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완, 빌런의 새로운 얼굴 [인터뷰]

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임시완 인터뷰 선한 비주얼의 악역, ‘맑은 눈의 광인’ 주목 “배우로서 선한 영향력 고민→ 글로벌 정서까지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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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선한 눈빛과 다정한 성품으로 건실한 이미지를 쌓아온 임시완의 충격 변신이다. 영화 <비상선언>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도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하며 빌런의 새 계보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던 그의 눈은 마주치면 피해야 하는 공포의 대상 ‘맑은 눈의 광인’이 됐다. 생각할 수도 없었기에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악역 임시완의 존재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시완은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극본 김태준)에서 서늘한 눈빛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섬뜩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 우준영을 연기했다. 일본 시가 아키라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대표작 <미생>(2014)과 180도 다른 악한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은 남긴 임시완은 연속으로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해 “개봉 시기가 맞물려 악역 비중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악역이 작품의 꽃이라고 하더라. 강렬한 연기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에 배우에게 축복이라더라. 확실히 악역은 열려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선한 역이 더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런 이유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출연을 한번 고사했던 그는 촘촘하게 짜인 작품에 반해 결정을 번복했다.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잡아야 하는가,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거절해야 하는가 고민이 컸다. 그는 배우로서 가치관의 기준을 잡기 위해 악한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서사를 지웠다.

“내가 그쪽 스마트폰 주웠으니까..”

극중 임시완이 연기한 우준영의 살인 이유는 없다. 스마트폰 해킹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상을 통째로 흔들며 파괴하는 모든 과정이 그저 가벼운 장난처럼 느껴진다. 원작과 가장 다른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준영이 살인 대상 관련 정보를 하나씩 모으는 것을 ‘컬렉션 수집’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준영은 내가 봐도 얄밉고 정이 안 가는 캐릭터”라고 고개를 저었다.

사진=넷플릭스

악역의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해 출연료 일부를 기부했다는 임시완은 “내 선택에 대해 어떻게든 당위성을 찾는 방식”이라고 고백했다. 기부의 형식화가 바람직하진 않지만, 어떻게든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기 위한 그의 노력이기도 하다.

대중들은 악역 임시완에게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이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운 소화력에 감탄을 보냈다. 배우로서 대중 반응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는 그는 “그렇게라도 인지해주시는 게 어딘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이날 플릭스 패트롤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영화 TOP10 2위를 기록했다. 그는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만큼 현실 밀착형 공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면서 “감독과 ‘흥행하면 프리퀄 제작도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물 촬영이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좋았다. 특히 드라마 <미생>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그리고 예능 <바퀴 달린 집2>(2021)에서 함께 했던 김희원은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애초 임시완에게 이 작품 대본을 건넨 사람도 그였다. “김희원이 불러서 나갔는데 한참 근황 이야기를 하시더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헤어질 쯤 대본을 주셨다”고 회상한 그는 현장에서 보여주는 선배의 연기 열정에 존경을 표했다. 이어 이미나 역 천우희에 대해 “스릴러 장르 특성상 감정적으로 지치기 쉬운데 밀고 나가는 힘이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 배우다. 광희, 박형식, 김동준 등과 함께 연습생부터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약 9년을 보낸 그는 “당시 나와 아이돌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 난다. 솔로 활동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20대를 쏟아부은 아이돌 활동을 부정할 필요가 없고, 이제는 전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가수로서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최근 열린 팬미팅에서 그는 아이돌 시절 못지않은 댄스 실력과 잔망미로 팬들 마음을 설레게 한 만큼, 가수와 배우의 양립으로 더 많은 매력을 발산할 계획이다.

사진=넷플릭스

배우로서의 포부도 잊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처럼 글로벌 OTT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이 많아진 만큼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해외 시청자들의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세계 정서를 이해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시완은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 <불한당>, 송강호-이병헌-전도연 등과 함께한 <비상선언>(2022)으로 두 차례 칸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정점에 있는 선배 배우들의 치열하게 고민하고 중압감을 느끼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목격한 그는 “노력은 기본값이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연기를 봐온 관객들의 요구 수준은 높다. 내 시대에 맞는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칸영화제에서의 기립박수를 떠올리며 “저를 모르는 관객이 저와 눈을 맞추고 박수를 보내줬다. 그때 내가 연기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연기 기준점을 높이고 적당히 해선 안 된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이 영광을 다시 누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아이돌 시절 ‘숙소 지킴이’였던 임시완은 영화 <변호인>을 통해 실력파 배우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신인배우와 다름없던 그는 “네 모습은 진짜가 아니”라는 송강호의 호된 꾸지람에 묵묵하게 ‘진짜’를 찾아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리고 OTT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활약 중인 임시완은 올해 개봉 예정인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으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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