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날’ 꿈꾸는 웨이브…예능으로 승부수 띄운다
웨이브, 8일 ‘예능 쇼케이스’ 개최 임창혁 PD “2023년 ‘선택과 집중’ 통해 목소리 내보겠다” 티빙에 빼앗긴 ‘토종 OTT 1위’ 탈환 여부 눈길
토종 OTT 1위 자리를 빼앗긴 웨이브가 오리지널 예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8일 오후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이날 쇼케이스에는 웨이브 임창혁 PD,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민종 CP, SBS 배정훈 PD, MBC 현정완 PD가 참석해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남은 연말과 2023년 공개 예정인 콘텐츠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웨이브에서 콘텐츠 기획과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임창혁 PD는 이날 “지금까지 웨이브 예능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효율’에 집중하다 보니 퀄리티 관리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난날을 되짚었다. 이어 “화제성 면에서 다소 아쉽긴 하지만, 목표 타깃에는 충분히 어필에 성공한 것 같다. 내년부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퀄리티도 올리고 진짜 저희의 목소리를 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목표 타깃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청층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특정한 것은 아니다. 저희 웨이브 특성상 지상파 콘텐츠가 콘텐츠 라인업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거기서 약한 부분을 찾아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기존 방송사를 비롯한 매체에서 살펴보지 않았던 주제다. 여기서는 이미 다뤘던 주제라도 연출 및 접근 방법을 달리 해보는 것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다소 무거운 주제라고 해도 우리 사회에서 한 번 정도는 대화를 나눠봐야 하는 것들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콘텐츠를 시청하는 모든 분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생각이 있으실 텐데, 저희는 어느 한 쪽에 기울어진 메시지를 던지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 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작비에도 변동이 있냐는 질문에 임 PD는 “내년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를 유지할 예정이다. 올해는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면, 내년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 콘텐츠에 더 많은 자금과 에너지를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메리퀴어>, <남의 연애> 등 성소수자를 다룬 연애 리얼리티나 <더 타투이스트>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는 주제들에 접근하며 파격적인 시도를 거듭해왔다. 이에 대해 임 PD는 “저의가 지상파 콘텐츠가 많으니 그동안 다뤄보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자는 취지에서였다. 성적과는 별개로 저의 내부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회사 내 모든 사람들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제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9일 공개되는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좋알람)의 제작을 맡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김민종 CP는 “요즘 영화, 드라마 작품들은 웹툰이나 웹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하는 콘텐츠가 많다. 트렌드를 읽어나가다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 중에 예능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좋알람>은 원작 웹툰이 워낙 인기가 많았고 신선한 설정으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기존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어장관리가 욕을 먹는 행동이지만, 여기서는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나를 좋아하는 이성이 몇 명인지는 알려주지만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아 그 과정을 유추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배정훈 SBS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했던 경험을 살려 현직 경찰관들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를 준비 중이다. 웨이브의 첫 오리지널 정통 다큐멘터리다. 배 PD는 “한동안 시사 프로그램이 실내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 입장에서 참 안타깝고 답답했는데, 모든 제약이 풀린 만큼 다시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자는 선언이라고 봐주시면 좋겠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지상파 프로그램과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차이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제작 과정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끊임없이 인내심을 시험받는 과정이다. 지상파 프로그램은 평성을 받아야 하니 시간을 마음껏 쓸 수 없다. 하려는 이야기가 있어도 정해진 시간에 끊어야 한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이번에는 끝까지 기다렸고 마지막 결말까지 모두 담았다. 그것이 OTT 콘텐츠와 TV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 같다”고 말했다. 배 PD는 “저희 7개 제작팀이 전국의 경찰서를 돌고 그곳에 머물기도 하면서 꼼꼼히 기록했던,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결과물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현정완 PD는 생존 예능 <피의 게임> 시즌2를 작업 중이다. 현 PD는 “이번 시즌에서는 다른 서바이벌 예능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장치과 설정들을 넣었다. 또 수능 만점자, 세계 포커대회 우승자, 유명 운동선수 등 경쟁에 탁월한 참가자들을 모집해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높였다. 생존 게임의 올스타전이라고 보셔도 된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전 시즌에서 다양한 평가와 함께 아쉬움의 평가도 있었다. 이번에는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게임 팀을 따로 꾸려 게임회사에 자문을 구하는 등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하며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끝으로 임 PD는 “내년에는 다양한 오리지널 예능을 통해 더 많은 이용자분들께 다가가기 위해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날 쇼케이스를 마무리했다.
한편, 그동안 ‘토종 OTT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웨이브는 올해 9월 처음으로 티빙에 그 자리를 내줬다. 모바일인덱스의 조사 결과 웨이브는 11월 42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록하며 여전히 티빙(430만 명)에 뒤처진 상태다. 11월 18일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공개 후 통합 OTT 랭킹과 화제성 부문을 모두 휩쓸며 4만 명의 MAU를 추가했지만, 시즌을 흡수하며 콘텐츠를 늘린 티빙에서 여전히 1위 자리를 빼앗아 오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3사(KBS·MBC·SBS)와 SK텔레콤의 합작으로 탄생해 지상파 3사는 물론 HBO 등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의 협업으로 차근차근 콘텐츠를 늘리며 이용자 공략에 나선 웨이브가 예능 강화를 통해 다시 한번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