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계정 공유 유료화 초읽기, 이용자 63%는 ‘떠날 준비’

언론진흥재단 ‘넷플 계정 공유 제한 이용자 인식’ 조사 공유 이용자 63%는 “금지되면 구독 해지할 것” 비싼 구독료-대체 가능 플랫폼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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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중 절반 이상이 ‘구독 해지’를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가 이른 시일 내 계정 공유에 대한 추가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용자 중 63%는 계정 공유 제한 정책이 시행될 경우 더 이상 넷플릭스를 이용할 의사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3월 남미 일부 국가에서 시행한 하위 계정 추가 요금 부과 조치를 올해 2월 캐나다,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으로 확대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주 시청 장소로 지정한 곳 외에서 계정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하위 계정당 평균 5.4달러(한화 약 7,200원)의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해당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빠르면 3월 내, 늦어도 상반기 내 해당 정책이 도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넷플릭스 계정 공유 제한 정책에 대한 이용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현재 계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이용 중인 구독자(비용 분담 구독자)의 62.8%는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넷플릭스를 이용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반면 추가 요금을 내더라도 계속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라고 답한 이들은 7.7%,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넷플릭스를 이용하겠다고 말한 응답자는 6.4%에 불과했다. 각종 공유 사이트 등 우회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답한 사람도 23.1%를 차지했다.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구독을 해지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요금을 계속 올리는 넷플릭스 정책이 마음이 안 들어서'(59.9%), ‘요금이 부담돼서'(55.7%), ‘계정 공유 가능한 다른 OTT 서비스를 이용할 예정이라서'(38.1%) 등을 이유로 들었다(중복 응답 가능). 공통적인 특징은 이들 모두 ‘구독료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는 것.

실제 넷플릭스 월 구독료는 국내에 사업을 전개 중인 OTT 플랫폼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비싼 수준이다. 최대 4인 동시 접속과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티빙과 웨이브는 월 13,900원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단일 요금제만을 서비스 중인 디즈니+와 쿠팡플레이는 각각 9,900원과 4,990원의 요금이 책정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6.5%는 넷플릭스의 현재 요금 수준이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적절하다고 답한 사람은 31.5%에 불과했다.

넷플릭스 이용자 중 상당수가 다른 OTT를 중복해서 이용 중인 점도 계정 공유 유료화에 구독 해지를 고려하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면 다른 OTT 플랫폼에서 충분히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다. 35.4%의 응답자가 쿠팡플레이를 중복 이용 중이라고 답했으며, 이어 티빙 33.9%, 디즈니+ 24.0%, 웨이브 22.1%, 왓챠 10.0%, 애플TV 3.4% 순을 보였다(중복 응답 가능).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계정 공유 금지화가 선언되면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무려 78.7%의 응답자가 해당 조치로 가입자 감소를 맞이할 것이라고 답한 것. 6.0%의 응답자만이 신규 계정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가운데 구독료를 홀로 부담하고 있다고 답한 이른바 ‘넷플릭스 가장’ 이용자는 계정 공유 금지에도 35.5%가 구독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33.0%는 구독을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요금제를 변경하는 등 계정 공유를 중단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14.8%, 추가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계속 계정 공유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8.9%로 가장 적었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유료화 조치는 단기적으로 가입자 수 증가를 불러올 수 있지만, 반대로 기존 구독자들의 대거 이탈로 인해 총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2월 23일부터 27일까지 20대~50대 넷플릭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넷플릭스는 “가장 먼저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도입한 남미를 비롯해 캐나다, 뉴질랜드 등 가입자를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먼저 해당 정책을 도입한 국가에서 대규모 이탈이 없을 경우 전 세계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회사가 “현재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계정 공유 금지 또는 유료화 조치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많은 구독자가 떠날 채비를 하는 이유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온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파트2를 오늘(10일) 전 세계 공개했다. 이용자들은 “주말 이용해서 <더 글로리> 정주행 마치고 구독 해지 미리 눌러놔야겠다”고 입을 모은다.

앞서 지난 3일 공개 후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에 이어 드라마 <더 글로리> 역시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이달 공개를 앞둔 넷플릭스의 한국 기대작은 JTBC 드라마 <대행사>와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 단 두 작품이다. 종영한 <대행사>의 경우 본방송과 함께 공개된 티빙에서도 시청할 수 있어 넷플릭스가 떠날 준비를 하는 한국 시청자들을 잡기 위한 유일한 무기는 <길복순>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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