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쁜엄마’ 라미란 [인터뷰]

JTBC ‘나쁜엄마’ 라미란 인터뷰 “영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노력해” “로맨스 연기 도전, 못 할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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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제스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행복하게 대사하고 싶었다”

영화 <정직한 후보>, tvN <응답하라 1988> 등에서 코믹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라미란. 하지만 지난 8일 12%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나쁜엄마>에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억척스럽고 모성애 강한 ‘영순’의 파란만장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 분)과 불의의 사고로 7살 지능의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극이다.

라미란은 “수목극치고는 시청률이 잘 나오는 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조금 아쉬운 것 같다. 14부는 좀 짧게 느껴진다. 그래서 배세영 작가님께 ‘힘을 더 내보셔라. 16부까지 하면 좋을 거 같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아쉬울 때 잘 마무리된 거 같아 좋다. 9월에 촬영을 시작해서 3월 초에 끝났는데 방송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매번 본방을 사수했고 시청자 모드로 방송을 봤다. 촬영하면서 보지 못했던 깨알 재미를 찾아보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영순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억척스럽고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역대급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평도 듣는다. 그는 “다들 팔자가 사납다고 생각하실 거다. 물론 힘든 부분도 많고 부침도 있는 삶이지만 많은 걸 깨닫고 잘 마무리한다. 극 중에서 계속 ‘나는 행복합니다’ 노래를 불러야 하다 보니 어느새 혼자 콧노래를 부르게 되더라. 그래서 노랫말처럼 행복하게 된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드라마의 결말에 너무 만족한다.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행복하게 대사하고 싶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는 한편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순간을 마주한다. 영순에게 가혹할 만큼 힘든 일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얻어지는 반전 행복이 큰 것 같다. 강호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다시 깨어나고 밥을 먹는 일련의 과정에서 오는 벅참을 못 느꼈을 것이다. 죽을 것 같은 순간을 행복으로 바꿔나가는 전환이 필요한데 영순을 연기하면서 그런 순간들이 감동스러웠고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씨제스

영순을 연기하며 집중했던 점은 무엇일까. 그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표현보다 영순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대해 이해하려 했다. 세상에는 많은 엄마가 있다. 정씨 같은 엄마, 박씨 같은 엄마, 이장 부인 같은 엄마. 하지만 모든 엄마에게는 모성이 있다. 어떤 모성으로 빚어질지는 모르기에 그저 영순이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했다. 엄마라서가 아니라 영순이라서, 이 인물이니까 내릴 수 있는 판단이고, 결론이고, 실수하고, 잘못한다고 생각했다. 영순의 상황이 버겁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만큼 감사한 마음이 더 커지지 않았나 싶다”고 언급했다.

이어 “강호한테 했듯이 스스로를 계속해서 채찍질하고 다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 힘이 없어서 당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가혹하게 공부를 종용하지만, 아들이 검사가 되면서 영순은 위축된다. 집에 있는 걸 알아도 바빠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그저 평범한 우리네 엄마들 같다. 강호에게 밥을 안 주거나 물에 빠뜨리는 장면이 있는데 ‘진영순이 또 급발진한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 제 마음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였다. 어떻게 해서든 빨리 일으켜 세우고,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연기를 하면서 충분히 동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쁘다거나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영순이 모두 이해되는 건 아니다. 라미란은 “영순도 내가 이런 괴물을 만들었다고 후회하지 않나. 나는 실제로 내 아이에게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모진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기에 영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사실 원래 저는 좀 방치형 엄마다. 제 삶이 바빠서 애한테 신경을 많이 못 썼다. 그걸 미안해하는 엄마들이 꽤 있던데 그렇게 안 미안했으면 좋겠다. 엄마도 본인의 삶이 있는 거니까. 모두 오은영 박사님처럼 키우려면 살 수가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진=씨제스

작품이 엄마와 아들 모자(母子)의 관계 회복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만큼 강호 역을 맡은 이도현과의 연기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터. 그는 배우 이도현에 대해 “또래 배우 중에 그 정도로 표현하는 친구를 근래 처음 봤다. 깊이가 있고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도현이의 전작들을 봤을 때 20대인 줄 몰랐다. 너무 아이 같지도, 아저씨 같지도 않다. 강호 역이 7살 아이부터 30대 검사까지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너무 잘 해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드라마는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주인공들의 연령대 또한 높아졌다. 라미란은 “여성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많은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쁜엄마>가 아니라 ‘나쁜아들’이 됐을지도 모른다. 영순이라는 인물의 서사가 제대로 펼쳐지니 배우로서 욕심이 났고 그래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을 결심한 계기를 언급했다. 또 “엄정화, 김혜수, 전도연 등 아직도 언니들이 주름잡고 계시지 않나. 선배님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계신 덕분에 폭이 넓어진 것 같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로맨스 연기 도전에 대한 질문에는 “해보고 싶다. 그동안 사랑받는 연기는 거의 없었는데 <일타 스캔들>이나 <닥터 차정숙> 같은 작품도 못 할 건 아니다. 배우로서 언제든지 문을 열어두고 있다.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고 답했다. 다만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냐는 질문에는 “내가 고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가 자신의 천직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쁜엄마>는 제 연기 인생에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주로 코미디를 많이 해왔는데 라미란이라는 배우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40대의 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확실한 건 체력이 옛날 같지는 않다. 그래도 불러주시면 힘닿는 데까지 좋은 작품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 다른 삶을 사는 게 너무 재밌다. 배우가 저에겐 맞춤 저에겐 맞춤 직업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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