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활주 이어온 쿠팡플레이, ‘축구’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스포츠’ 필두로 서비스 키워온 쿠팡플레이, OTT인가 중계 플랫폼인가 인기 축구 구단 앞세운 ‘반짝’ 인기, 고객 충성도는 오히려 웨이브·티빙에 밀려 OTT 시장 내 ‘진짜’ 경쟁력 갖추려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역량 입증해야

사진=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가 국내 토종 OTT 시장에서 스포츠 콘텐츠를 필두로 빠르게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유럽 인기 축구 구단의 내한 경기 등의 중계를 줄줄이 성사시키며 스포츠 팬의 수요를 흡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쿠팡플레이가 차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스포츠 외 콘텐츠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정 콘텐츠에 안주해서는 과열된 OTT 시장에서 사실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가성비 콘텐츠 ‘스포츠’로 입지 다진 쿠팡플레이

‘OTT 공룡’ 넷플릭스가 연이은 대작 콘텐츠를 내놓으며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티빙 등 대다수 토종 OTT 플랫폼은 제작비 증가로 인한 적자의 늪에 빠졌다. 반면 쿠팡플레이는 침체하는 토종 OTT 시장에서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플레이의 MAU는 519만8,554명으로 전월 대비 6.8% 증가했다. 1위인 넷플릭스의 MAU는 1,174만 명, 2위 티빙은 522만 명이었다.

쿠팡플레이의 성장 비결로는 스포츠 콘텐츠가 꼽힌다. 대다수 OTT 플랫폼은 고객 유치를 위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들여 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속적인 콘텐츠 공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구독자들이 금세 플랫폼에서 이탈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콘텐츠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반해 스포츠 중계는 투자 대비 고객 유인 효과가 큰 대표적인 ‘효자 콘텐츠’다. 물론 투입되는 비용이 적은 것은 아니다. 2021년 쿠팡플레이는 도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500억원을 지불했고, 2021년 K리그 중계권을 확보할 당시에는 112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2023년 K리그 중계권료는 그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즌이 장기간 진행되는 스포츠 경기는 종영 이후 금세 화제성이 식는 오리지널 시리즈 대비 고정 시청자 확보에 용이하다. 캐스팅, 내용에 따라 흥행 여부가 판이한 드라마 등과는 달리 수요가 안정적이라는 점도 스포츠 콘텐츠의 매력이다.

8월 3일에 진행된 파리 생제르맹과 전북 현대모터스의 경기 홍보 이미지/사진=쿠팡플레이 X

이젠 ‘스포츠 플랫폼’ 아닌 OTT로서의 가능성 입증해야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플레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후 종합 OTT 플랫폼으로써 시장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이상의 콘텐츠 스펙트럼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스포츠 콘텐츠는 쿠팡플레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다양한 콘텐츠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의 제작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웨이브, 탄탄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제작 생태계를 뒤흔드는 넷플릭스 등과 달리 쿠팡플레이는 이렇다 할 오리지널 콘텐츠 포트폴리오가 없다. 이에 시장은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소년시대> 등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신작의 흥행 여부에 촉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년시대>는 SBS 드라마 <열혈사제>, <편의점 샛별이>, 쿠팡플레이 시리즈 <어느 날> 등 수많은 인기작을 탄생시킨 이명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외톨이’ 병태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임시완 등 대중에 이름을 알린 인기 배우의 출연이 확정된 가운데, 업계는 <소년시대>가 쿠팡플레이가 보여줄 콘텐츠 스펙트럼 확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소년시대’ 예고 이미지/사진=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순항은 ‘일회성’이다?

업계에서는 티빙, 웨이브가 아닌 쿠팡플레이가 ‘넷플릭스 대항마’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최근 티빙과 웨이브는 늘어나는 적자에 발목을 붙잡혀 넷플릭스의 ‘독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지난해 적자는 각각 1,191억원, 1,216억원에 달한다. 이용자 수 성장세 역시 쿠팡플레이 대비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쿠팡의 선전이 ‘일회성’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쿠팡플레이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일시적으로 티빙과 웨이브를 앞선 지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쿠팡플레이 특정 콘텐츠의 공개 시기가 아닌 인기 선수인 손흥민이 경기를 뛰는 시기였다. 쿠팡플레이의 성장이 콘텐츠 역량을 갖춘 ‘OTT 플랫폼’으로서의 성장이라고 보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쿠팡플레이의 고객 충성도가 시장 인식 대비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인덱스에 의하면 7월 쿠팡플레이의 DAU(일일 활성 사용자)는 67만 명으로, 티빙(128.5만 명)은 물론 웨이브(104.2만 명)에도 크게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DAU는 꾸준히 플랫폼을 찾는 충성 고객 숫자를 판가름하는 지표다. 쿠팡플레이가 차후 토종 OTT 시장에서 완벽한 승기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스포츠 외 콘텐츠 역량을 충분히 보강, ‘제2의 활주’를 도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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