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예능도 ‘여성’이 대세다!

예능도 점령한 여성 파워 나영석, 김태호도 선택한 여성 예능 ‘지락실2’-‘댄스가수 유랑단’-‘사이렌:불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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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요즘 대세는 여성 예능.

드라마에 이어 예능에도 거센 여풍(女風)이 몰아치고 있다. <닥터 차정숙>, <퀸메이커>, <종이달> 등 ‘여성 서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사로잡더니 이번엔 여성 출연자를 앞세운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단단히 끌고 있는 것.

특히 예능계 대표 양대 산맥으로 손꼽히는 나영석, 김태호 PD는 <뿅뿅 지구 오락실2>, <댄스가수 유랑단> 등 여성 멤버들을 앞세운 프로그램을 앞다퉈 선보이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단순히 식상함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여기기엔 제법 본격적이고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뜨겁다. 시즌1의 성공에 힘입어 시즌2를 론칭한 tvN <뿅뿅 지구오락실>은 지구로 재 탈출한 토롱이를 잡기 위해 경력직 지구 용사 4인방이 겨울왕국 핀란드와 신들의 섬 발리로 떠나는 예측 불허 대모험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작품은 시즌1 방송 당시 여성판 <신서유기>로 불리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았다. 출연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것을 제외하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 미션과 게임을 수행하는 진부한 포맷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 그러나 코미디언 이은지, 래퍼 이영지, 가수 미미와 안유진으로 구성된 네 명의 여성 출연자들의 케미가 폭발하며 작품만의 재미를 공고히 했고, 이는 시즌2 론칭으로까지 이어졌다. 확 낮아진 연령대와 예능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여성 출연진을 캐스팅한 것이 주효했다.

여기에 더해 주로 남성 예능인들과 호흡을 맞춰왔던 나 PD가 여성 멤버들과 함께하며 뿜어내는 시너지도 대단했다. 나 PD는 타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얼굴을 비추며 작품의 재미 요소로 등장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많이 다뤄본 적 없던 여성 출연진들과의 작업에 어색해하면서도 ‘영석이 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대활약하고 있다.

사진=tvN

최근 김태호 PD의 <댄스가수 유랑단>도 베일을 벗었다. 엄정화, 김완선, 이효리, 보아, 화사 등 국내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전국을 돌며 팬들과 직접 대면하고 같이 즐기는 전국 투어 콘서트 이야기를 담았다.

시작은 김 PD가 이효리와 함께 만든 티빙 오리지널 예능 <서울체크인>이었다. 엄정화와 대화를 나누던 이효리가 김완선, 보아, 화사에게 연락해 브런치 모임을 만들었고, 우연히 만들어진 그 자리에서 농담처럼 나온 유랑단 아이디어가 현실로 실행된 것이다. 방송 당시 한 시대를 대표했던 또 대표하고 있는 여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멤버들로 구성돼 시청자들의 공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배반의 장미’, ‘리듬 속의 그 춤을’, ‘No.1’, ‘멍청이’ 등 멤버들의 익숙한 대표 히트곡들을 보고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각자의 대표곡을 바꿔 부르는 ‘노래 바꾸기’는 색다른 신선함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사이렌:불의 섬>은 최강의 전투력과 치밀한 전략을 모두 갖춘 여성 24인이 6개의 직업군별로 팀을 이뤄 미지의 섬에서 치열하게 부딪히는 생존 전투 서바이벌 예능이다. 작품은 ‘여성’과 ‘피지컬’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지금껏 본 적 없는 전투 서바이벌의 새 장을 열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남성 출연진들을 위주로 한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구성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신체 능력과 강력한 연대를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여성 경호원 1호 출신 배우, 예비역 중사, 현역 소방대원 등 출연자들의 화려한 이력만큼 투철한 직업 정신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연출을 맡은 이은경 PD는 “‘여자 치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절대 듣고 싶지 않았다”며 “이분들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살고,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죽는 직업을 가진 분들이다. 각 직업군 행동 방식을 보는 게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또 “우정, 노력, 승리가 담긴 진한 여성 서사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여 개인이 아닌 팀으로서 끈끈한 연대가 시청자로 하여금 뜨거운 공감과 여운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여걸식스>, <무한걸스>, <청춘불패>, <영웅호걸> 등 여성 예능이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남성 중심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점차 입지가 좁아졌고 한동안 방송에서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이제 새로운 세대와 시대의 흐름을 업고 진화를 거듭한 여성 예능은 OTT 플랫폼의 등장으로 날개를 달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기획되는 예능들도 공감에 중심을 둔 여성 서사가 많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여성들의 영향력이 과연 예능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며 K-콘텐츠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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