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이번엔 스포츠 중계권 ‘만지작’
넷플릭스, 테니스 중계권 입찰 논의 돌입 美 스포츠 생중계 시청 인구 1억6천만명 추산 ‘스포츠’ 향하는 미디어 업계 이목
글로벌 OTT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며 구독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인 넷플릭스가 스포츠 생중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대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데드라인을 비롯한 다수의 미국 매체는 넷플릭스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중계권 입찰에 참여했다가 물러섰다며 이후 여자프로테니스(WTA), 사이클경기 영국 중계권 등 스포츠 중계권 입찰 논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팬덤을 보유한 유럽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NFL, 크리켓 등 인기 리그 대부분이 저마다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 탓에 넷플릭스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스포츠 리그 중계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경우 넷플릭스의 방대한 시스템을 활용해 해당 스포츠가 인기 스포츠로 거듭나는 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넷플릭스는 그간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생방송이라는 개념에 오랜 시간 거부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속화된 구독자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인한 투자자 이탈은 회사의 경영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가용 시장(최대 달성 가능한 가입자)을 10억 명으로 고정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 가입자 2억 2,300만명의 네 배가 넘는 수준이다. 회사는 이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구독자 수 증가를 위한 대안으로 스포츠를 떠올렸다.
미국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스포츠 생중계를 접하는 인구가 1억6,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싱클레어 방송 그룹 (Sinclair Broadcast Group)의 다이아몬드 스포츠 (Diamond Sports)처럼, 지역 방송사까지 가입자 감소를 막기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며 미디어 업계에서 스포츠는 이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기 스포츠들은 이미 OTT로 중계 채널을 옮기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는 미국 4대 리그 중 하나인 NFL(National Football League, 내셔널 풋볼 리그)의 목요일 저녁 경기를 11년이라는 긴 시간 독점했다. 프라임비디오는 스포츠 생중계가 기존 TV 시스템인 선형 방송에만 적합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종식시켰다. 일부 사소한 문제들이 없진 않았지만, 프라임비디오는 방송 송출의 중단 없이 최대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생중계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애플TV+는 MLB(Major League Baseball, 미국프로야구)와 MLS(Major League Soccer, 미국프로축구)의 중계권을 확보했다. 특히 MLS와의 파트너십 계약에서 양측은 리그의 흥행에 따라 중계 플랫폼에 일정 지분을 나누는 등 새로운 조항을 추가했다. 또 애플TV+는 MLS 생중계에 광고를 삽입할 것으로 알려지며 다양한 수익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아마존이 바짝 뒤쫓기 전까지 스포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영화와 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덕분에 ‘글로벌 OTT 1위’ 자리가 굳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넷플릭스는 디즈니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디즈니가 구독자 수로 넷플릭스를 앞지른 데는 스포츠 전문 스트리밍 서비스 ESPN+의 이용자 수가 한몫을 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초 F1(Formula 1 World Championship) 생중계를 놓고 ESPN+와의 경쟁에서 밀린 바 있다.
짜릿한 역전으로 경기를 뒤집는 스포츠를 흔히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비유한다. 다시 말해 축구나 야구 등 모든 스포츠는 특정한 포맷을 갖춘 다음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스토리텔링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선수들이 만드는 드라마와 액션, 그리고 경기장을 찾는 응원단의 열정 또는 코미디까지. 스포츠는 분명 넷플릭스가 영화나 드라마로는 유혹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