선을 확인한 김 의장은 대만 로켓배송 사업,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등 신사업에 올 한 해 4억 달러(약 5,272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신사업의 2분기 감가상각 전 영업손실은 1억737만 달러(약 1,415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쿠팡 관계자는 “그만큼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콘텐츠 ‘올인’ 전략에 힘입어 급성장, 월간 실사용자 수(MAU) 5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6월 쿠팡플레이의 월간 실사용자 수는 486만 명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월 실사용자 수가 500만 명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성장세에 힘입어 쿠팡플레이는 웨이브를 제치고 토종 OTT 플랫폼 2위 자리를 꿰찼으며, 최근에는 1위인 티빙마저 위협하고 있다(MAU 기준).

성장의 비결로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꾸준히 이뤄진 스포츠 콘텐츠 투자가 지목된다. 쿠팡플레이는 K리그, 포뮬러1(F1), 스페인 프로축구, NFL(미국 내셔널풋볼 리그) 등을 독점 중계하는 한편, 유럽 유명 축구단을 한국으로 초청해 K리그1 소속 팀과의 맞대결 혹은 유럽 구단 간의 맞대결을 주선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를 통해 충성 고객을 끌어모았다. 김 의장이 밝힌 4,000억원 중 쿠팡플레이에 유입될 투자금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쿠팡플레이가 적자 끝에 콘텐츠 투자를 줄여가고 있는 여타 토종 OTT 대비 여유가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웨이브

‘1위 놓친다’ 신세계-웨이브의 협력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각 분야 경쟁사가 협력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신세계와 웨이브의 협력이 대표적인 예다.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오던 신세계그룹은 최근 쿠팡의 매서운 추격으로 인해 위기에 빠졌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통 시장 규모(순수 유통 채널 기반 판매액 기준)는 오프라인 227조원, 이커머스 174조원 등 총 401조원 수준이다. 이중 기업별 온오프라인 통합 시장 점유율은 신세계그룹이 13.4%로 1위였으며, 쿠팡이 9.8%로 2위였다.

좁혀지는 격차에 위기를 감지한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온오프라인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론칭했다. 쿠팡에 토종 OTT 2위 자리를 빼앗긴 웨이브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신세계와 협력,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에게 8월 말까지 최대 50% 할인 이용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와 OTT 업계에서 동시에 영향력을 키워가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두 기업이 손을 잡은 것이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난 쿠팡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쿠팡에서 시작된 유통·OTT 시장의 대격변은 기존 강자였던 국내 기업들의 입지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후 쿠팡의 몸집이 거대해질수록 관련 기업들의 ‘합종연횡’ 역시 지금보다 한층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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