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1위 지킨 티빙, 넷플릭스 대항마 되나
티빙 10월 MAU 약 430만명, 웨이브와 격차 벌려 시즌과 합병해도 넷플릭스 절반 수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글로벌 진출 속도
티빙이 토종 OTT 1위 지키기에 나선 가운데, 업계 공룡 넷플릭스를 위협할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6일 데이터분석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월 티빙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430만6,973명으로 국내 OTT 중 가장 많았다. 웨이브는 416만2,206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9월 49,467명에 불과했던 티빙과 웨이브의 MAU 격차는 10월 144,767명으로 크게 벌어졌다.
티빙의 거침없는 질주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티빙과 시즌의 기업결합 심사를 승인하며 몸집 불리기를 앞두고 있는 것. 공정위는 당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해 구독료 인상을 비롯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하며 “양 사의 합병을 통해 궁극적으로 OTT 구독자들의 후생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시즌의 10월 MAU는 124만7,831명으로 집계됐다. 시즌과 티빙의 MAU를 단순 합산하면 550만명이 넘어 웨이브와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예정이다.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 출시, 국내 OTT에 위협?
하지만 여전히 업계 공룡 넷플릭스와의 차이는 크다. 넷플릭스의 10월 MAU는 1,136만6,597명으로 티빙과 시즌을 합친 것의 두 배 수준이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이달 4일 광고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구독자들을 붙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들은 이미 여러 개의 OTT를 중복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넷플릭스 저가 요금제 출시가 국내 OTT 이용자를 빼앗아 오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기존 넷플릭스 이용자들이 구독하는 요금제를 변경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해당 요금제에서 시청 불가능한 콘텐츠 가운데 인기 시리즈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며 이용자 급증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천만 고객 달성하고파” 첫 걸음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티빙은 올해 초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천만 유료 고객을 달성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를 달성하면 현재 이용자 감소를 맞은 넷플릭스에는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법인은 가장 먼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티빙은 최근 종영한 <환승연애2>의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이달 <러브캐처 인 발리>를 선보이고, 다음 달엔 티빙의 유료 가입자 증가에 큰 기여를 한 <술꾼도시여자들>의 시즌2를 비롯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아일랜드> 등을 공개한다.
양사의 관계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해 피프스시즌, CJ ENM 스튜디오스, KT스튜디오지니 4개 제작사가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주도할 예정이다. 그중 CJ ENM 스튜디오스는 최근 8개 계열사를 흡수합병하며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한데 모았고, KT스튜디오지니는 올해 국내 콘텐츠 중 최고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탄생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욘더>-<몸값> 통해 글로벌 진출 속도
나아가 글로벌 무대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티빙은 글로벌 미디어그룹 파라마운트와의 협업을 통해 <욘더> <몸값>을 포함한 총 7개 콘텐츠를 공동 제작 및 해외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내년엔 대만과 일본, 2024년엔 미국과 유럽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해외 현지 상황과 조건 등을 고려해서 구체적 진출 시기는 바뀔 수도 있지만, 해외 진출 계획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티빙과 시즌은 한 달 남짓 남은 합병법인 출범 전 콘텐츠 이관, 인력 재배치 등 세부 사항 논의에 들어갔다. 시즌의 인력 가운데 일부는 티빙으로 합류하게 되고, 콘텐츠 이관은 제작사와 IP(지식재산권) 소유권이 제각각인 만큼 관련 업체들의 협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즌은 이달 내 서비스를 정식 종료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시즌의 합병은 2016년 있었던 넷플릭스 한국 진출 이후 국내 OTT 시장의 최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웨이브가 지상파 3사 및 글로벌 미디어그룹 HBO와의 협업으로 콘텐츠의 양적 우세에 있다는 점과, 쿠팡플레이가 탄탄한 마니아층을 거느린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 OTT 시장은 여전히 절대강자도, 약자도 없으리라는 것이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