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남이’ 박성광, “개그맨 출신이라는 편견 깨나갈 것” [인터뷰]

영화 ‘웅남이’ 감독 박성광 인터뷰 “‘개그맨 출신 감독’에 자격지심 있었다” “저에게 영화는 꿈을 실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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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개그맨 출신 영화감독 선입견 때문에 힘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대중들에게 부딪히면서 편견을 깨나가려고 한다.”

영화 <웅남이>의 개봉과 함께 연출을 맡은 개그맨이자 영화감독 박성광이 고충과 포부를 전했다.

박성광의 장편 영화 연출작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을 가진 의문의 존재가 국제범죄조직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반달가슴곰이라는 신박한 소재를 유쾌하게 담아냈다.

틈틈이 단편 영화를 연출하며 내공을 쌓아온 박성광은 2011년 <욕>이 서울 국제 초단편 영상제 개막작 선정돼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후 2017년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제11회 세계 서울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첫 상업 영화 <웅남이>로 많은 관객들과 만나게 된 박성광은 “시사회 전에도 이 순간을 즐기고 긴장하지 말자는 말을 계속했는데, 아쉬운 면이 계속 보였다. 봉준호 감독님도 본인 영화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나가셨다고 했는데, 저도 보면서 아쉬운 장면이 보이니까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영화를 연출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선 “개그맨에 대한 편견”이라고 밝혔다. ‘개그맨 출신 감독’이라는 말에 스스로 자격지심도 있었다는 그는 “개그맨이다 보니 정통이 아니다, 작품이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너 <영구와 떙칠이> 같은 작품 만드는 거지?’라는 말에 가장 상처받았다. 왜 그렇게 말하나 싶었다. 그건 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인드가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도 ‘편견’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웠다고. 그는 “현장에서도 그런 선입견이 있었다. 내가 얼만큼 연구했고, 알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 자격지심도 있었고, 자존감이 떨어지기도 했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선입견을 이겨내기 위해 저는 잘 모르고, 부족하다지만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고 대놓고 얘기했다. 또 이건 제 영화이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영화이기도 하니까 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때부터 풀리기 시작했다”고 편견을 깨나간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그간 주로 어두운 소재로 단편 영화를 제작했던 박성광이 첫 장편 상업 입봉작으로 코미디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연출가로서 휴먼, 스릴러, 로맨스 등 장르에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제가 개그맨이라 투자가 안 됐다. 계획한 작품이 몇 번 엎어지고, 감독이 저라는 얘기를 듣고 투자가 철회되기도 했다. 이름을 숨길까 생각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개그맨 출신인 게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봉을 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전략이었다”며 속 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코믹 장르는 박성광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개그맨이 만든 영화니까 재밌겠지?’라는 편견에 부담을 느낀 것. 그는 “개그를 할 때는 직접 대본을 쓰고 직접 연기를 했기에 허술해도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상업 영화는 대본을 쓰는 것부터 너무 어려웠다. 디렉팅을 할 때도 제가 하는 연기와 배우들이 하는 연기가 달라 대사 수정을 많이 해야 했다. 또한 영화는 2년이 지나서 개봉하니까 시의성 부분에서도 힘들었다. 이 개그가 2년 뒤에도 통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하며 코미디 장르를 연출하며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심리적인 부담감과 더불어 체력적인 부담도 있었다. 개그맨과 감독을 병행하며 스케줄을 강행하다 보니 신체적으로 무리가 찾아와 원형탈모가 생겼다. 그럼에도 박성광이 긴 제작 기간을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건 탄탄한 배우 라인업이다. 배우 박성웅을 주연으로 최민수, 이이경, 염혜란, 윤제문 등 명품 배우들의 출연은 그에게 큰 힘이 됐다.

가장 먼저 출연을 결정지은 건 배우 박성웅이다. 박성광은 “제작사를 통해 박성웅 형님의 스케줄이 비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시나리오가 미완성인 상태였다. 하지만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형님을 생각하며 쓴 상업 영화다라고 말하며 대본을 전달했다. 처음에는 답이 없으셔서 거절인가 싶어 정리하고 있었는데, ‘대본이 많이 부족하지만 같이 수정을 해보자’며 캐스팅 보드에 이름을 올리라고 하시더라. 정말 환상처럼 느껴졌다”고 캐스팅 일화를 밝혔다. 박성웅은 이번 작품에서 전직 경찰이지만 지금은 동네 백수인 ‘웅남이’와 국제 범죄 조직 2인자 ‘웅북이’로 1인 2역을 선보일 예정. 코미디와 액션을 오가는 그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많은 팬들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주연 배우 캐스팅 이후 일사천리로 제작이 진행되는 듯했지만 위기도 찾아왔다. 박성광은 제작 일정에 생겼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최민수 선배님의 교통사고”라고 밝혔다. “촬영 순서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최민수 선배님의 사고 소식이었다. 많이 다치셨다고 해서 걱정이 됐다. 우선 당장 촬영을 취소하고 제작사와 3일 동안 허공만 바라보며 ‘멘붕’에 빠져 있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병실 침대에 누워 웃고 있는 최민수 선배님의 사진을 접했고, 우리 걱정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었다. 그때 안심하며 다시 한번 힘을 내자는 마음을 먹었다”고도 덧붙였다.

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박성광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제작 계획이 수없이 엎어져도, 수많은 편견과 심리적 부담에 이어 신체적인 위기까지 겪으면서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박성광은 계속해서 영화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저에게 영화는 꿈의 실현”이라고 답했다. 또한 “연출의 매력은 머릿속으로 떠올렸던 인물이 화면으로 구현되는 게 아니냐. 상상했던 장면이 그대로 재현된다는 쾌감과 관객도 저와 똑같은 포인트에서 공감한다는 쾌감을 첫 단편 영화에서 느꼈다”며 연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밝혔다.

무대에서든 영화에서든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는 게 너무 좋다는 박성광은 개그맨도 개그 외 다른 것으로도 즐거움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왜 영화를 하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왜 코미디를 하냐고 물어도 답은 똑같다. 코미디언 시험 때도 똑같이 말했다. 영화를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며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영화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성광은 “제가 시초는 아니지만, 다음 우리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며 자신 때문에 개그맨 후배들이 영화의 길을 가지 못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개그계의 연출 선배 이경규와의 일화도 밝혔다. 박성광은 “이경규 선배님에게 상업 영화를 한다고 했더니 ‘다 사기다. 다시 알아봐’라고 하셨다. 배급사도 붙었다고 하니 ‘아 배 아파. 내가 해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셨지만, ‘우리 개그맨이 잘돼야 한다. 네가 안되면 그 뒤도 없으니 잘해라’고 하시더라”고 말하며 따끔한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이경규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편 영화 <웅남이>는 오늘(22일)부터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개봉 첫날 실시간 예매율 2위에 올라서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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