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관객을 찾아가는 시대, 마동석 주연 ‘황야’ 넷플릭스로 무대 옮긴다

'범죄도시' 시리즈 마동석X허명행 무술감독 재회로 눈길
국내 배급사 찾고도 글로벌 OTT 향하는 영화들
"영화 산업은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극장 비중 줄었을 뿐"
영화 ‘황야’의 주연 배우 마동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희준, 노정의, 이준영/사진=넷플릭스

남은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개봉 일정을 조율 중이던 대작 영화들이 줄줄이 극장을 건너뛰고 OTT행을 택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국내 극장가 최대 흥행을 기록한 <범죄도시3>의 주역 마동석의 차기작 <황야>마저 넷플릭스로 직행하며 ‘영화계 위기론’에 불이 붙고 있다.

‘천만 배우’도 스크린 고집 안 해

넷플릭스는 최근 영화 <황야>를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확한 공개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영화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1월 안방극장에서 해당 영화를 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만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멸망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배우 마동석을 비롯해 이희준, 이준영, 노정의 등이 출연하며 마동석과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허명행 무술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넷플릭스 <지옥>, <D.P.> 시리즈 등을 만든 클라이맥스스튜디오가 제작한 <황야>는 당초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으며 극장 개봉 후 국내외 OTT를 통한 VOD 서비스가 예상됐지만, 극장을 건너뛴 OTT행에 많은 업계 관계자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개봉작 중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 뿐인 만큼 두 작품을 이끈 마동석의 OTT행이 사실상 국내 영화계의 일몰을 의미하는 것과 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면서다.

팬데믹이 뒤바꾼 극장과 OTT의 분위기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영화관 개봉을 고집했던 제작진과 배우들 사이에서도 최근에는 OTT 직행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치솟는 티켓값과 극장을 오가는 시간적·체력적 부담이 없는 OTT가 팬데믹을 겪으며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영화팬 사이에 주된 콘텐츠 소비 채널로 빠르게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OTT 공개에서는 별도의 해외 배급사를 따로 찾을 필요 없이 빠른 전 세계 공개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례로 배우 임시완과 천우희 주연의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CJ ENM이 배급을 맡았지만 지난 2월 넷플릭스 공개로 전환한 후 글로벌 영화 팬들의 호평으로 이어졌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탄생한 바둑 영화 <승부> 역시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했다. <승부>의 경우 주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사건으로 공개 일정이 무기한 연기되긴 했지만, 극장 개봉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또 2018년 개봉해 52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독전>도 확장된 세계관의 속편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했다. 넷플릭스 <독전2>는 오는 17일 전 세계 동시 공개된다.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개봉을 앞둔 국내 영화는 <뉴 노멀>, <서울의 봄>, <싱글 인 서울>, <노량: 죽음의 바다> 등이다. 이 가운데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등 연기파 배우들의 총출동과 국내 영화 사상 최대 관객을 기록한 <명량>의 후속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이 지난해 7월 개봉 후 불과 33일 만에 OTT 쿠팡플레이에 공개되며 약 700만 명의 관객에 그친 바 있어 이 또한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는 언제든 관객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OTT 선호 현상이 ‘영화의 위기’보다는 ‘극장의 위기’로 해석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영화 산업은 세계 7위 수준을 기록할 만큼 활성화돼 있는데, 극장이 독식하던 상영 기회를 OTT와 나눠 가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극장을 찾은 관객은 총 1억1,281만 명으로 전년 대비 86.4% 증가했는데, 매출액은 1조1,60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98.5% 증가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다만 전체 매출액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전체 국내 영화 시장의 64.6%를 차지했던 극장 매출액은 지난해 41.9%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OTT의 비중은 26.8%에서 53.2%로 2배 가깝게 뛰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히면 OTT가 전체 영화 산업의 70.8%를 차지하는 만큼 우리 영화 산업 내 OTT 비중은 향후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영화계에서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절대 지위를 가진 미디어가 없는 만큼 극장 밖에 있는 관객들의 니즈에 맞춰 콘텐츠 제공 채널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극장에서”를 고집하기보다 변화의 흐름에 따라 관객과의 접점을 확대한 영화계의 노력이 유의미한 성과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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