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영화 랭킹] 2/15 넷플·웨이브·티빙 – ‘황야’ 제친 ‘차박’
15일 OTT 영화 랭킹 설 연휴 공략한 ‘차박’, 넷플 1위 ‘스즈메의 문단속’-‘소년들’ 장기 집권
규모가 작아도, 공감을 이끌 수 있다면.
넷플릭스(Netflix) 영화 부문 1위에 영화 <차박- 살인과 낭만의 밤 Chabak – Night of Murder and Romance>(이하 차박)이 자리했다. <차박>은 평온한 일상, 사랑하는 아내 등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남자 수원(데니안 분)이 아내 미유(김민채 분)와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낭만적인 차박 여행에서 낯선 인기척과 함께 순식간에 악몽 같은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는다. 뉴욕필름아카데미를 수석 졸업한 신예 형인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가수 god의 멤버 데니안과 신예 배우 김민채, 홍경인 등이 출연한다.
지난 8일 넷플릭스를 통해 SVOD 서비스를 시작한 작품은 넷플릭스 영화 차트 2위로 스타트를 끊은 후 오픈 5일차에 왕좌에 올라섰다. 설 연휴를 공략하며 영화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 특히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황야>의 왕좌 행진을 막은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황야>는 대체 불가 배우 마동석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약 14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선보인 작품으로,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TOP10 영어-비영어 통합 1위를 기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차박>의 순 제작비는 4억원. <황야>와 비교하면 매우 소규모의 작품이다. <황야>가 공개 3주차를 넘어서며 하락세에 접어든 탓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대작’을 제친 것은 <차박>에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또한 <차박>은 극장 개봉 당시에도 이렇다 할 화제를 모으지 못한 작품. 지난해 9월 13일 스크린에 걸린 작품은 조금의 입소문도 타지 못한 채 최종 6,465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작품의 연출을 맡은 형인혁 감독은 “제작비 4억의 작은 영화가 일을 냈다. 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성과다. 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기쁜 마음이 크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진정성을 담아 열심히 일해준 배우들과 스태프들 덕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차박>의 입소문은 예견된 일이었다. 작품은 지난해 개최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필름 마켓을 통해 소개된 후 “로맨스와 스릴러의 놀라운 연결이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그 덕에 대만과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폴란드,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개봉을 확정하며 해외 관객들과도 만났다.
또한 작품은 제8회 포틀랜드호러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후 최우수 연기상에 해당하는 매스크루주상(김민채)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당 영화제에서는 “<차박>은 놀라운 전개를 펼치는 작품이며, 김민채의 연기는 결말의 충격과 기이함을 한층 더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작품은 러시아 국제호러액션판타스틱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진가를 알아본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OTT 공개 후 재조명 받고 있는 <차박>이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이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웨이브(Wavve) 1위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 Suzume>이다.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지난 1일 웨이브에서 독점 공개를 시작한 후 2주간 왕좌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3월 극장 개봉 후 557만 관객을 동원, 국내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 흥행 순위 1위 자리를 거머쥐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것.
OTT 공개 후 다시 한번 신드롬을 재현하고 있는 작품은 역대 웨이브에서 독점으로 서비스된 영화 가운데 오픈 당일 가장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웨이브 공개 직후 웨이브 영화 장르 내 시청자 수, 시청 시간, 신규유료가입견인 수치 등 모든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오픈 4일 만에 2월 1주차 웨이브 주간 영화 장르 순위 정상을 꿰찼으며, [오늘의 OTT 통합 랭킹]에서도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안방극장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극장과 OTT 모두에서 신기록을 경신한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신카이 마코토의 전작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스즈메의 문단속>과 함께 재난 3부작으로 불리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는 웨이브 내 시청 시간이 <스즈메의 문단속> 공개 전보다 각각 2, 4배 증가했으며, <언어의 정원>,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 등 신카이 마코토의 명작들을 다시 찾는 구독자들 역시 증가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모든 작품은 웨이브에서 시청 가능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비롯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들의 여운은 오는 3월 30일과 31일 개최되는 ‘재패니메이션 OST 콘서트’까지 이어질 전망.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의 OST를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들려주는 이 콘서트에서는 <스즈메의 문단속>,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초속 5센티미터>, <별의 목소리>까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세계 최초로 풀 편성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선보인다.
티빙(TVING) 1위는 <소년들 The Boys>이다.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이달 초 티빙에서 SVOD 서비스를 시작한 후 왕좌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은 지난해 11월 개봉 후 극장에서는 단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에 자리하지 못한 채 47만 관객 동원에 그치는 등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OTT 공개 이후 약 2주간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며 뒷심을 발휘 중이다.
<소년들>은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하며, <남부군>, <하얀 전쟁>,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 등의 정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설경구-유준상-진경-허성태-염혜란-김동영-유수빈-김경호-서인국-배유람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라인업을 완성했다. 극장 개봉 당시에는 신파 등으로 호불호를 이끌며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화려한 배우진과 감동을 주는 이야기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만큼 OTT에서 장기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