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60% 증가하는 ‘중장년층 OTT 고객’, 토종 OTT 새로운 ‘출구전략’ 될 수 있을까

OTT 사용률 급증한 중장년층, OTT 업계에 새로운 ‘희망의 빛’ 되나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 MZ 넘어 ‘소비 주역’으로 적자 면치 못하는 토종 OTT들, 중장년층 출구전략으로 활용해야

방송통신위원회의 ‘2022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은 72%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 상승한 수치다. 또 BC카드가 밝힌 ‘OTT 이용 고객 증감 현황’에 따르면 5년 만에 OTT 이용객이 300% 증가했다. 특히 중장년층 고객의 OTT 이용률 증가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청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OTT가 중장년층에까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장년층 OTT 사용률 ‘급증’

BC카드는 20일 중장년층 고객의 OTT 사용률이 연평균 60%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자료는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2019년(1~5월)부터 2023년(1~5월)까지 총 5년간 OTT, 영화관 및 공연장 업종에서 발생된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출됐다.

BC카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OTT 이용 고객은 총 4배 증가했으며, 특히 코로나19가 정점에 달했던 2022년엔 19년 대비 이용객이 4.5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2022년 대비 2023년 OTT 이용 고객은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방역정책 완화로 영화관 등 오프라인 문화시설로의 방문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OTT 서비스의 주 이용 고객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BC카드에 따르면 2019년 72%가량을 차지하던 MZ 고객 비중은 올해 들어 55%까지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내 MZ세대 외 고객, 즉 중장년층의 비중은 45%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중장년층의 매출액 역시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다. 지난 5년 새 중장년층 매출액은 7.7배나 상승했다. 반면 MZ세대 매출액은 3.7배 상승에 그쳤다. 고객 수뿐 아니라 매출액에 있어서도 중장년층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MZ 중심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동안 시장에선 MZ세대 고객이 OTT를 먹여 살린다는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지난해 유료 OTT 플랫폼 구독은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발행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세대별 OTT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레니얼세대의 97%가 OTT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전체 세대 중 가장 많은 비율이 OTT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후로는 Z세대(94.2%), X세대(92.5%), 베이비붐세대(69%)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세대별 구분을 베이비붐세대 만 55~65세, X세대 만 39~54세, 밀레니얼세대는 만 25~38세, Z세대는 만 9~24세로 정의했다.

드라마 내용을 빠르게 파악해 볼 수 있는 ‘요약본’이 퍼져나간 것도 MZ세대의 이용률과 관계가 깊다. MZ세대 사이에서 OTT 콘텐츠 이용률이 높긴 하나 MZ세대 특성상 구독료를 아깝다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가운데 요약 영상 시청은 OTT 구독 대비 시간과 돈을 더 아낄 수 있는 만큼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 요약본 시청자는 “OTT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 뭘 볼지 고민하다 결국 고르지 못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며 “반면 요약 영상은 유튜버들이 불필요한 내용은 잘라내고 중요한 것만 재미있게 편집한다. 시간과 돈 모두 아낄 수 있어 요즘은 이렇게 보는 게 대세”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디즈니+에서 큰 인기를 끈 바 있는 <카지노>를 요약한 한 유튜버의 영상 1편 조회수는 해당 OTT 한 달 이용자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총 8화, 상영 시간 7시간의 드라마를 6편, 2시간으로 요약한 유튜브 영상은 약 3,00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 편당 평균 조회수는 453만 회로, 이는 디즈니+의 1월 한 달 방문자 수(217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중장년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OTT인 티빙은 지난해 영업 적자 1,1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56% 확대된 수치다. 웨이브도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두 배로 불어났다. 엔데믹 및 요약본 활성화에 따른 MZ세대의 OTT 구독 이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사이에선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를 위해 쏟아부은 돈마저 제대로 회수가 안 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다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중장년층의 OTT 이용률은 오히려 늘었다. 중장년층의 가장 큰 특징은 구매력이 뛰어나단 점이다.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 OTT 구독을 고민할 이유가 타 세대에 비해 적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경향성은 중장년층의 온라인 쇼핑 트렌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에이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의 72%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사람이 많은 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집에서 인터넷으로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중장년층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78%의 응답자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그간 생경함에 잘 이용하지 못했던 ‘온라인 시스템’을 코로나19를 겪으며 새로이 배운 셈이다. 구매력이 높은 중장년층이 생경함이란 벽을 넘었을 때 편리한 시스템을 타 세대 대비 더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임은 어쩌면 자명한 일이다. OTT도 마찬가지다.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TV보다 많은 콘텐츠를 쉽게 즐길 수 있으니 중장년층 입장에서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대면 시대에 익숙해진 중장년층들은 새로운 소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OTT들에 있어 중장년층은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OTT 업계는 아직 MZ세대에 목을 매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젠 트렌드가 바뀌었다. 오히려 중장년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만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중장년층 친화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게 생존에 더 유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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