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평범한 일상의 특별함,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리뷰]

‘가정식’이라는 단어를 보면 정갈하고 담백한 식사가 떠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푸근하고 담백한 무언가를 봤을 때 ‘집밥 같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사람, 장소, 물건…’집밥 같다’는 표현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콘텐츠 중에도 이런 집밥 같은 영화가 존재한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속도감이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함 없이도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는 영화 말이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바쁜 일상의 쉼표 같은 피난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리뷰]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속설이 있다. 한 해가 지날수록 신경 쓸 일이 하나씩 늘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복적이고 바쁜 일상을 버티며 살아간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쳇바퀴 굴리듯 ‘월급날’만 기다리며 살고 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대인의 삶은 마치 빽빽한 일정표처럼 느껴진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취직하고 은퇴하는 순간까지의 단계를 마치 정형화된…

편지를 통한 아날로그의 낭만, 영화 ‘시월애’ [리뷰]

실시간 소통의 시대 카카오톡, 라인, DM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단문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한 시간 안에도 수백 개씩 메시지가 오간다. 편리한 시대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떠올리면 ‘불편함’은 하나의 감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특별한 날에는 메일이나 SNS 메시지보다는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담은 종이 편지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편지는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답장이…

삶을 가르친다는 것,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리뷰]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추천이 필요없는 명작이다. 강렬한 이름만큼이나 인상적인 내용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다.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은 아직까지도 미디어 속 대표적인 ‘참스승’의 이미지로 회자되고 있다. 보수적인 교육계에서 아이들에게 권위에 대항하고 주체성을 기르는 법을 가르치는 키팅 선생의 열정적인 수업은 입시 위주의 교육관에 매몰된 세계 여러 나라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1989년 미국에서…

영화를 기억하게 하는 명대사, 영화 ‘베테랑’ [리뷰]

세상에는 유명한 영화들이 너무도 많다. 어떤 영화들은 문장 하나만 듣고도 영화가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대사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05년 미국최대영화 연구기관인 미국영화연구소에서 발표한 ‘100대 명대사’ 중 1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모히또 가서 몰디브…

미지의 세계로 나서는 용기, 영화 ‘트루먼 쇼’ [리뷰]

인생에서 가장 크게 용기를 발휘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긴 하겠지만, 대부분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에 도전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갑자기 닥쳐온 위기를 극복하는 데도 물론 용기가 필요하겠으나, 스스로 위기 상황에 뛰어들 때 필요한 용기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용감하게 도전에 나서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안락한 현실에 안주하고 싶겠으나, 그렇게…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된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리뷰]

‘좀비물’은 단순한 호러나 액션을 떠나서 독자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장르다. 부두교 전설에서 유래한 ‘좀비’는 살아있는 시신을 의미한다. 영화사에 처음 좀비가 등장한 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며, 이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새벽의 저주(2004)’,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2002)’등 여러 영화를 거치며 좀비물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좀비물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콘텐츠…

심해 속에서 펼쳐지는 신념의 싸움, 영화 ‘크림슨 타이드’ [리뷰]

등장인물의 활동 반경을 축소할수록 이야기의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스릴러나 추리물에서 고립된 산장이나, 배편이 끊긴 섬 등이 단골 배경으로 사용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법이다. 조금 더 긴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에이리언(1979)의 우주선처럼 위험하고 밀폐된 공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크림슨 타이드’ 또한 잠수함이라는 한정적 공간에 영화의 배경을 한정시켜…

“너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다워”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리뷰]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디즈니의 6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주인공의 성장과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비범한 이도 평범한 이도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교훈을 선사한다. 2021년 미국에서 제작된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는 같은 해 11월 24일 국내 개봉했다. ‘볼트’, ‘라푼젤’, ‘주토피아’ 등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한 바이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다. 스테파니 비트리즈, 마리아 세실리아…

FM 경찰의 완벽하게 모범적인 모의 강도극, 영화 ‘바르게 살자’ [리뷰]

야전교범을 의미하는 ‘Filed Manual’의 준말 ‘FM’은 일상에서 ‘원칙을 지나치게 잘 지키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보통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통용된다. 사람들은 FM의 융통성 없는 행동을 답답하게 여긴다. ‘바르게 살자’라는 단어는 학급 교훈이나 가훈 액자에나 걸려 있을 법한 원론적인 말이다. ‘이웃을 사랑하나’나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처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따르기는 어려운 이상향인 것이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이 금지된 미래 사회, 영화 ‘이퀼리브리엄’ [리뷰]

1999년 공개된 ‘매트릭스’는 SF 영화의 전체 패러다임을 바꿨다. 영화 ‘이퀼리브리엄’는 ‘매트릭스’의 영향을 받은 작품 중 하나이다. 얼음장 같은 표정과 검은 롱 코트라는, 네오와 흡사한 주인공의 모습부터 우선 기시감을 준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사회에서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반군의 존재나 반군을 돕는 전지전능한 존재 등 스토리적 유사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퀼리브리엄’은 매트릭스에 영향을 받은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강점을 활용해…

계급 극복을 위해 돌연변이가 되어야 할까, 영화 ‘화이트 타이거’ [리뷰]

예로부터 흰색 털을 가진 동물은 상서로운 ‘영물’로 취급됐다. 특히 백호는 동양에서 청룡, 주작, 현무 등 상상의 동물과 함께 사신(四神)으로 추앙받을 정도로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신비로움’, ‘강인함’, ‘백수의 왕’…백호에서 연상되는 단어들은 모두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백호는 앞의 단어들과 상당히 거리를 두고 있다. 흰 털을 가진 호랑이 ‘백호’는 기본적으로 돌연변이다. 태어나기도 힘들지만, 몸이 흰빛을 띠고 있어 사냥감에게…

난롯가에서 진행되는 SF 영화, ‘맨 프럼 어스’ [리뷰]

SF라는 장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은 무언인가? 누군가는 우주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외계인의 침공을, 그리고 또 누군가는 발전한 기계 문명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SF라는 단어를 듣고 가정집의 거실 난롯가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듯하고 포근한 난롯가와 ‘공상과학’이라니, 이보다 동떨어진 단어는 없을 듯 느껴진다. 영화 ‘맨 프럼 어스’의 공간적 배경은 주인공의 집…

신이 사라진 신화 속 인간들의 이야기, 영화 ‘트로이’ [리뷰]

유럽의 신화 중 한국인들에게 유독 익숙한 신화가 있다. 바로 그리스로마신화다. 오딘이나 로키 등 북유럽 신의 이름을 들으면 고개를 갸웃할 사람들도 그리스로마신화 이야기라면 열 개가 넘는 이름을 줄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로마신화를 익숙하게 여기는 이들은 파리스의 황금사과의 이야기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적힌 황금사과를 만들고, 황금사과를 본 헤라와…

언더커버의 원조이자 홍콩 느와르의 완성, 영화 ‘무간도’ [리뷰]

한국 느와르물 중 가장 유명한 영화는 무엇일까?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대부분 주저하지 않고 ‘신세계’를 꼽을 것이다.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의 숙명대로 2012년 개봉 영화 신세계는 아직까지도 한국 느와르 콘텐츠의 공개 때마다 ‘신세계를 뛰어넘는’, ‘신세계에 버금가는’ 등의 묘사에 이용당하고 있다. 반대로 신세계 개봉 당시 신세계의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된 유명작이 존재한다. 신세계는 경찰이…

실화를 바탕으로 둔 숨 막히는 탈출극, 영화 ‘모가디슈’ [리뷰]

대한민국은 휴전 국가다. 삼팔선 위로 적국이자 동포를 북에 이고 있으니, 북한의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전파를 탄다. 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노래를 달달 외우며 ‘통일 글짓기 대회’, ‘통일 포스터 그리기 대회’를 거쳐 자란 세대도 많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개개인의 찬반 의견은 제쳐두더라도, 분명 우리의 삶에서 ‘북한’이라는 두 글자를 지워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분단국가라는 것을 증명하듯, 남한과…

[리뷰] 2D와 실사의 환상적 만남, 영화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영화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대부분의 영화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묻혀지거나,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다른 영화에 밀려 묻힌다. 하지만 어떤 영화들은 영화사에 눈에 띄는 발자취를 남기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두고두고 회자된다.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 영화, 기발한 발상이 드러나는 영화, 만듦새가 좋은 영화,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영화 등이 이에 속한다. 오늘…

[리뷰] 사랑의 시작은 나 자신으로부터, 뮤지컬 영화 ‘헤드윅’

‘사랑’이란 참 어려운 단어다.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각양각색의 대답이 나올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도 애타게 사랑을 소망하고, 이른바 ‘자신의 반쪽’을 찾길 원한다. 간혹 ‘사랑’만이 자신의 목표인 것처럼 맹목적으로 사랑을 좇는 사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보통 자신의 삶을 포기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리뷰] 불공평한 교육현실 속 엇나가는 천재, 영화 ‘배드 지니어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면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있다. ‘개천용’ 서사는 언뜻 보면 개인의 노력과 성장을 칭찬하는 듯 느껴지지만, 사실 그 본질은 결국 신분상승을 향한 욕망이다. 이 하찮은 ‘개천’을 벗어나 나도 ‘상류층과 함께 용이 되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것이다. 신분상승의 욕망은 현대에 와서…

[리뷰] 매일 ‘리플레이’되는 하루, 성장하는 액션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이란 주로 플레이 중 저장 기회가 없거나 드물어, 게임 플레이 시 캐릭터가 죽으면 회차가 종료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유명한 게임으로는 ‘아이작’, ‘다키스트 던전’, ‘데드셀’, ‘하데스’ 등이 있다. 캐릭터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대부분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