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로 무장한 베트남 OTT 시장, ‘K-콘텐츠’ 수출 먹힐까

과기부 「케이-글로벌@베트남 2023」 개최, 콘텐츠웨이브-닷비엣 협력 가시화 토종 OTT 플랫폼·자국 콘텐츠 영향력 강한 베트남 시장, 넷플릭스도 ‘깨갱’ 동남아 진출 위한 포석으론 적절치 않은 시장, 시장 현실 다시 한번 들여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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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위해 움직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베트남과의 디지털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디지털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케이-글로벌@베트남 2023」을 베트남 호찌민 현지에서 6월 8일부터 이틀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OTT 대표 기업 간 업무 협약이 체결됐다. 베트남 미디어 그룹과의 협력을 발판으로 동남아 OTT 시장 진출 활로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국 생산 콘텐츠 수요가 확실한 베트남 OTT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오히려 ‘악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콘텐츠웨이브-닷비엣 MOU 체결

올해 베트남에서 처음 개최된 「케이-글로벌@베트남 2023」은 국내 디지털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됐다. 첫날 열린 한·베 디지털 기술협력 포럼에선 양측 정부와 기업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을 위한 공동개발 협력 MOU △한·베 OTT 대표기업 간 협력 MOU △베트남 가상계좌 자동이체 서비스 계약 체결 △한·베 과기정통부 유관기관 간 협력 MOU 등 총 4건의 MOU 및 계약이 체결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2위 업체인 콘텐츠웨이브와 베트남 대표 미디어그룹인 닷비엣(Dat Viet VAC)이 체결한 ‘한·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표기업 간 협력 업무협약’이다. ‘웨이브’ 서비스 수익성이 악화하며 지난해 1,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콘텐츠웨이브가 추가 해외 진출 무대로 베트남을 선택,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미주 지역과 일본을 적극 공략하던 콘텐츠웨이브는 닷비엣과의 제휴를 계기로 동남아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콘텐츠 투자 및 유통, IP 분야 등에서 닷비엣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콘텐츠웨이브

‘토종 OTT’ 점유율 압도적인 베트남 시장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는 베트남 OTT 시장 규모가 2027년 7억6,819억 달러(1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특히 OTT에 친숙한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아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종 OTT 기업이 이 같은 ‘장밋빛’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정부가 OTT 서비스의 ‘동남아시아 진출로’로 베트남 시장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베트남은 자국 토종 OTT 서비스가 이미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2021년 유넷미디어(YouNetMedia)의 조사에 따르면, 닷비엣의 OTT 서비스 ‘VieOn’은 넷플릭스(24%)를 제치고 35.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현지 OTT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베트남 최대 규모 IT 기업인 FPT의 OTT 플랫폼 ‘FPT Play’ 역시 9.5%의 점유율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콘텐츠웨이브-닷비엣 업무 협약은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 대신 점유율이 높은 베트남 자체 OTT에 K-콘텐츠를 납품하고, K-콘텐츠 매출액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 문화가 짙게 배어 있는 K-콘텐츠가 과연 ‘자국민 수요’를 중시하는 태국 토종 OTT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까.

사진=VieOn

베트남의 ‘토종 콘텐츠’ 선호 기조

대다수의 베트남 OTT 플랫폼은 ‘토종 독점 콘텐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유한 VieOn은 ‘외국 OTT 플랫폼은 베트남 국민들의 취향과 문화에 별로 맞지 않는다’는 철학을 내세우며 등장했고, 자국 특유의 ‘감성’을 살린 자체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SBS ‘런닝맨’을 재해석한 ‘Chạy đi chờ chi’가 대표적인 예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런닝맨’이 인기를 끌자, 닷비엣은 이를 자국 버전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 ‘Chạy đi chờ chi’를 선보였다. 2019년 SBS와 Dat Viet VAC가 공동 제작한 해당 작품은 유튜브 3억 뷰 이상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고, 2019년 베트남 예능상을 받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VieOn 등 베트남 토종 OTT 플랫폼은 자국민에게 익숙한 인기 연예인 및 MC를 내세우고, 다양한 해외 인기 콘텐츠의 포맷을 재구성해 베트남 실정에 맞게 제작하며 점유율을 확보했다. 베트남 고객은 문화 차이를 감내하고 해외 콘텐츠를 감상하는 대신, 자국 문화와 감성에 맞는 콘텐츠를 감상하는 데 익숙하다는 의미다. 이미 ‘자체 콘텐츠’에 대한 탄탄한 수요가 입증된 상황에, 이들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있을까.

글로벌 OTT의 덩치가 커지고 시장이 포화하면서 티빙,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의 생존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OTT와 콘텐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통해 추가 수요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이뤄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 4월 국내 OTT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300억원 규모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펀드’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케이-글로벌@베트남 2023」 개최 역시 토종 OTT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OTT 시장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로 ‘베트남’ 시장을 선택한 것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시장 이해 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후 토종 OTT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현지의 시장 상황과 수요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국내 기업에 적합한 동남아 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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