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①] 레드카펫 두 번 밟은 이선균→송중기-제니 집중 조명

‘잠’-‘탈출’ 칸의 주인공 이선균 ‘더 아이돌’, 남은 건 제니 뿐? 송중기 ‘화란’ 24일 상영, 뜨거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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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

한국 영화, 칸에서 주목받을까?

지난 16일(현지시간) 제76회 칸영화제가 개막했다. 한국 영화는 장편 5편, 단편 2편 총 7편의 영화가 초청받았지만 경쟁 부문에는 단 한 작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기생충> 등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의 위상에 비해서는 비교적 조용한 여정이다.

이 가운데 배우 이선균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정유미와 함께한 <잠>과 주지훈-김희원과 함께한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로 레드카펫을 두 번 밟게 된 것. 이선균은 <잠>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기이한 행동을 시작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남자 현수 역을, <탈출>에서는 냉정한 공무원 정원 역을 맡아 상반되는 두 얼굴로 칸을 찾았다.

제76회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은 정유미-이선균 주연의 <잠>이다.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잠’이라는 일상적인 소재에 미스터리한 요소를 섞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오전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잠>은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유 감독은 데뷔작으로 칸에 입성하는 영예를 안았다. 공식 상영에 앞서 소감을 전한 유 감독은 “칸이라는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어서 영광이다. 정유미-이선균 두 배우와 함께 찍을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영광이다”고 벅찬 마음을 전했다. 유 감독과 함께 칸을 방문한 정유미 또한 “감독님의 첫 번째 영화로 감독님과 이선균 배우와 칸에 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고, 이선균은 “칸에서 첫선을 보일 수 있어서 영광이다. 벅차고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22일(현지시간)에는 미드나잇 스크린 부문에 진출한 <탈출>이 상영됐다.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갯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주지훈-이선균-김희원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굿바이 싱글>의 김태곤 감독이 연출을, <신과함께> 시리즈의 김용화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다.

<기생충>의 이선균, 넷플릭스 <킹덤>의 주지훈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현지 관객들의 기대는 뜨거웠다. 새벽 시간에도 2천석의 좌석이 꽉 찼고, 예매에 실패한 관객들은 암표를 찾아 다니기도 했다. 영화 상영 중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고 박수를 보내는 등 호응을 보냈고, 끝난 후에도 4분여 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작품은 사람들을 노리는 살상용 개들을 비롯해 헬기 추락, 무너지는 대교 등의 장면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구현했고, 스펙터클한 전개와 재난 속에서 개들과 싸우는 사람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영 직후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의 프랑스 배급을 결정한 배급사 케이엠비오(KMBO) 또한 “영화제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간 100분이었다. 한국 영화의 장르적 쾌감을 한 단계 더 올려준 작품”이라고 호평을 보냈고, 일본 배급사 해피넷 팬텀 스튜디오스 (Happinet Phantom Studios)는 “영화를 보면서 숨이 멋는 줄 알았다.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것들이 완벽히 실현됐다”고 감탄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칸영화제 SNS

송중기-제니 韓 스타들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

오늘(24일) 오전에는 송중기 주연의 <화란>이 칸에서 첫 상영된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작품이다. 배우 송중기-홍사빈-김형서(비비)가 출연했고, 김창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송중기의 첫 칸 진출작이다.

작품은 공식 상영 전부터 영화 관계자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인 마켓에서는 만석을 기록했고, 프랑스와 벨기에, 네덜란드,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수많은 국가에서 이미 배급을 확정했다. 또한 독일, 영국, 이탈리아, 북미 등에서의 판매도 협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 세계 평단과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 글로벌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현지 반응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 영화는 아니지만, 블랙핑크 제니의 첫 연기 도전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 <더 아이돌>은 22일(현지시간) 오후 상영됐다. 팝 아티스트 에이블 테스페이가 제작하는 HBO 시리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음악 산업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여자 팝가수가 몸담고 있는 음악 세계의 모습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의 딸 릴리 로즈 뎁과 트로이 시반 등이 주연을 맡았고, 제니는 팝스타를 꿈꾸는 주인공 조슬린(릴리 로즈 뎁)의 백업 댄서이자 친구 다이안 역으로 분했다.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이기에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2회차 정도의 분량이 공개됐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과 K-POP 스타 제니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국내 팬들에게도 큰 기대를 받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할리우드 음악 산업계 속 성착취를 비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에 꼭 필요하지 않은 성적인 장면들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그려지며 “작품성이 있는 콘텐츠가 아닌 유명 스타들이 나오는 포르노일 뿐”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

네티즌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배우들이 대본 사기당한 것 아니냐”, “양지로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포르노가 칸에 간다고?”, “1,2화 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제니는 그런 역할을 맡지 않았겠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내 관객들의 혹평에 이어 글로벌 평점 사이트는 로튼토마토에서는 100% 만점 중 9%의 평점을 기록했고, 해외 평단 역시 “지저분하고 잔인하면서 최악이다. 풍자는 날카롭지 않고 조잡하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묘사는 지저분한 남성 판타지로 느껴진다”, “올 한 해 동안 들을 수 있는 대사 중 최악의 대사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오는 25일에는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가 감독주간 폐막을 장식하며, 송강호-임수정-오정세-전여빈-정수정(크리스탈) 등이 출연한 <거미집>(감독 김지운)도 이날 오후 글로벌 관객들과 만난다. 더불어 단편 영화 <이씨 가문의 형제들>(감독 서정미), <홀>(감독 황혜인) 두 편은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경쟁 부문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다른 부문에서 수상의 기회는 있다. <화란>의 김창훈 감독과 <잠>의 유재선 감독이 첫 연출작으로 칸에 초청돼 신인 감독에게 수상하는 황금카메라상 후보에 오른 것. 라 시네프에 이름을 올린 단편 영화 두 편 또한 수상을 놓고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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