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액션] ‘짝퉁’으로 남은 아쉬움, ‘너의 시간 속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 청량함과 아련함 빠진 반쪽짜리 ‘상견니’ 원작 매력 살리지 못한 설정, 호평보단 혹평
리메이크작의 비애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 연준(안효섭 분)을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우연히 1998년을 살아가고 있는 민주(전여빈 분)의 몸으로 타임슬립 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그의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타임슬립 미스터리 로맨스다. 안효섭과 전여빈, 강훈이 주연을 맡았으며, 대만의 인기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한다.
지난 8일 공개된 이 작품은 공개 사흘 만에 1,760만 시청 시간, 140만 뷰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7위를 기록, 한국과 대만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11개 국가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OTT-TV 통합 화제성 차트 2위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알렸으며, 공개 직후 한국 넷플릭스 차트 1위는 물론 [오늘의 OTT 통합 랭킹]에서도 꾸준히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2019년 방영된 가가연-허광한-시백우 주연의 <상견니>는 대만을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메가 히트작으로, 한국에서도 수많은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를 양성했다. 인기에 힘입어 <상견니>는 지난 1월 원작과 다른 새로운 세계관과 스토리로 구성된 동명 영화를 개봉했으며, 드라마에 이어 주연을 맡은 가가연-허광한-시백우는 내한 행사를 통해 한국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도 했다.
한국 감성이 더해진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비행기 사고로 연인 연준을 떠나보냈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준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준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연준이 없는 첫 생일을 맞이한 준희는 의문의 카세트 플레이어를 소포로 받게 된다. 함께 들어있던 테이프를 재생한 준희는 1998년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민주의 몸에서 깨어나게 되고, 눈을 뜨자마자 연준과 똑같이 생긴 고등학생 시헌을 마주한다.
애타게 연준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시헌은 연준이 아니다. 준희가 알지 못했던 연준의 과거 모습이라고 해도 나이가 맞지 않는다. 또한 민주와 시헌은 민주를 짝사랑하는 인규 덕에 친해진 친구 사이였고, 시헌에게 민주는 가장 친한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다. 하지만 시헌은 얼굴뿐만 아니라 하는 말과 행동까지 순간순간 연준과 비슷해 준희의 마음을 헤집는다. 준희를 민주로만 알고 있는 시헌 또한 사고 직후 밝아진 준희에게 호감을 느낀다.
시헌과 인규, 민주의 몸속에 들어간 준희까지 세 사람이 풋풋한 청춘의 시간을 보내며 아슬아슬한 ‘사랑과 우정 사이’의 선을 타고 있는 동안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진다. 준희에게는 계속해서 위험이 닥치게 되고, 미래에서 1998년에 민주가 살해당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준희는 민주의 몸에서 죽지 않기 위해, 민주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상견니>의 한국판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모았던 <너의 시간 속으로>는 공개 후 엇갈리는 반응을 얻고 있다. 혹평의 대부분은 ‘상친자’들. 작품은 리메이크작으로써 피할 수 없는 원작과의 비교에서 원작 팬들에게 ‘형보다 못한 아우’라는 원성을 샀다. 원작을 빼놓고 보면 잘 짜인 타임슬립 로맨스라는 의견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지만,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각색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것.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과 흡사한 전개를 선택했지만, 21부작이던 원작을 12부작으로 압축하면서 많은 부분이 생략됐다. 원작에서 황위쉬안(준희)이 타임슬립을 하는 동력이 됐던 왕취안성(연준)과 보낸 수많은 생일 장면이 삭제됐고, 장난꾸러기 소년이었지만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20년의 세월을 홀로 견디며 아파하는 캐릭터였던 리쯔웨이(시헌) 역할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공부를 잘하고, 성숙한 소년으로 그려졌다.
또한 원작에서 왕취안성은 친구를 짝사랑하는 동성애자로 친구에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상대에게 비난받았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것으로 그려졌던 것과 달리 <너의 시간 속으로>의 연준은 짝사랑하던 태하(로운 분)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지만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는 설정이다. 원작과 달라진 이 부분들은 각색과 축소의 과정에서 작품을 위해 삭제됐지만, 원작의 팬들은 이러한 설정들이 사라지면서 원작 특유의 애절한 감성이 함께 사라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상견니>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황위쉬안, 리쯔웨이, 모쥔제(인규)의 빗속 달리기 장면도 준희와 시헌 두 사람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두 사람의 로맨스 서사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청량하고 풋풋함이 가득 담긴 장면으로 원작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 청춘 남녀의 아름다운 우정이 빛났던 이 장면의 각색은 “청량함 빠진 <상견니>”라는 반응을 이끌었다.
원작 팬들에게 가장 큰 원성을 얻은 것은 바로 안효섭의 스타일링. 같은 세월의 시간을 보낸 후 원작의 리쯔웨이는 이마를 깐 머리, 흰머리 등으로 중후해진 인물의 모습을 표현하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의 시헌은 덥수룩한 머리와 허름한 옷, 길게 자란 수염 등 ‘거지꼴’로 등장한다. 연출을 맡은 김진원 감독은 20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자신을 돌보지 않고 고통 속에 있는 시헌을 그리기 위해 이 분장을 택했다고 설명했지만, <상견니>가 청량하고 애절한 감성으로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갑작스러운 거지 스타일링은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의 타임슬립과 미스터리에 충실한 전개로 촘촘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들의 사랑이 타임슬립까지 이뤄지게 된 이유를 원작보다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은 호평을 이끌었고, 원작과 다른 꽉 닫힌 결말은 깊은 여운을 선사했다. 섬세하게 1인 2역을 표현한 안효섭, 전여빈과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 강훈의 열연 또한 몰입감을 높였다.
특히 탁월한 OST 선정은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작의 타임슬립 곡이던 ‘LAST DANCE’는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가 됐고, 준희와 시헌의 절절한 사랑 장면에서는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가 흘러나온다.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삽입된 두 곡은 애절한 감성을 극대화했고, 더 큰 울림을 전했다. 시청자들은 “‘LAST DANCE’를 대체할 곡은 없을 것 같았는데 대박이다”. “스토리와 너무 잘 어울린다” 등의 극찬을 보냈다. 또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뉴진스의 ‘아름다운 구속’부터 ‘벌써 일년’, ‘사랑과 우정 사이’, ‘사랑한다는 흔한 말’ 등 유명 가수들의 손에서 재탄생한 명곡들은 보는 이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귀를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