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속 조희팔 폰지 사기와 사망설 [리뷰]

드라마 ‘미끼’, 감독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희팔 사기 사건과 판박이 사기 사건 용의자 사망설 부인하는 피해자 모임 묘사도 탁월 공권력 비호, 경찰 조직 내 부패 등도 하이퍼 리얼리즘 급으로 묘사

죽었다는 사기꾼을 추적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보호해주던 공권력이 처벌을 받았고, 외롭게 혼자 추적하는 그 도전은 어떤 감정의 동요를 겪게 될까? 추적할 수 있을까? 사기당한 돈을 돌려받을 수는 있을까?

쿠팡플레이에서 공개한 신작 ‘미끼’는 단군 이래 최대 사기범으로 알려진 조희팔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은 다른 사기 사건을 결합했다고 하지만, 죽었다는 사기꾼이 살아있어서 추적하는 배경이 있는 사기 사건은 조희팔 사기 사건 밖에 없다.

사진=쿠팡플레이

조희팔을 떠올리게 하는 ‘미끼’ 속 다단계 폰지사기

실존 인물이었던 조희팔을 떠오르게 하는 극 중 인물 노상천은 사채업자였다. 돈을 갚지 않는 성인 게임방 주인을 찾아갔다 다단계 사기를 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의 사무실에서 옥장판 판매에 투자하면 300%의 수익을 준다는 말에 현혹되어 2억원의 사기를 당한다.

조희팔은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냉동식품 도매업소, 도박판 허드렛일을 하며 조직폭력배들과 어울리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2004년부터 친형이 일하던 다단계 업체에서 의료기기 대여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폰지사기를 알게 된다.

폰지사기란 투자자에게 지속적으로 고액의 이자 지급을 약속하고, 후속 투자자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고액 이자를 지급하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무한히 투자자 숫자가 늘어날 수만 있다면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인간의 숫자는 유한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엔가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극 중의 노상천은 조희팔이 투자자들에게 썼다는 표현을 그대로 쓰기도 한다. “꿈이 돈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돈이 꿈을 만드는 것입니다”는 표현은 조희팔이 수천명의 투자자들을 모아놓고 썼던 표현 중 하나다. 노상천 역의 허성태는 단상에서 사람들에게 돈과 꿈을 외치는 사기꾼의 음흉해보이는 미소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한 조희팔 사기의 피해자는 ‘미끼’에서 허성태의 표정을 놓고 ‘소름끼치도록 비슷’해서 드라마 보기가 불편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조희팔 생존 당시/사진=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범죄의 연대기’였던 제목을 ‘미끼’로 바꾼 이유

B2C 사업을 빠르게 성공시킨 사업가들을 인터뷰하면 공통적으로 내는 반응이 ‘상품을 잘 만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홍보를 잘 해야 한다’라는 표현이다. 편매왕으로 고수익을 올린 경우도 마찬가지다.

극 중 노상천의 사기 상품 판매 전략도 동일하다. 실제로 어떻게 수익을 내서 이자를 지급하는지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범죄의 연대기라고 제목을 달기에는 그다지 범죄 이야기가 없다. 그저 사람들에게 열심히 돈이라는 꿈을 심어준 이야기다. 실제 모든 폰지 사기는 30%, 50% 등의 엄청난 수익만 이야기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 생산 전략을 갖고 있는지는 이야기 하지 않는다.

바뀐 제목 ‘미끼’는 그래서 더더욱 이런 대형 사기 사건에 꼭 맞는 제목이다. 진상을 밝히려는 형사 구도한을 연기한 장근석은 덥수룩한 수염 뒤에 알 수 없는 비밀을 감춘 얼굴로 연쇄 사건 살인을 추적한다. 사건 현장마다 등장하는 공통 요소를 추적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사기 사건 용의자가 어쩌면 생존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조금씩 설득되어 가는 모습에서 ‘떡밥’을 물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같은 ‘미끼’를 덥썩 무는 것은 덤이다.

조희팔 장례식 영상/사진=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실제 생존 정황, 그간의 추적 시도들

극 중에서 노상천이 죽었다는 경찰 발표를 믿지 않고 협회까지 만들어서 계속 추적하는 시민연대는 조희팔 사기사건에도 존재한다. 피해자 모임의 이름은 ‘바른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이다. 바실련의 김상전 대표는 2011년 12월 조희팔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경찰을 발표를 전혀 믿지 않는다. 2008년 1월부터 이미 중국으로 탈출 준비를 했고, 사업을 접었던 6월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 3년 만에 남긴 사망 증거가 중국 공안에서 제공한 시체 부검 결과와 조희팔의 가족들이 제공한 장례식 영상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근거 자료는 매우 많다. 시신이 이미 화장되어 DNA 대조가 불가능했고, 조희팔의 가족들은 여전히 부유하게 살고 있다. 지인들끼리 ‘조희팔이 죽었다고 꾸며야 한다’는 대화를 했다는 제보도 있다. 중국에서 조희팔로 짐작되는 한국인 남성이 도우미 면접을 봤던 사례, 해당 남성이 운영한다는 농장이 중국 정부의 고위층에게 비호를 받고 있다는 각종 제보도 있다. 취재에 나섰던 한 신문사 기자는 안전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미끼’에서 노상천을 추적하는 형사 구도한도 실제 사례와 비슷한 사건들을 겪는다. 피해자 모임이 노상천의 생존 증거를 제시하고, 경찰 고위층이 연루되어 사건을 은폐하려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조희팔의 경우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와 권혁우 전 대구검찰청 총경이 수마 무마 청탁 및 억대 뇌물 수수, 수사 정보 공개 등의 혐의로 각각 7년, 9년 형을 받았다. 노상천이 죽었다고 하는데 주변 지인들은 지금도 노상천과 연락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 드라마가 더 진행되면 실제 조희팔 추적에서 어디까지 이야기를 빌려 썼는지 찾을 수 있겠지만, 2화까지는 중국에서 죽음을 조작한 부분을 제외하고 비슷한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다. 드라마 작가와 감독이 혹시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나 친척이 아닐까는 궁금증까지 생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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