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끌었다 하면 시즌2, OTT 시장에 불어닥친 ‘시즌제 드라마’ 열풍

넷플릭스·디즈니+가 몰고온 ‘시즌제 콘텐츠’ 붐, 흥행 IP 재활용 사례 급증 ‘길고 탄탄한 서사’ 찾는 소비자, 분량만 길게 늘인 ‘가짜’ 후속작으론 안 된다 수익성·안정성 중시하는 투자자들, ‘시즌1’ 흥행하면 ‘시즌2’ 투자 따라붙어

사진=pexels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등 글로벌 OTT 플랫폼의 시즌제 콘텐츠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자, 국내 방송사 및 제작사가 줄줄이 유사 콘텐츠 제작에 전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탄탄한 서사를 기반으로 기존 세계관을 확장해 나가는 시즌제 드라마들은 충성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껍질뿐인 시리즈물’을 제작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내 방송사·제작사들 역시 인기를 끄는 시즌제 콘텐츠의 특성을 파악, 점차 흥행작을 확보해가는 추세다.

넷플릭스·디즈니+의 ‘시즌제 독주’

국내 ‘시즌제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OTT 플랫폼이다. 넷플릭스는 2021년 인기를 끌었던 오리지널 시리즈 <D.P. 시즌2>를 오는 28일 공개한다.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D.P. 시즌1>은 플릭스패트롤 기준 태국·베트남·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K-콘텐츠 흥행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2020년 12월 공개 직후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은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도 시즌2·3을 동시에 촬영, 올 4분기 공개될 예정이며,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올 하반기 시즌2 촬영을 앞두고 최근 신규 캐스팅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소년 심판> 등 흥행에 성공한 K-콘텐츠의 시즌2 제작을 줄줄이 확정 지었다.

디즈니+는 올 초 <범죄도시>의 메가폰을 잡았던 강윤성 감독의 첫 드라마 시리즈 <카지노 시즌2>를 공개하며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은 바 있다. 지난 5월부터는 강력계 형사의 범죄 스릴러를 다룬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 시즌2>가 방영 중이다.

시즌2 방영을 앞둔 넷플릭스 시리즈 <D.P.>/사진=넷플릭스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과도기’?

국내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OTT 플랫폼 흥행 이전 제작된 시즌제 콘텐츠는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의 ‘설정’만을 차용하고 출연 배우 및 핵심 서사가 대부분 바뀌는 ‘껍질뿐인’ 시리즈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의 방송사는 시즌제 드라마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채 외국 콘텐츠를 흉내 내고 있다는 혹평을 들었다. 시즌제 드라마의 방대한 규모에 걸맞은 ‘이야기’를 마련하지 못해 △지난 시즌의 이야기 확장 △변화된 시대상 반영 등 시즌제 작품만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는 국내 시즌제 드라마가 몇 년 전까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이유기도 하다.

사진=SBS

시즌제 드라마의 ‘과도기’는 2021년에 특히 두드러졌다. SBS의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3>는 시청률이 1회 19.5%(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5회 16.5%까지 미끄러졌다. 시즌1과 시즌2에서 각각 29.2%, 28.8%까지 뛰었던 시청률이 반토막 난 것이다.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시즌2 내내 반복되는 지지부진한 전개로 인해 충성 시청자마저 잃었다.

당시 국내 방송사는 ‘몰아보기’ 시청자의 콘텐츠 소모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긴 이야기를 쓰고, 억지로 시즌을 나눠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 전략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한 번에 이야기를 몰아 보는 것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이야기 사이의 ‘빈틈’에 민감해졌다. 개연성을 무시하고 무작정 분량을 늘려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의미다.

눈 높아진 시청자들, 엉성한 이야기는 ‘도태’

최근 인기를 끄는 시즌제 드라마들은 지난 시즌의 세계관을 탄탄하게 확장하며 충성 시청자를 확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세 여자의 우정, 술자리 풍경을 유쾌하게 그려낸 해당 작품은 작품의 중심축이 되는 세 여성 주역이 시즌2에 고스란히 다시 등장했다. 시즌1에서 등장한 인물의 우정과 유대를 그리워하던 기존 팬층을 시즌2로 유인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술꾼도시여자들2>는 방영 직후 티빙 주간 유료가입기여자 수 1위를 기록했다.

풍성한 이야기를 무기로 삼는 ‘시즌제 드라마’ 열풍은 제작과 편성이 동시에 진행되던 한국 드라마 시장의 관행을 뒤집어놨다. 단단한 서사를 자랑하는 해외 시즌제 드라마들을 접한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이야기’에 큰 기대를 걸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방송사 및 콘텐츠 제작사는 더 이상 두루뭉술한 ‘쪽대본’만으로 버틸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시즌제’ 열풍 속에서 가장 강력한 콘텐츠는 잘 짜여진 시리즈물이다. 많은 제작사가 이 같은 시즌제 드라마의 ‘진짜’ 흥행 공식을 이해하고, 풍성한 서사와 인기 IP를 중심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해 나가는 추세다. 이에 투자자들의 자금 역시 신규 작품보다 위험 부담이 적은 성공한 드라마의 새로운 시즌에 몰려들고 있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