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치이고 ‘숏폼’에 치이는 넷플릭스, GTA 등 인기 게임 확보로 위기 극복하나

오리지널 게임 콘텐츠의 처참한 성적, 결국 인기 게임 서비스 타진하는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상 콘텐츠 '원 트랙'으론 어려워, 게임으로 '투 트랙' 노린다"
클라우드 게임도 넷플릭스 손안에,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에 도움 될 듯"
GTA5 게임 포스터/사진=에픽게임즈

넷플릭스가 구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게임 목록에 <그랜드 테프트 오토(GTA)>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흥행력이 보장된 게임을 통해 넷플릭스를 구독하지 않는 게이머들까지 신규 구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간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게임 콘텐츠 제작에 역량을 집중해 왔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런 넷플릭스가 인기 게임을 토대로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굳혀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넷플릭스, GTA 라이선스 확보 나서

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GTA>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테이크투 인터랙티브와 협의에 들어갔다. 넷플릭스가 <GTA> 라이선스 확보에 나선 건 흥행력 있는 게임 콘텐츠가 신규 구독자 유치 및 기존 구독자 이탈 방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GTA>의 흥행력은 이미 검증된 사안이다. 가장 최신작인 <GTA5>는 지난 2013년 처음 출시된 후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한국에선 <GTA5> 출시 이후 PS3가 일시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큰 성공을 이뤘다. <GTA5>는 이후에도 새로운 콘솔로 출시됐으며, 지난해 3월엔 PS5, Xbox 시리즈로도 출시됐다. 개발사인 락스타 게임즈는 현재 <GTA6>를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GTA> 라이선스 계약에 성공할 경우 넷플릭스의 외연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선스 계약이 이뤄지면 넷플릭스는 <GTA>를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을 새로 출시할 수 있다. <GTA> 시리즈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게임 시리즈인 만큼, 해당 게임의 성공은 보장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혹은 <GTA>를 소재로 PC나 스마트TV에서 클라우드 형식(기기에 게임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게임 화면을 기기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클라우드 형식의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오버워치>를 개발했던 차코 소니를 영입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입장에선 준비된 냄비 안에 <GTA> 시리즈를 넣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게임 부문 진출은 자연스러운 일”

넷플릭스의 리앤 롬 외부게임부문 부사장(VP)은 지난 8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게임은 오늘날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사업 중 하나인 만큼, 넷플릭스가 구독 서비스에 게임을 포함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확장”이라고 밝혔다. 실제 넷플릭스는 <GTA> 라이선스 계약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부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1년 11월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 1984>, <기묘한 이야기 3 : 더 게임>, <슈팅 훕스(Shooting Hoops)>, <카드 블래스트(Card Blast)>, <티터 업(Teeter Up)> 등 게임을 선보이며 게임 시장 선점에 대한 열망을 내비쳤다. 마이크 버두 전 페이스북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콘텐츠 부사장을 영입하고 히트작 <애프터파티>를 개발한 인디 게임 개발사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하는 등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게임 흥행력은 영상 콘텐츠 대비 크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앱 추적기 앱토피아에 따르면 넷플릭스 구독자 약 2억3,800만 명 중 매일 넷플릭스 게임을 이용하는 비율은 1% 미만에 불과했다. 넷플릭스의 실패 원인은 다름 아닌 ‘역량 부족’이다. 쉽게 말하면 넷플릭스가 만든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의미다. 당초 오리지널 콘텐츠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몰두하던 넷플릭스가 돌연 기존 인기 게임 확보에 나선 이유다. 앞서 넷플릭스는 내달 7일부터 일본 세가 게임인 <풋볼매니저 2024> 모바일 버전을 본격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축구단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인 <풋볼매니저> 시리즈는 현재까지 판매량 3,500만 장 이상을 기록한 인기 게임인 만큼 넷플릭스의 구독 모델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넷플릭스가 <GTA> 시리즈까지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면, 게이머들에게 넷플릭스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숏폼 콘텐츠를 전면에 내건 (왼쪽부터)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사진=구글 플레이스토어

넷플릭스의 ‘게임 전략’, 알고 보니 사업 확장 위한 포석?

넷플릭스의 향후 전략은 명확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사의 가장 큰 경쟁자로 ‘에픽게임즈’와 ‘틱톡’을 꼽은 바 있다. 최근 대중들은 넷플릭스보단 게임과 짧은 동영상(숏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영상 콘텐츠 단일 품목만으론 이용자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로, 이를 타파하기 위해 게임을 선택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게임 콘텐츠를 미래 전략으로 구상한 건 오랜 기간 게임 사업을 이어오며 스트리밍 플랫폼에 언제라도 게임을 접목시킬 수 있는 디즈니+와 아마존프라임에 대응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저작권 공룡으로 불리는 디즈니는 오래전부터 자사 IP를 활용한 게임 라이브러리 확충에 주력해 왔고, 아마존은 <뉴 월드> 등 새로운 게임을 잇달아 발표하며 게임 분야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게임 사업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형 게임 업체와의 협업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유비소프트와 넷플릭스가 손을 잡았단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실제 유비소프트는 지난 1월 <발리언트 하츠: 커밍 홈>을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한 바 있으며, 향후 <마이티 퀘스트: 로그 팰리스> 등을 넷플릭스에만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넷플릭스를 위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신작을 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베인글로리> 등을 선보인 슈퍼이블메가코프는 넷플릭스 작품에 기반한 독점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모바일 게임 외 TV와 PC를 아우르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테스트까지 함께 진행했다는 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최근 게임 업계 사이를 관통하는 ‘클라우드 바람’이 넷플릭스를 통해 보다 본격화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다. 클라우드 게임과 관련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등 기술은 확장의 여지가 크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고성능 클라우드 컴퓨팅, VR(가상현실) 등의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로 적용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넷플릭스의 이 같은 ‘게임 사업 노하우 쌓기’는 향후 넷플릭스가 VR 등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게임 시장 진출, 서비스 플랫폼 확대를 넘어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 확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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